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생계비 이상 받는 게 꿈"..박원순 시장 앞에서 눈물 흘린 사회복지사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19일 오전 9시30분께. 박원순 서울시장이 동작구 대방동 동작구립장애인보호작업장을 찾았다. 이날 하루 동안 소외계층의 복지수급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벌인 민생투어의 일환이었다.
현수막, 인쇄물, 건강용품 등을 생산하는 이곳에서는 지적·지체·정신 장애인 남·여 38명과 노숙인 7명이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월급을 받으며 근무하고 있다.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 등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궁극적으로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자는 게 이 시설의 설립목적이다.
이용호 원장을 비롯한 사회복지사 5명이 관리직 직원으로서 장애인과 노숙인들을 보살피고 있다.
제품을 생산하는 작업장을 둘러본 박 시장은 3층 식당에 임시로 마련된 간담회장에서 30여분 동안 이 원장과 장애인 종사자, 장애인 부모 대표 등으로부터 애로사항을 경청했다.
이민규 총괄부장(사회복지사)이 동작구립장애인보호작업장의 현황을 설명하는 브리핑을 가졌다.이 부장은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룹홈 체험 프로그램과 웨딩촬영 프로젝트, 미술치료 교실 등 이 작업장의 현황을 설명했다. 올해 사업을 벌이면서는 장애인들의 급여에서 일정 부분을 정립해 해외여행까지 나갔다고 자랑했다. 2009년 대비해 175%의 매출 증가가 있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임금수준을 얘기하면서부터는 드러나게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이 부장은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평균 41만8000원이라"며 "올해는 57만원의 평균 임금이 지급된다. 전국의 장애인보호작업장 25만원 정도가 평균인데 이 작업장은 2배 가량 높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은 "최저생계비 이상 지급받는 게 꿈"이라는 대목에서 기어이 눈물을 쏟았다.
난처해진 박 시장이 "왜 우시냐"고 묻자 이 부장은 "작업장에서 일정 수준의 급여를 받으시면서 나중에 혼자 되더라도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었으면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며 울먹였다.
이 부장이 감정이 격앙된 듯 말을 잇자 못하자 이 원장이 나섰다.
이 원장은 "장애인 중에는 나이가 40~50세가 된 분들도 많다. 지금은 일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돈을 받지만 조금 있으면 은퇴를 걱정해야 한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보다 빨라 늙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장애인 노후대책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장애인 부모 대표 A(여)씨는 "내 자식이 10월 달에 작업장엘 왔는데, 거기서 다른 사원분들을 다 봤다. 진짜 이분들은 엄마의 손길 아니면 자기 혼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대화도 안 된다. 여기 선생님들이 한사람 한사람 보살피고는 있지만 아이들이 나이가 들면서 엄마들로서는 우리들이 죽고난 뒤 자식들의 노후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러면서 "어르신들을 위한 노인정이 있듯이 그런 생활할 수 있는 공간. 내 자식이 친구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한다"고 박 시장에게 건의했다.
박 시장은 이들의 고민을 메모한 뒤 "현장시장실을 다녀보니 특히 지적장애인은 학교를 졸업하면 집에 그냥 머물기만 하는데 지속가능한 교육이 필요하다. 중증장애인이 일을 하는 여기 작업장에서 돌봐주시고 그나마 자립할 수 있지만 어느 순간 노동을 못하게 될 때, 부모님이 안 계실 때 그런 상황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복지라는 게 외형적으로는 갖춰졌지만 세밀하게 보면 비어 있는 게 있다"며 "그 부분을 고민 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재활의 꽃은 직업이다. 직업이 있어야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사회생활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여건이 여러 가지 따라주지 않지만 시장이 노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박 시장은 이에 "기금 같은 것을 만들어서 나중에 중증 장애인이 일을 못하게 될 때 은퇴 뒤 지속가능한 것이 있을지 고민해 보라"고 동행한 강종필 서울시 건강복지실장에게 지시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직업 재활과 미래를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서울시에 이런 작업장이 15개 있다니 운영하는 원장님들이 좋은 정책적 아디이어를 모아 달라. 토론회를 한번 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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