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대자보 주인공 인터뷰](1) 서강대 정다운씨
서강대 4학년 정다운씨(22·불어불문학과)는 주현우씨의 '안녕들 하십니까'를 읽고 '나한테 하는 질문이구나'라고 생각했다. 함께 꿈을 이야기하던 친구들이 졸업을 앞두고 하나둘씩 공인자격(스펙)을 좇아 떠나는 모습을 보며 '나를 세상에 맞추는 게 과연 행복한 삶인가' 고민하던 차였다.
정씨는 스펙이라면 결코 밀리지 않는 친구가 수차례 입사시험에서 낙방해 자책하는 걸 보며 '이건 실패한 개개인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고통을 미화하는 통에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했다.
정씨는 스스로 "알을 깼다"고 말했다. 직위해제 당한 철도 노동자들,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다 숨진 밀양주민을 보며 가슴이 아팠지만 '종북'으로 낙인찍힐까 두려워 나서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정씨는 주씨의 질문을 보고 용기를 냈다. 같은 학교 학생들이 모이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서강 학우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란 글을 올렸고 순식간에 500명 이상이 호응했다.
정씨는 "지금의 삶에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글을 올린 다음날 직접 손으로 쓴 대자보를 처음으로 교내에 게시했고 다른 학생들이 잇따라 동참했다. '서울역 나들이'가 있었던 14일엔 전공책까지 챙겨 고려대에서부터 서울역광장 집회까지 200명 넘는 사람들과 함께했다. 정씨는 "시험을 앞두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응원을 보며 작은 책임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2년째 지적장애인들을 돕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한 달 동안 에이즈에 걸린 학생들을 돌보기도 했다. 정씨는 "사람들 대부분이 약자임에도 강자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는 게 '안녕들 하십니까'의 가장 큰 의미"라는 정씨는 "각자가 얘기하는 다양한 생각 속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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