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새해 첫 시국미사.."박근혜 퇴진, 이명박 구속"

입력 2014. 1. 6. 16:10 수정 2014. 1. 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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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천주교 수원교구 박 대통령 사퇴 강력 요구

"박 대통령, 민의의 대통령 아니라 '댓통령'"

"박 대통령은 민의에 의한 대통령이 아니라 '댓글 대통령'이다."

천주교 수원교구 '공동선 실현을 위한 사제연대'와 천주교 수원교구 정의구현사제단이 6일 오후 2시 경기 화성시 기산성당에서 시국미사를 열고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주장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와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했다.

수원교구 산하 '공동선 실현을 위한 사제연대' 소속 신부 등 신부 50여명과 신도 200여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관권 부정선거 진상규명 및 박근혜 정권의 회개와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미사'는 천주교의 올해 첫 시국미사이다. 천주교 수원교구에서는 지난해 8월 수원교구청 설립 이래 50년만에 이용훈 대주교가 직접 첫 시국미사를 집전한 데 이어 2번째 시국미사다.

이날 미사 집전에 나선 서북원 신부는 "지난 대통령 선거가 관권 부정선거이였기에 그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중심에 있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수사와 박근혜 정권의 회개를 기도하기 위해 모였다. 진정 이 땅의 정의와 평화가 꽃피우는 그날이 올 때까지 깨어있기를 다짐하자"며 미사를 시작했다.

강론에 나선 조한영 여주성당 신부는 "지금 우리 사회는 안녕하지 못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선거를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이 나서서 댓글을 다는등 여론을 조작하고 민의를 왜곡시켰음이 지난 선거 이후 분명하게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민의에 의한 대통령이 아니라 '댓글 대통령'이다. 현 정권은 정당성이 없다. (지난 대선은) 5·16 쿠데타에 이은 '사이버 쿠데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 신부는 "하나님이 주신 천부인권인 양심에 어긋나는 것에 침묵하는 것은 독재를 승인하는 것이다. 민주의 원칙은 부정선거와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취임 뒤 처음으로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새해 기자회견에서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 "지난 1년간 이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국력이 소모된 것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힌 뒤 특검을 요구하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재판중인 사안 언급은 부적절하다"며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또 자신의 '불통' 논란에 대해 "그동안 우리 사회를 보면 불법적으로 떼를 쓰면 적당히 받아들이고 했는데, 이런 비정상 관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걸 불통이라 함은 잘못된 것"이라며 자신에 대한 '불통'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하지만 조 신부는 "박근혜씨는 원칙주주의자로 행동하면서 원칙에 타협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공동선을 부정하는 원칙은 자신만의 독선이다. 인간의 양심에도 어긋난다. 우리의 양심은 공정하고 공평하며 공의를 추구하라고 가르친다. 박씨의 원칙은 철도 민영화 등 우리 사회 힘없는 자들에 대한 무바지한 탄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박근혜씨 개인의 불행이며 국가의 불운이다. 박근혜씨는 부정선거 비리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하고 마땅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한다"고 말했다.

수원교구 공동선실현 사제연대 김재욱 사무국장은 "지난해 8월 시국미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한 해결을 위해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했으나 변한 것이 없어서 이번에 다시 수원교구 신부들이 자발적인 뜻을 모아 재차 시국미사에 나서게됐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보수단체 회원 50여명이 성당 밖에서 기자회견과 함께 구호를 외치며 이날 미사에 반대했다.이들은 도로변에 '북한 정권과 부화뇌동하는 정의구현사제단은 북으로 추방하자'는 펼침막을 걸기도 했다.

화성/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다음은 시국미사에 앞서 천주교 수원교구 공동선실현을 위한 사제연대와 정의구현 수원교구사제단의 시국미사 성명 전문이다.

"주님, 이 시대에 정의와 평화가 꽃피게 하소서"

박근혜 대통령은 부정선거와 총체적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남이 옳습니다.

주님께서 뿌리신 정의와 평화의 씨앗은 이미 우리들의 삶속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불의와 폭력에 맞서 일어서는 노동자의 힘찬 몸짓에서, 안녕하지 못하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청명한 학생들의 목소리에서,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는 정의와 평화의 생명력을 확인합니다. 누가 하느님께서 심으신 것을 뽑을 수 있겠습니까? 누가 하느님께 대항하겠습니까?

민주주의 역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일궈진 고통의 역사이며 인간의 존엄을 바탕으로 자유와 권리가 확대되어 온 희망의 역사입니다. 보다 평등하고, 보편적인 인류애가 실현되는 사회를 위한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민주주의는 그 어떤 권력과 이해집단에 의해 파괴되거나 축소되어서는 안 되는 인류역사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작금의 대한민국 민주주의 현실은 참담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힘겹게 쌓아왔던 민주주의 원칙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음을 보고 있습니다.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대해 박근혜 정부와 국정원은 '종북' 딱지 붙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성과 합리는 사라진 채 광기어린 '혐오'를 의도적으로 확산시키는 행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간을 1970년대로 돌려놓았습니다. '동지 아니면 적'이었던 유신시대 냉전 논리를 반복하면서 자신들의 알량한 권력만을 지키려 하고 있습니다.

결국 국정원을 비롯해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치른 지난 대선과정 불법행위들은 박근혜 정부 합법성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반증합니다. 이같은 부정 불법행위들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의 표마저도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1960년 3·15부정선거이후 최악의 관권 선거가 밝혀지고 있음에도 정부와 새누리당, 검찰과 경찰은 사건을 축소, 왜곡하고 있습니다. 소신껏 수사를 지휘했던 사람들은 유무형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를 비판하는 천주교 사제들에게까지 '종북'으로 몰아세우며 마녀사냥을 일삼았습니다. 불법과 부정한 방법으로 탄생한 박근혜 정권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권은 민영화를 반대하는 철도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에 대해 '직위해제'라는 초강수를 들었습니다. 전교조, 공무원 노조 등에 대해서도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마저 무시하고 있습니다.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채택하고 관제언론으로 추락한 KBS의 수신료마저 일방적으로 인상시켰습니다. 밀양주민들의 처절한 호소도 잔인하게 외면합니다.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경찰을 동원해 잔인하게 진압할 뿐입니다. 자신들의 불법과 부정의를 덮으려고 정의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관권, 부정선거로 당선된 '불법 대통령'입니다. 관권, 부정선거와 총체적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남이 옳습니다. 더 이상 국민을 괴롭히고 낙인찍고 편 가르는 혐오와 폭력의 정치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민주주의와 생존권을 유린하지 마십시오.

우리 그리스도인은 자비하신 하느님처럼 악인의 멸망을 바라지 않고 그들의 회개를 바랍니다. 그러나 회개하지 않는 악인들이 멸망으로 가는 진리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멸망으로 가는 이들을 위해서 불의에 눈감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으며 깨어 기도할 것입니다. 끝까지 자유롭게 하느님의 진리를 외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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