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감정, 호남이 문제인데.. 채동욱은 전라도 출신이라서.." 로스쿨 응시생 황당하게 한 경북대 면접

대구 2013. 11. 21.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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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노무현 비교도 논란.. 일부 응시자 "해당 교수가 준 점수 무효화해야"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한 교수가 최근 입시 면접에서 응시생들의 정치적 성향을 파악하는 질문을 하거나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더구나 이 교수는 응시생별 면접평가 점수에 큰 편차를 둔 것으로 알려져 답변 내용에 따라 당락이 갈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은 2014학년도 가군 1차 합격자 200명을 대상으로 10개조로 나눠 지난 16일 면접을 실시했다. 조별로 3명의 교수가 면접위원으로 들어가 응시생 1인당 15분씩 오전 10명, 오후 10명을 면접했다. 합격자(60명)는 23일 면접을 치르는 나군 합격자(60명)와 함께 내달 13일 발표할 예정이다.

20일 이 대학 관계자와 응시생 등에 따르면 경북 출신인 A교수는 자신이 면접한 응시생 20명 대부분에게 지역감정 조장 등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질문들을 던졌다. 전날 일부 언론에 A교수가 "박정희, 노무현 전 대통령 중 누가 더 낫냐"고 물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법학전문대학원 측은 "한두 명에게 두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비교해 보라고 한 것이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질문 외에도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질문과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는 것이다.

A교수는 한 응시생에게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세 가지를 말해 보라"고 한 뒤 "지역감정이 제일 문제인데 저쪽(호남권)에서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아느냐. 본적 세탁을 했지만 전라도 출신이라서 그렇다. 그래서 일어난 거다"라고 말했다. 채 전 총장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놓고 정권과 갈등을 빚다 혼외아들 의혹에 휘말려 지난 9월 물러났다.

A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은 (경남 김해가 아니라) 전라도"라는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 전부터 인터넷 등에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이 전남 강진이라는 말이 떠돌았는데, 국립대 교수가 이 같은 유언비어를 사실인 것처럼 발언한 것이다. A교수는 특히 자신의 말에 동조하지 않는 답변을 한 응시생에게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듯 장황한 발언을 이어가 해당 응시생이 크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응시생은 "교수가 원하는 답이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 황당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더 큰 문제는 면접은 인성이나 법률가로서의 자질 등을 평가하는 것으로 당락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학교측 설명과 달리, 경우에 따라 결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입시요강 등에 따르면 2차 전형 총점은 500점으로 이중 면접 점수가 70점을 차지한다. 신봉기 법학전문대학원장은 "면접위원 3명이 매긴 점수를 합산해 평균을 내고, 기본 점수가 있어 일반적으로 당락에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격선에 든 응시생들 간 점수 차가 크지 않아 면접위원 중 한 명이라도 두드러지게 낮은 점수를 줄 경우 사정이 달라진다. 실제 A교수는 특정 응시생들에 대해 다른 2명의 면접위원과는 크게 차이가 나는 점수를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응시자들은 A교수의 면접 점수를 최종 평가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응시자는 "대학이 나서서 해당 교수가 부여한 면접 점수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확인되면 당연히 무효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봉기 원장은 "두 전직 대통령의 경제정책 비교 질문 외에 다른 문제가 있었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면서 "면접 전에 교수들을 상대로 면접 방법과 관련한 오리엔테이션을 하며 오해의 여지가 있는 질문을 하지 말도록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유감"이라고 말했다. A교수를 23일 나군 면접 때 참여시킬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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