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5주기' 그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오동현 2014. 1. 1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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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철거민 등 6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용산참사가 5주기를 맞이한 2014년. 여전히 유족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유가족들의 시간은 여전히 2009년 1월 20일에 멈춰있다"며 용산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당시 서울경찰청장) 등의 책임자 처벌, 주거생존권 보장,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용산참사는 지난 2009년 1월20일 당시 재개발에 따른 적정 보상비를 요구하며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에서 밤샘 점거 농성을 벌이던 전국철거민연합 회원 40여명을 경찰이 진압하면서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지고, 철거민 6명과 경찰 17명이 부상했다.

용산참사 당시 폭력 문제, 용역 직원, 안전 대책, 과잉 진압 여부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검찰 수사가 있었으나 수사 결과, 홍보 지침, 왜곡 시도 등에 대한 잡음으로 시끄러웠다.

유족들은 장례를 미뤄가며 고인들에 대한 명예회복, 사건의 진상규명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유족들과 정부·서울시·용산구청의 입장이 서로 엇갈리면서 철거민 생존권을 위한 이주대책 마련, 희생자에 배상 요구안 등 용산참사 미해결 과제들에 대한 협상이 지지부진했다.

결국 협상은 345일 만인 2009년 12월30일 겨우 마무리 됐다. 철거민 희생자들의 장례식은 355일 만인 2010년 1월9일에 치러졌다.

◇ 값비싼 희생 치른 용산참사 현장, 겨우 '야외주차장'

용산참사 현장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인근의 초고층 건물과 비견될 만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며 일부는 주말 무료, 평일 몇 천원짜리 야외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참사현장은 시공사가 나서지 않고 있어 개발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막대한 이익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푼돈 장사 중이다.

이 곳은 서울시가 용산4구역이란 이름으로 재개발 사업지구로 지정해 40층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 6개동(493가구)가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재개발 조합이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갈등을 겪으면서 계약이 해지됐다.

지난해 1월 특별 사면으로 석방된 철거민 구속자 중 한 명인 이충연 전 용산4구역 철거대책위원장은 "5년 동안 이렇게 방치할 거였으면서 왜 그렇게 무리하게 진압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대화 한번 없이 진행된 무리한 진압으로 여섯 분이 돌아가시게 할 일은 아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풀지 못한 숙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당시 농성에 참여한 이들 중 10명이 구속됐다. 4~5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8명 중 전국철거민연합 남경남 전 의장은 여전히 복역 중이다. 또한 이후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개발사업의 전환을 촉구하는 활동과정에서 5명이 구속됐다 석방됐으며, 100여 명이 기소돼 재판 받은 바 있다.

이원호 진상규명위 사무국장은 "철거민들이 도시 개발 문제와 폭력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졌다. 재판도 철거민에 대해서만 이뤄졌다"며 "검찰은 당시 진압 지휘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청장을 직접 조사하지 않고 서면 답변서로 조사를 마쳤다. 경찰들에 대해서도 무혐의로 불기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제정신청이라는 법적절차를 통해 법원에 직접 기소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도 검찰무혐의 처분을 근거로 기각했다"며 "진상규명을 통해 국가와 경찰의 과잉진압 및 도시 개발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정부 차원의 용산참사진상조사위원회 설치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 전 서울청장을 지난해 10월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했다.

이에 대해 이 진상규명위 사무국장은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을, 그것도 아무런 전문성도 없는 이를 공기업에 낙하산 사장으로 앉힌 것에 대해 반대한다"며 "김석기 전 서울청장은 공항공사 사장 에서 물러나야 하며 용산참사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 제2의 용산참사 없어야…강제퇴거금지법 제정 촉구

진상규명위는 지난 2년 동안 인권, 법률, 학계 등의 연구를 거쳐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 2012년 1월 제18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의됐다. 제19대 국회에서도 지난해 10월에 발의됐지만 진척없이 계류 중이다.

강제퇴거는 개발 사업의 주체인 조합이 일정한 절차를 마치면 시작된다. 이때까지 퇴거 대상자들과 협의 및 인권 침해를 진정·구제받을 수 있는 절차가 없다. 강제퇴거는 주로 조합에서 고용한 용역업체에 의해 집행되며 그 과정에서 충돌이 빈번하다.

이 진상규명위 사무국장은 "용역업체 직원들은 각종 폭력을 행사며 퇴거를 종용한다. 그런데 이러한 용역업체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강제퇴거와 용역업체 직원들의 폭력에 저항하는 이들은 업무방해 및 공무집행 방해로 연행되거나 벌금 등으로 기소가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곧 국회 상임위원회가 교체된다. 이 법안을 소관하는 국토해양위원회 의원들이 정해지면 우리와 같은 의지를 갖고 있는 의원을 섭외해 협력하는 관계를 만들 것이다. 제19대 국회에선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제퇴거금지법제정 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지난 3차례에 걸친 한국정부의 사회권 이행보고에 대한 심사의 최종견해를 통해 한국정부의 주거권에 대한 우려 및 권고를 내린바 있다. 강제퇴거는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돼야한다는 점을 명시하며 이주 대책 없는 강제퇴거의 금지를 권고했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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