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십니까"..한국사회 큰 울림

김여란 기자 2013. 12. 17.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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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 시작 릴레이 대자보, 대학가 넘어 시대 '화두'로

겸손한 고백 '소리없는 함성'페이스북 '좋아요' 24만 돌파운동권식 탈피, SNS 추동력

"안녕들 하십니까." 한 대학생이 던진 '질문'이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이 되고 있다. 지난 10일 고려대 주현우씨(27·경영학과)는 철도 민영화, 불법 대선개입, 밀양 주민 자살 등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청년들에게 "하 수상한 시절에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묻는 대자보를 학내에 붙였다. 이후 고려대는 물론 16일 오후 현재 국내외 80여개 대학에서 "안녕하지 못하다"는 응답 대자보 달기가 이어지고 있다.

☞ [화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모음

12일 밤 개설된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facebook.com/cantbeokay)는 나흘 만에 '좋아요' 24만명을 돌파했다. 대자보는 대학가를 넘어 전국의 고등학교, 아파트와 동네 담벼락까지 퍼졌다. "안녕들 하십니까"는 1주일 만에 청소년과 직장인, 중장년층을 아우르는 한국 사회의 '화두'가 됐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교수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을 들어 집권세력의 반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안녕들 하십니까"는 '불통 정국'에 '소통의 언어'가 되고 있다. 박근혜 정권과 보수 언론은 정부 비판을 모두 이념 논쟁으로 돌려놓고, '종북'으로 낙인찍고 있다. 이런 불통 정국 속에서, 답답한 마음을 숨겨왔던 사람들이 "안녕들 하십니까"로 입을 열고 있는 것이다.

"안녕들 하십니까"는 박근혜 정권에 대응해 '민주주의 회복'을 내건 진보 의제에서 사라졌던 '개인'을 불러냈다. '개인'의 이름으로 채우다 보니 "안녕들 하십니까" "안녕치 못합니다"라는 겸손한 성찰과 고백으로 채워진다. '철도 민영화와 파업 노조원 직위해제' '불법 대선개입' '밀양 송전탑' 등 사회문제를 제기하지만, 기존 학생운동권이 즐겨 쓰던 정치적 수사나 투쟁적 구호는 쓰지 않는다.

"안녕하지 못하다"고 외치며 모인 '울림'들은 대표자나 지휘 체계 없이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목표도 명확하지 않고 통일된 구호도 없지만, 그들이 적는 천차만별의 '언어'는 각자의 '안녕하지 못한 이유'로써 모두의 존중을 받는다. 뚜렷한 목적으로 시민을 조직하고, 정해진 구호와 정치적 논리를 따르도록 하는 기존 운동세력의 방식과는 다른 것이다. 이들은 스스로가 특정 정치 조직에 의해 '선동'되거나, '동원'되는 것처럼 보이는 일을 가장 두려워한다.

'대자보'로 시작된 소통은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매개로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고 '대자보'나 '페북' '트윗'에만 머물지도 않는다. 지난 14일 '서울역 나들이'나 '1인 시위' 등 '안녕치 못한 이들'은 광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안녕들 하십니까'가 개인의 실존이 공공영역의 이슈와 무관하지 않다는 자각의 과제를 던진 것은 큰 성과"라며 "우리 시대 청년들이 갖는 불안을 인식하고 공감을 확산시킨 것 자체가 생활정치 운동으로서, 앞으로의 계기에 따라 폭넓게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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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란 기자 pee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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