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아진 교통단속.. "서민 주머니 터나"

2013. 11. 26.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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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범칙금 부과건수 2배 증가, 체납액 안내면 계좌압류까지압류총액도 2012년 1년치 육박, 일각 "세수 메우기 아니냐" 의혹

직장인 정모(39)씨는 최근 자신의 은행 계좌가 경찰에 압류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해당 경찰서에 문의했더니 "교통 과태료 미납분에 대해 법원 판단을 거쳐 계좌를 압류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속도 위반으로 단속에 몇 번 걸린 적이 있는데 이사하는 바람에 과태료 통지서를 받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압류 조치가 생소했던 정씨는 "속도 위반이 잘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악성 채무자 취급하는 것은 문제"라고 불평했다.

경찰이 최근 들어 과태료 체납액 징수를 강화하고 범칙금 부과를 늘리면서 시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교통질서 확립을 위해 과태료를 징수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이지만 정부가 세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리한 행정을 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2313억6126만원의 과태료 체납액에 대해 압류조치를 했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압류한 액수(2562억5591만원)와 비슷한 금액이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압류가 늘어난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1조원이 넘는 과태료 누적 체납액을 징수하려면 압류 외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청이 지난해 마련한 과태료 수입예산안을 보면 올해 압류를 강화한 이유가 드러난다.

경찰청은 올해 과태료 징수 목표를 지난해(8987억원)보다 993억원(11%) 늘린 9980억원으로 책정했다. 이 같은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최근 압류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범칙금 부과 건수도 올 들어 크게 늘어났다. 2010년(1∼10월) 256만1709건이었던 범칙금 부과는 지난해 같은 기간 115만7993건까지 떨어졌으나 올해 217만6571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경찰은 지난 1일부터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정지선을 넘어 진입하는 '꼬리물기' 차량의 단속에 들어갔다. 또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경찰관의 현장단속뿐 아니라 폐쇄회로(CC) TV로도 단속이 가능해졌다. 매년 12월이 돼서야 시작했던 연말 음주단속도 올해는 지난 22일로 앞당겨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2년간 단속보다 국민과의 소통 위주로 근무하다 보니 범칙금 부과는 줄었다"면서 "하지만 단속이 느슨해지니 교통사고가 늘어 다시 단속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경찰의 이러한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해 교통사고는 22만3656건으로 2011년보다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시민들이 경찰의 범칙금, 과태료 징수 강화를 정부 세수 확대 일환이라고 여기는 것은 그 쓰임 때문이기도 하다. 경찰이 부과하는 범칙금과 과태료는 정부의 일반회계 세외수입으로 분류된다. 일반회계는 지출하는 곳이 정해져 있지 않아 아무 곳에나 사용할 수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우리 사회가 갑자기 단속을 더 해야 할 만큼 혼란스러워진 것이 아닌데 갑작스러운 단속 강화는 설득력이 없다"며 "일관된 경찰 활동을 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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