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1닭' 아시나요.. 홀로 사는 여대생들 같은 처지 학생들과 '반반' 나누기 신풍속도

2014. 1. 14.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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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혹시 치킨?"

지난 11일 서울 강북의 한 대학가 오피스텔 건물 복도. 맨얼굴에 긴 머리를 아무렇게나 동여맨 여성이 비슷한 차림의 젊은 여성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말을 건넨 여성은 헐렁한 반팔티에 색 바랜 추리닝, 삼선 슬리퍼를 걸쳤고, 그녀 손에는 작은 플라스틱 용기가 들렸다. 복도 맞은편에서 치킨 상자와 젓가락을 손에 든 여성은 "아 안녕하세요, 식기 전에 어서 가져가세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두 여성은 수줍게 짤막한 인사를 나눈 뒤 빠르지만 정확하게 치킨을 나눠 담았다. 닭다리도 하나씩 나누었다. 치킨 나누기에는 3분 정도가 걸렸다. "맛있게 드세요!"라는 경쾌한 인사와 함께 그녀들은 자리를 떴다. 오후 9시쯤 이뤄진 이른바 '2인1닭'의 치킨 나눔 현장이다.

'2인1닭'은 대학가에서 활발히 이뤄진다. 홀로 자취하거나 기숙사에 사는 여대생은 치킨 한 마리를 다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먹다 남은 치킨은 결국 버려지기 일쑤다. 나눠 먹을 사람이 필요하지만 한밤에 치킨 친구를 구하기는 어렵다. 2인1닭은 그래서 생긴 신풍속이다. 파트너 모집은 주로 대학 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이뤄진다. 여대생들이 글을 많이 올리지만, 남학생들의 참여도 늘어나는 추세다. 홀로 사는 자취생들이 낯선 사람과 음식을 나누기 위해 만나는 일종의 '소셜 다이닝'인 셈이다.

나누기 제안글은 다양하다. 브랜드와 메뉴, 부위까지 꼼꼼하게 정리해 올린 글부터 무작정 '반반 나누자'며 올린 글도 있다. 나누기 글을 올리면 5분도 되지 않아 참여 댓글이 달린다. 간발의 차로 기회를 놓친 학생들이 "한발 늦었다"며 안타까워하는 일도 잦다. '닭다리'를 나눠주겠다는 글은 순식간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나눔이 완료된 글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대부분 삭제된다.

나누기 방법은 따로 정해진 공식이 없다. 처음부터 비용을 분담하자는 제안도 있고, 공짜로 치킨을 나눠 주겠다는 제안도 있다. 나눔을 받는 학생들은 가끔 작은 간식거리나 음료수를 답례로 건넨다. 인터넷으로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간단히 학과나 학번 등을 인사로 나눈 뒤 음식을 나누고 '쿨하게' 헤어진다. '배신'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5일 한 대학 동문게시판에는 "치킨을 나눠 갖기로 한 동문이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결국 혼자 치킨을 먹었다"는 글도 올라왔다. 여대생 신모(25)씨는 "낯선 누군가와 야식을 나누러 만나는 게 긴장되긴 하지만 음식을 나누며 오가는 정이 있고 이웃 사는 동문들과 얼굴을 익히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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