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에서 떨어질 때 잘 떨어져라, 처리 비용 드니까"

2013. 11. 1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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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유성애 기자]

"여름에 창 밖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달 때 서비스 기사들이 떨어질 위험이 있잖아요, 그런데 지점 사장이 저희 남편한테 '떨어질 때 잘 떨어지라'고 그러더래요. 잘못 떨어져서 창자가 터지면 폐기물 처리비가 나가니까, 잘 떨어지라고요." (정은숙)

"제 남편은 여름에도 동상이 걸려서 와요. 에어컨 가스 같은 것을 잘못 만지면 동상이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또 봄·여름에는 기름값 아끼겠다고 오토바이 타고 다니다가 맨날 다쳐요. 남편 다리를 보면 꿰맨 상처 등 성한 곳이 없는데 무조건 알아서 하라니... 그게 참 속상하죠." (김은영)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가족의 증언대회가 열렸다.

ⓒ 유성애

19일 오전 11시 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증언대회가 열렸다.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 주최로 열린 증언대회에는 정은숙(43), 김은영(36), 이현아(41)씨 등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가족들이 모여 생계유지와 노동강도 등 실제 생활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전했다.

정씨를 비롯한 3명의 남편은 모두 삼성전자서비스 서울과 경기, 충남 등 서비스센터에서 10년 이상 일해 온 노동자로, 이들은 "우리는 '또 하나의 가족'이 아니라 '삼성에서 버림받은 가족'"이라며 "삼성제품을 수리하는 노동자들은 평생 '마이너스 인생'으로 내일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날은 "배고파서 못살겠다"며 최종범씨가 자결한 지 20일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들은 "삼성은 즉각 최종범 열사와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교섭에 응하라"고 주장했다.

"노동조합 시작 후 사측으로부터 해고...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김은영씨의 남편 안양근씨는 1993년 2월 입사해 만 20년을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로 일해온 '베테랑 기사'다. 하지만 올해 초 "사람답게 살고 싶다"며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한 후 지난 8월 사측으로부터 해고를 당했다. 김씨는 "사측은 5년 전 자료를 가져와 남편에게 소명을 하라고 요구했다"면서 "사측은 한 술 더 떠 우리를 형사고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안씨를 비롯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법원에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정규직 전환 소송(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진행 중이다. 실제 남편의 월급명세서를 들고 온 김은영 씨는 "한 때는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 남편과 위장이혼을 해볼까도 생각했다"며 "하지만 월급보다도 먼저 서비스 기사들을 사람으로 대접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19일 열린 삼성전자서비스 가족 증언대회에서 권영국 민변 변호사(왼쪽)와 은수미 민주당 의원(오른쪽)이 가족이 들고 온 삼성전자서비스 기사의 월급 명세서를 훑어보고 있다.

ⓒ 유성애

이런 자리에 처음 나서봤다는 이현아씨는 아이들 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씨는 "마이너스 통장에 카드 값에, 남편이 벌어오는 200만 원에서 유류비와 통신비를 제하면 실제 생활비는 얼마 되지 않는다"며 "정말 내일이 없이 하루하루를 산다, 지난 10년간 온 가족이 다 같이 모여 저녁을 먹은 적이 손에 꼽힐 정도"라고 말했다.

앞서 11시에는 대책위와 함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관계자 등이 모여 '최종범 열사 사망관련 형사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서비스 주식회사, 협력업체인 삼성티에스피 주식회사, 천안센터 이제근 사장 등을 부당노동행위, 강요죄 등을 이유로 고소고발한다"고 밝혔다.

증언대회에 앞서 오전 11시에는 고 최종범 삼성전자서비스 기사의 사망과 관련한 고소고발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 유성애

송영섭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변호사는 "고 최종범 열사에게 센터장이 한 욕설과 협박 등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표적감사 등은 명백한 헌법상 강요죄 등에 해당한다"며 "고소 고발장을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에 오늘자로 접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날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지난 4개월에 걸쳐 답은 분명해진 것 같다, 노동자를 부리는 하청업체와 이것을 방조한 정부도 살인자"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즉각 전수조사와 실태조사를 한다고 했으니, 실제로 삼성전자서비스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보장되는지 국회에서도 계속 지켜보겠다"고 덧붙이며 증언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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