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근혜 정부 전위대 역할' 자유총연맹 내년에도 국고 '듬뿍'

권순철 기자 2013. 12. 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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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전위대 역할 하는 관변단체에 13억예산 편성 논란

지난 2012년 3월 5일, 어버이연합 소속 회원 200여명이 서울 장충동 한국자유총연맹(자유총연맹) 자유센터 웨딩홀에서 열린 위안잔치에서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자유총연맹은 한여름, 한겨울에도 자유총연맹이 주최한 각종 행사에 참석한 것에 대한 답례로 어버이연합 회원들을 초청해 잔치를 베풀었다.

박근혜 정부가 관변단체인 자유총연맹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 예산으로 13억원을 편성한 것과 관련해 국고보조금을 지원해야 하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유총연맹의 일부 사업에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는 지적이 있는 데다, 자유총연맹이 2010∼2011년 국고보조금을 전산 회계조작 등의 방법으로 횡령한 혐의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자유총연맹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자체 예산으로 진행하는 자유수호활동 지원사업(일명 계기사업)에 집중돼 있다. 자유총연맹은 '국가안보 이슈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고 민주시민사회를 이끄는 국민단체로서 역할을 제고한다'는 명목으로 자유수호활동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자유총연맹은 이 사업에 2011년 18억2000만원, 2012년 18억8000만원, 2013년 15억5000만원을 썼다. 자유총연맹은 자유수호활동 지원사업이라고 명명하고 있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민감한 정치현안에 대해 새누리당을 옹호하고 민주당 등 야당을 비판하는 사업이라고 민주당은 보고 있다. 자유수호활동 지원사업에는 그동안 여야간에 첨예하게 맞서왔던 한·미 FTA(한·미 FTA 비준 촉구대회), 종북문제(종북 척결 국민대회)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 8월 30일 한국자유총연맹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규탄'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지윤 기자

과격시위 단골 어버이연합 위안잔치

자유총연맹이 국회에 제출한 최근 3년 동안의 자유수호활동 지원사업 내역을 보면 자유총연맹은 2012년 3월 자유센터 웨딩홀에서 어버이연합 위안잔치를 했다. 자유총연맹은 어버이연합 회원들에게 식사비 제공 등으로 1250만원을 사용했다. 어버이연합은 극우보수단체로 민주당 등 야당과 진보적 시민단체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내 온 단체다. 어버이연합은 지난 12월 2일에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 인도 위에서 민주당을 '대선 불복종 숙주당'이라며 이름 붙인 허수아비에 불을 지르는 등 과격시위에 앞장서 왔다. 그런데 자유총연맹은 정치적 편향성이 뚜렷한 단체를 위해 노고를 치하한다며 잔치를 열어준 것이다.

또한 자유총연맹은 지난 7월부터 국정원의 정치·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주말마다 열리자, 우파단체인 애국단체총협의회가 주최한 '맞불집회'에 지방조직을 동원해 회원들을 참가시키기도 했다. 자유총연맹은 애국단체총협의회의 대표적인 회원단체다. 이상훈 전 국방장관이 이끄는 애국단체총협의회는 자유총연맹, 재향군인회 등 30여개의 보수성향 단체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대응 시국회의'는 지난 7월 6일과 8월 10일 서울광장에서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자유총연맹이 포함된 애국단체총협의회도 같은 날 같은 시간 서울광장 옆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일종의 맞불집회였던 것이다. 애국단체총협의회의 집회 명칭은 '국가반역 공모세력 심판 국민대회'와 '사회혼란 조성세력 규탄 기자회견과 반국가 종북세력 대척결 국민대회'였다. 자유총연맹은 이 집회에 각각 300명씩의 회원을 참가시키고, 행사비 일부도 제공했다. 애국단체총협의회는 집회에서 대형 확성기를 서울광장 방향으로 향하게 하고 귀가 아플 정도로 볼륨을 높이는 등 촛불집회를 방해했다. 서울광장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한 참가자는 "애국단체총협의회의 확성기에서 나오는 소리가 너무 커서 서울광장 집회의 진행에 방해받을 정도였다"며 "당시 경찰에 확성기 소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유총연맹 관계자는 "애국단체총협의회가 주관한 집회에 회원단체로 일부 회원을 참석시킨 것은 사실"이라며 "확성기 소리가 컸던 것은 경찰이 막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유총연맹이 지난해 11월 19일부터 23일까지 진행했던 'NLL(서해북방한계선) 사수 권역별 활동 및 기자회견'과 관련해서도 선거개입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대선정국에서 새누리당은 "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라"며 NLL 문제를 선거전략으로 활용했다. 비슷한 시기에 자유총연맹이 했던 '권역별 활동 및 기자회견'이 새누리당의 주장과 궤도를 같이한다는 것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진선미 의원(민주당)은 "당시 새누리당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라며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다"며 "이런 과정에서 국고 지원을 받은 자유총연맹이 전국에서 NLL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한 것은 명백한 대선개입"이라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제60조, 제87조)에 따르면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국민운동단체로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출연 또는 보조금을 받는 단체(자유총연맹 등)는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자유총연맹측은 당시 행사는 선거개입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자유총연맹 관계자는 "NLL과 관련한 행사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를 했다"며 "질의 결과 선관위에서 해도 좋다는 승낙을 받았다"고 말했다.

선거기간 NLL 회견·촛불 방해 집회도

전문가들은 특별법(한국자유총연맹육성법)에 근거하고 사업비의 일부를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자유총연맹이 자체 예산을 활용해 하는 사업일지라도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는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다른 비정부기관(NGO)과 형평성이 맞지 않으므로 자유총연맹에 대한 국고 지원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전행정부는 자유총연맹의 '자유민주시민의식 함양'(7억원)과 '따뜻한 자유 구현'(6억원) 사업으로 총 13억원의 내년 예산을 배정했다. 여기에 자유총연맹 청년조직인 지구촌재난구조단과 여성회 조직인 어머니포순이봉사단도 안전행정부로부터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금을 해마다 받고 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자유총연맹은 정부 지원으로 사업을 하는 등 비정부기구인데도 불구하고 특혜를 누려온 단체"라며 "정부가 계속해서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다른 비정부기구들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안행부는 지난 7월 특별검사 결과 자유총연맹이 국고보조금 1억3800만원을 부당하게 집행하는 등 불법 및 내부규정을 위반한 행위 36건을 적발했다.

<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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