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녹취록 112곳 이상 실제와 달랐다

2013. 11. 1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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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내란음모 3차 공판서 재작성 확인

국정원 수사관 "잘못 들은 곳 수정"

변호인단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

국가정보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 주요 증거로 제시한 녹취록에서 112군데 이상을 실제 발언과는 다르게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전 수행"을 "성전 수행"으로, "구체적으로 준비하자"를 "전쟁을 준비하자"로 녹취록에 옮겨, 녹취록을 짜깁기했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다. 변호인단은 '의도적인 왜곡·조작'이라고 주장했고, 국정원 쪽은 '의도적 왜곡은 없었다'고 맞섰다.

15일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김정운) 심리로 열린 3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수사관 문아무개씨는 최근 녹취록 수정 여부를 묻는 검찰 질문에 대해 "변호인단이 이의 제기를 한 뒤 이어폰을 바꿔 해당 부분(녹음파일)을 들어본 결과, 잘못 들은 곳이 있어 녹취록 일부를 재작성했다"고 말했다. 문씨는 이른바 '5월 모임'(5월12일 서울 합정동)의 녹취록에 '결전 성지', '성전', '전쟁 준비' 등으로 작성했는데, 녹음파일을 재확인해 각각 '절두산 성지', '선전', '구체적 준비' 등으로 수정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5월 모임' 등의 발언이 녹음된 파일들을 다른 국정원 수사관들과 함께 녹취록으로 옮긴 당사자다. 문씨는 "5월10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 모임의 녹취록에서 112곳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또 5월12일 합정동 모임에서 '혁명적 진출'을 '혁명의 진출' 등으로 녹취록 일부를 고친 것도 시인했다.

변호인단은 "이는 단순한 실수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 증거인 (전쟁 관련 발언) 녹취록을 의도적으로 변조해서 마치 내란을 음모한 것처럼 호전적으로 몰고 갔다.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문씨는 이에 대해 "20~30차례 (녹음파일을) 다시 듣고 그대로 기록했다. 왜곡할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판장인 김정운 판사는 "절두산 성지와 결전 성지는 글자 수가 달라 오인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녹취록을 20~30번씩 들었다고 했는데 의도적인 게 아니냐"고 문씨에게 물었다.

국정원은 평화를 호소한 내용을 전쟁으로 기록했다가 이번에 수정됐다. 5월12일 모임에서 정세 강연을 마친 이 의원이 구속된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으로부터 앞으로 조직의 활동 방향에 대한 질문을 받은 뒤 "전쟁 반대 투쟁을 호소하고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옮긴 녹취록에서는 "전쟁에 관한 주제를 호소하고"라는 식의, 역시 정반대의 호전적 의미로 바뀌었다.

변호인단은 이 의원의 '혁명적 진출'이란 말을 국정원이 '혁명의 진출'로 녹취록에 옮긴 부분도 심각하게 왜곡된 사례로 지적했다. 국정원은 9월2일 국회에 제출한 이 의원 체포동의서에서 이 의원이 5월12일 한 종교시설에서 열린 조직원 회합에서 "진보당 당권을 장악하고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을 '혁명의 진출'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를 토대로 "국회를 남한사회주의 혁명투쟁의 교두보로 인식하고 이석기를 비롯한 아르오(RO) 조직원들이 국회에 입성해 헌법기구에서 혁명 토대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공동변호인단의 김칠준 단장은 "'혁명의 진출'과 '혁명적 진출'의 의미는 전혀 다른 의미다. 애초 '혁명적 진출'이라는 말은 총선에서 어려운 여건을 딛고 진보당이 원내 진입을 이뤄낸 결과를 수사적 의미로 쓴 것인데, 국정원은 정반대로 왜곡해서 이 의원 등이 국회를 마치 혁명의 교두보로 삼아 내란을 음모하고 진보당 동료 의원들의 국회 입성까지도 이러한 혁명 토대 구축의 일환으로 싸잡아 내몰았다"고 말했다.

특히 증인으로 나온 이들 국정원 관계자는 대부분 녹취록 작성 경험이 없는데다 2~4일 내에 녹취록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수사상 기밀인 녹취록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에 대한 재판부의 추궁도 이어졌다. 재판장 김정운 판사는 문씨에게 일부 언론에 "(녹취록을) 흘려준 적이 있냐"고 물었고, 문씨는 "그 경위를 전연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녹취록 유출과 관련해 상부의 감찰을 받은 적 있냐"는 질문에도 문씨는 "없다"고 말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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