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또 오른 전기요금.."전기요금 인상만이 답이 아니다"

최재영 기자 2013. 11. 2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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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를 싸게 많이 쓰는 기업들의 자가발전비율 높여야"

전기요금이 또 올랐습니다. 이미 지난 1월에 평균 4.0% 오른 지 10개월 만입니다. 게다가 대정전 사태로 온 나라가 한바탕 소동을 치른 2011년 이후 지난 3년 동안 전기요금은 무려 5차례나 인상됐습니다.

전기는 지난 2005년부터 지난 해까지 가스나 등유와 같은 다른 에너지에 비해 인상폭이 절반에 그쳤습니다. 따라서 전기요금은 상대적으로 저렴해졌습니다. 에너지 수요는 저렴해진 전기로 몰렸습니다. 쇠를 전기로 녹여 철강을 만들고, 전기로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만들고, 큰 건물의 냉난방을 전기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수요과잉으로 인한 공급부족 문제가 매년 반복되고, 함께 전기요금 인상도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수요 억제를 통한 공급 부족 현상 해결은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절약'의 동기는 확실히 부여되기 때문입니다. 요금이 비싸졌으니 당연히 전기를 덜 쓰려고 할 겁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절약'만으로 매년 반복되는 전력 대란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전기를 줄이는 게 절약인데, 전기요금이 아무리 올라도 꼭 사용할 수밖에 없는 전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로 철을 녹여서 철강을 만드는 철강회사가 전기요금이 올랐다고 전기고로를 멈추거나 등유나 가스를 사용하는 고로로 설비를 당장 바꾸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전기요금이 올랐다고 반도체 공장을, 자동차 공장을 멈출 수는 없을 겁니다. 가정에서도 전기요금이 올랐다고 촛불을 켜고 살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지난해 감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력소비량은 OECD평균보다 거의 2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주거부문 1인당 전력소비량, 다시 말해 가정에서 쓰는 전력은 오히려 OECD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산업용 전기 사용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에너지관리공단도 지난해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상위 500개 사업장이 전국 가정에서 사용하는 주택용 전기의 84%의 전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산업용 전기의 사용이 줄어들면 수요 억제 효과는 훨씬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래서 이번 전기요금도 산업용 전기 인상폭이 가장 높았습니다.

고민이 깊어집니다. 전기발전시설을 늘려 당장 전기 공급을 늘리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매년 전력 공급은 부족합니다. 그래서 수요라도 줄여보려고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요금 인상만으로 매년 반복되는 전력대란을 극복하기에는 버거워 보이기도 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전력소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는 사업장이 이미 수년간 전기 설비를 구축해 놓았는데, 사업장 운영을 위해 꼭 사용해야 하는 전기인만큼 수요 억제도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요금 인상만으로수요 억제에 한계가 있다면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사업장에서 전기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쓰면 어떨까. 사업장에서 전기 공급이 발생하면 수요억제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이 바로 '상용자가발전'입니다.

상용자가발전은 전기를 생산해 판매할 목적이 아닌 자가용으로 이용하기 위한 설비입니다. 예를 들면 산업체에서 전기를 통해 발생한 열과 같은 에너지를 그냥 버리지 않고 이 에너지로 다시 전기를 생산하게 하는 설비를 말합니다. 철강 사업장에서 나오는 막대한 열에너지를 상용자가발전 설비를 통해 다시 전기로 만들어 다시 사용하는 방법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산업체가 자가발전 시설을 통해 전기를 자체적으로 확보해 활용하면 한국전력에서 제공하는 전기 사용이 그만큼 줄게 됩니다. 실질적인 수요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겁니다. 실제로 일본 기업들은 상용자가발전 설비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전력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면, 토요타는 아이치현의 공장에 열병합 발전시스템 8기를 새로 도입하는 등 자가발전비율을 20%에서 30%까지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자가상용발전 실상은 아쉽기만 합니다.

우리나라의 자가발전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걸음마 수준입니다. 지난 2011년 기준으로 상용자가발전설비는 전체 발전설비의 4.7%에 그쳤습니다. 발전량은 4.1%에 불과합니다.

상용자가발전 연도별 변화 추이

* 출처 : 한국전력거래소 전력계획처 발간 2011년도 상용자가발전업체 조사내역

하지만, 2010년 기준으로 일본의 자가발전설비용량은 우리나라의 13.8배에 달합니다. 2010년 기준으로 일본은 전체 발전량에서 자가발전량이 20.6%를 차지했지만 우리나라는 4.1%에 그쳤습니다.

* 출처 : "일본 전기사업 편람 2011"

기업 입장에서는 우리가 왜 굳이 돈을 들여 상용자가발전 설비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 반문할 수 도 있습니다.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지금까지 전기는 많이 사용하면서 가정용 전기보다 kwh당 20원~50원 싸게 사용해왔습니다. 이외에도 각종 지원을 받았습니다. 산업 육성, 고용 창출, 경제 개발 등의 미명아래 이뤄진 일종의 특혜였습니다. 그만큼 혜택을 받은 셈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기업 스스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무도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일본도 자가발전의 90%가 제조업, 산업체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도 사용량이 미비한 가정 등에서의 자가발전보다 전기 사용량이 큰 사업장에서의 자가발전이 가져다 줄 효과도 클 것입니다.

그렇다고 상용자가발전 투자의 모든 부담을 산업체에게 전가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의 지원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에너지 정책은 정부의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지원이라는 건 결국 예산 지원인데, 이 예산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추가로 확보되는 세수 중 에너지 효율에 투자하겠다고 하는 3천억 원을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비롯해 세제혜택 등으로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 내는 건 정부의 몫입니다.

전력대란의 해법은 간단한 논리입니다. 수요를 줄이든 공급을 늘리든 두 가지 중에서 하나만 확실히 이뤄지면 됩니다. 요금 인상으로 수요 억제는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금 인상은 정부입장에서는 물가 인상이라는 부담, 가정은 생활비 부담, 기업은 채산성 악화로 경쟁력 악화의 부담, 모두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산업체 중심의 상용자가발전 비율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최재영 기자 stillyo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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