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6일 목요일 법정을 주목하라

고제규 기자 2014. 2. 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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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월6일 공직선거법과 경찰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진다. 검찰은 김 전 청장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에 요청했다.

그동안 법정에 나온 증인은 모두 17명. 재판부는 진술의 신빙성을 따져 유·무죄의 근거로 삼는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을 가릴 선고를 앞두고 판결의 변수를 점검했다.

김 전 청장의 혐의는 지난해 12월11일부터 12월19일까지 행위다(오른쪽 < 표 > 참조). 검찰은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팀이 김하영 직원의 노트북과 데스크톱 분석 범위를 2012년 10~12월로 한정한 것 자체가 이 사건을 은폐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았다. 실제로 분석팀은 9월에 쓴 댓글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검찰은 또 김 전 청장이 김하영의 메모장을 복구하면서 40여 개 아이디 등 수사 단서를 확보한 사실을 보고받고도, 대선을 사흘 앞둔 12월16일 허위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팀에 분석 자료를 고의로 넘기지 않아 수사를 방해했다고 본다. 이 같은 공소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검찰은 대선 당시 서울경찰청과 수서경찰서에 소속된 경찰을 상대로 조사를 했고 이들을 법정에 증인으로 세웠다.

ⓒ시사IN 이명익 김용판 전 서울청장(위 왼쪽)은 최후 진술에서 "검찰이 짜맞추기 기소와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라고 반발했다. 위 오른쪽은 권은희 수사과장. 두 사람은 이 사건과 관련해 국회 증인으로 출석했다.

하지만 법정에 나온 당시 서울경찰청 소속 현직 경찰관들은 제 식구 감싸기 증언으로 일관했다.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까지 번복하기 일쑤였다. 진술 조서를 번복하며 댄 이유도 다양했다. 서울경찰청을 담당한 국정원 안 아무개 직원과 50여 차례나 문자 메시지와 전화통화를 한 김병찬 수사2계장은 "검사가 하도 위압적으로 조사해서 진술을 잘 못했다"라고 말했다. 검찰 신문 내용과 달리 엉뚱한 답변만 반복한 증인도 있었다. 재판을 맡은 이범균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나온 이병하 당시 수사과장에게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는 게 아니라 미리 준비해온 답을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김용판 전 청장과 관련된 쟁점은 선거법 위반 여부이다.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 전 서울청장은 개인 신분으로 기소되었지만, 국정원과 경찰이라는 국가기관을 상징한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서울경찰청 지휘부를 상대로 참고인 조서가 아닌 피의자 신분 조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최현락 수사부장과 이병하 수사과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다가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어 조사를 받았다. 이들도 기소 대상이었지만 법무부와 청와대가 검찰 수사팀을 압박해 기소 숫자를 줄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국정원 사건의 경우도 원세훈 전 원장만 검찰이 기소했다가 민주당이 낸 재정 신청이 받아들여져 이종명 국정원 3차장, 민병주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기소된 바 있다.

이처럼 개인 김용판이 아닌 서울경찰청 수뇌부에 대한 법원의 판결 성격이 강하기에 재판 내내 경찰의 조직적인 비호 의혹도 불거졌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김 전 청장은 법정에 나올 때마다 현직 경찰의 보호를 받았다. 재판이 열릴 때면 방청석에서는 서울청과 본청 정보과 형사들이 참석해 증언을 듣고 내부에 보고했다. 자연스레 경찰 증인들이 미리 입을 맞추고 증언을 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경찰청 직원들이 모니터링한 내용을 전해 듣고 서로 말을 맞추고 나온다는 의견서를 낼 수밖에 없다"라고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경찰 내부 수사 자료가 변호인을 통해 재판부에 제출되기도 했다. 검찰은 "(경찰 내부의) 조직적인 사실 은폐라든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자료 제공 혐의가 있지 않느냐는 걸 의심할 만한 상당한 정황 증거가 있다"라며 반발했다.

중간수사 발표를 주도한 경찰 간부들은 승진

경찰의 조직적인 법정 대응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공소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권은희 수사과장 등 수서경찰서 수사팀에서 나왔다. 권 과장은 국회 청문회 때와 마찬가지로 서울경찰청이 대선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허위 발표를 하고 수사를 방해했다고 증언했다. 또 김하영 직원의 컴퓨터 등 임의 제출 현장에 직접 참여한 최운영 수서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소속 경사도 권은희 과장과 똑같은 내용을 증언해 권 과장 진술의 신빙성을 높여주었다. 이광석 수서경찰서장 역시 검찰이 "지금 되돌아봐도 12월16일처럼 (허위)발표를 했을 것 같으냐"라고 묻자, 5초가량 침묵하다가 "힘들었을 것이다"라며 허위 발표임을 인정했다.

증인들의 진술뿐 아니라 5400여 쪽에 달하는 증거 기록도 재판부는 꼼꼼히 살펴 유·무죄를 판단한다. 이 가운데 서울경찰청 분석팀의 CCTV는 핵심 증거다. CCTV 외에도 서울청 회의 과정에서 작성된 업무일지와 메모, 분석팀 수사관들이 주고받은 경찰 내부 통신망 메신저 내용도 증거로 제출되었다. 이런 증거에는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12월15일에 보도 자료와 예상 질의·응답까지 준비한 정황이 담겨 있다.

만일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할 경우 후폭풍은 경찰과 청와대로 향한다. 외압을 폭로한 권은희 과장은 승진에서 제외되었지만, 김 전 청장과 함께 중간수사 발표를 주도한 최현락 수사부장(현재 대전지방경찰청장), 이병하 수사과장(현재 경찰청 경비대장) 등은 모두 승진했다.

이들에 대한 책임론뿐 아니라, 판결 결과를 지켜보자던 박근혜 대통령의 의견 표명이 어떠할지도 주목거리다.

고제규 기자 /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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