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치는 스터디족 어찌하오리까" 울상 짓는 동네 카페들

김관진기자 2014. 1. 7.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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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시키고 한나절.. 다른 손님 못 받아 매상 줄어

6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 점심시간이 한 시간 넘게 남았지만 33㎡(10평) 남짓한 공간에 놓인 테이블 9개는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앉을 자리가 없었다.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들이 자리한 테이블 위로 노트북과 공책, 필기구가 눈에 띈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니어도 커피 맛이 좋고 가격이 저렴해 장사가 잘 되는구나'라고 생각할 때쯤 "이대로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는 카페 사장의 볼멘소리가 들려왔다. 음료 한 잔 시켜놓고 종일 공부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많아 매출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카페 스터디족'으로 동네 카페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은 조금이라도 값싼 커피를 찾아 동네 카페에서 장시간 버티기에 나서고, 프랜차이즈 카페에 비해 인지도에서 밀리고 영세해 박리다매(薄利多賣)로 살아남아야 하는 동네 카페들은 스터디족을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6개월 전 이 카페를 연 이모(52)씨는 "많이 팔아야 하루에 커피 30잔, 6만원 정도"라며 "월세 전기요금 재료값 인건비를 제하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커피를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의 60% 정도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인근 카페 사장 A씨는 "아침에 자리를 잡으면 7, 8시간씩 공부를 하다 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심지어 책이나 공책 등으로 자리를 맡아놓고 밥을 먹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카페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젊은이들에게 공부 장소로 각광을 받아왔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데다 또래끼리 모여 취업에 필요한 정보 교류의 장이 돼왔다. 이런 이유로 각종 도서를 비치한 북 카페, 4~6명이 들어갈 수 있는 개별 공간을 갖춘 스터디 카페 등 공부에 편의를 제공하는 카페가 생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카페 스터디족은 유독 동네 카페를 선호한다. 저렴한 가격과 접근성 때문이다. 구로구의 한 동네 카페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구모(28)씨는 "원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를 이용했지만 한 잔에 4,000원이나 하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옮기게 됐다"며 "카페 주인들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돈을 아끼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학생 이모(22ㆍ여)씨는 "스터디 카페는 여럿이 토론을 하는 곳이지 혼자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라며 "집에서도 가깝고 조용한 동네 카페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 카페 사장은 "손님은 북적이지만 실속이 없다. 내쫓을 수도, 반길 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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