MBN은 '권은희 생중계' 중단 .. KBS MBC는 보도 '침묵'

2014. 2. 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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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처에세이] 권력에 '굴종하는' 대한민국 언론의 현주소

[미디어오늘 민동기 기자]

"7일 오전 11시6분, 권은희(40)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송파구 가락동 송파서 소회의실로 들어서자, 수 십대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오늘자(8일) 한겨레 6면에 실린 기사 가운데 일부다. 지난 7일 열린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다루고 있다. 권은희 전 수사과장은 국가정보원 불법 선거개입 사건 수사 등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법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하자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적극 반박했다.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부분은 "수 십대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는 부분이다. 사실 법원이 김용판 전 경찰청장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할 때부터 언론의 관심은 권은희 전 과장 쪽으로 향했다.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한 권 전 과장의 입장과 향후 거취문제 등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MBN '권은희 생중계 중단' … KBS MBC '보도 침묵'

문제는 기자현장장에서의 관심과 실제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서 빚어진 간극이다. 특히 방송사들은 권은희 전 과장 기자회견과 관련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2014년 2월7일 SBS < 8뉴스 > 화면갈무리

7일 오전 권은희 과장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무죄 판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직전 생중계 영상을 내보냈던 MBN은 막상 권 전 과장이 입장을 표명하려 하자 광고 화면을 내보냈다. 이후 MBN은 권 전 과장 기자회견을 방송하지 않고, 예능프로그램인 < 고수의 비법-황금알 > 재방송을 내보냈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방송중단과 관련, MBN 측은 "향후 일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매끄럽지 못한 부분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MBN 일부 기자들은 갑작스런 생중계 중단에 대해 "청와대 외압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그것보다는 시청률이 더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뉴스는 시청률이 안 나오기 때문에 낮시간에는 뉴스 대신 예능 재방으로 바꾸도록 내부방침을 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에 대해 타 방송사 기자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KBS 한 기자는 "생중계 시도조차 하지 않은 KBS 입장에서 이런 얘기하는 게 부끄럽지만 시청률 때문이라는 주장은 솔직히 이해가 안 가는 얘기"라면서 "권 전 과장 기자회견을 사실상 MBN만 시도하려 했는데 만약 생중계를 했으면 관심이 집중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예능 재방을 하도록 내부방침을 정했다면 아예 처음부터 예능 재방을 편성했으면 되는데 당시 방송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기자회견을 시작하려는 찰나 갑자기 광고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외압 의혹 제기한 당사자 입장도 보도하지 않는 언론 … '외압론'이 불거지는 이유

MBN의 '생중계 중단' 못지않게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은 KBS MBC의 '침묵'이다. KBS MBC는 김용판 전 청장과 관련한 1심 법원의 무죄판결을 < 뉴스9 > 와 < 뉴스데스크 > 에서 보도했다. 다른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공정성과 형평성 차원'에서 권 전 과장의 기자회견을 다뤘어야 했다는 얘기다.

2014년 2월7일 JTBC < 뉴스9 > 화면갈무리

김 전 청장의 외압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가 권은희 당시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기 때문이다. 사건의 당사자가 법원 1심 판결에 대해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했는데 KBS MBC 메인뉴스에는 리포트가 아예 없다. 불공정·편파보도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중립성과 기계적 형평성' 등을 강조한 쪽이 이들 방송사 아니었던가.

하지만 SBS와 JTBC 등을 제외하곤 권은희 전 과장의 기자회견은 전파를 타지 못했다. SBS는 7일 < 8뉴스 > '통화기록 없는 건 내선전화였기 때문'에서 "재판부는 서울청 수사관계자들과 통화기록이 없었다고 했지만, 외압은 휴대전화가 아니라 내부 유선전화를 통해 이뤄졌다고 권 과장은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대선을 사흘 앞둔 늦은 밤 경찰이 서둘러 수사결과를 발표한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아쉽다고만 했는데, 명확하게 따져야 할 대목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JTBC 권은희 전 과장의 기자회견과 법원 판결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을 < 뉴스9 > 에서 보도했다.

사실 KBS MBC 보도의 '이상한 조짐'은 이미 지난 6일 메인뉴스 보도에서부터 감지됐다. "경찰이 중간수사 결과 발표 당시 수사가 확대될 단서를 확보하고도 대선 개입 혐의가 없다고 단정적인 보도자료를 낸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는 1심 법원의 판단을 두고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2014년 2월6일 MBC < 뉴스데스크 > 화면갈무리

당일(6일) SBS와 JTBC 등은 1심 법원의 재판결과를 보도하면서 이 부분을 언급했지만 KBS MBC는 '법원은 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내보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을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권은희 전 수사과장의 기자회견 내용 또한 상당 부분 이런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오늘자(8일) 한겨레가 사설에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축소·은폐가 있었는지를 따진 뒤 그에 대한 김 전 청장의 책임 유무를 따져야 하는데 판결에는 '그 전제에 대한 답변이 누락'"됐다. 언론이라면 이런 부분에 대한 지적이 뒤따라야 하는데 뒤따르기는커녕 오히려 김용판 전 청장의 무죄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보도가 뒤따른다.

2014년 2월6일 KBS < 뉴스9 > 화면갈무리

"권 과장은 재판부가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아쉬움이 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아쉽다는 말 정도로 (의혹이) 명확하게 해소되긴 어렵다. 중간수사결과 발표의 시기와 내용이 적법했는지, 적절했는지를 보다 명확히 알려야 한다.' 사건에 의문이 든다면 법률적 논리로 해소했어야 함에도 비(非)법률적 표현으로 넘어가려 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엘리트 경찰관이자 사법시험 출신 법조인인 권 과장의 지적에 재판부가 어떠한 답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오늘자(8일) 경향신문 사설 < '공익제보자 권은희'의 항변 > 가운데 일부다. 사실 이런 지적은 1심 재판 결과가 나온 후 논란이 불거졌을 때 언론이 분석 기사를 통해 짚었어야 할 대목이다. 자체적인 분석기사가 '곤란'했다면 권은희 전 과장 기자회견을 통해 우회적으로라도 1심 법원판결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게 온당하다.

하지만 KBS MBC는 논란이 되고 있는 법원 판결의 문제점은 언급조차 하지 않더니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인 권 전 과장의 기자회견도 '무시'한다.

2014년 한겨레 2월8일자 사설

지난 2012년 '공정방송 회복과 낙하산 사장 반대'를 명분으로 170일 간 벌인 파업으로 회사측으로부터 해고를 당한 MBC 노조원 전원이 MBC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승소했을 때 < 뉴스데스크 > 와 신문 광고를 통해 법원 판결을 적극 반박했던 MBC의 '전투적 태세'는 어디로 간 걸까. 전파 사유화 논란까지 빚어가며 법원 판결을 비판했던 MBC였지만 그런 기세는 온데 간 데 없다.

언론은 "같은 재판부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까지 맡고 있어 과연 제대로 판결할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사실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는 언론이 더 큰 문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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