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대외용 이름 '5163부대'

고제규 기자 입력 2013. 11. 12. 09:11 수정 2022. 8. 26. 16: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김철희씨(가명)는 댓글 의혹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국정원 김하영 직원의 개인 변호사비가 '7452부대' 명의로 입금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통장이 있던 서랍을 뒤졌다.

5163부대와 7452부대는 국정원 직원들이 은행 대출을 받거나 외부 기관에  재직증명서를 낼 때도 사용된 이름이다.

5163부대나 7452부대 명칭 전에 국정원이 즐겨 사용한 위장 이름은 주로 '00문화사' '000연구소' 따위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정원 김하영 직원의 개인 변호사비가 '7452부대' 명의로 입금되었다. 국정원은 '입금자는 국정원이 맞지만, 이름은 우연히 쓴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취재 결과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이 깊었다.

김철희씨(가명)는 댓글 의혹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국정원 김하영 직원의 개인 변호사비가 ‘7452부대’ 명의로 입금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통장이 있던 서랍을 뒤졌다. 통장을 꺼내 보니, 입금자 이름에 ‘7452부대’가 찍혀 있었다. 국가정보원에 동영상을 납품하고 돈을 받았을 때, 자신의 계좌에 선명하게 찍힌 부대 이름이었다(사진 참조). 그가 영상을 납품하고 받은 세금계산서에도 ‘공급 받는 자’에 7452부대라고 쓰여 있었다.

‘7452부대’ 존재를 두고 논란이 일자, 국정원 관계자는 “7452부대 명의로 김하영 직원 변호사비를 송금한 것은 맞다. 송금 담당자가 근거를 남겨야 하니, 계좌로 송금하면서 7452부대라고 임의로 쓴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7452부대는 국정원이 맞지만, 우연히 쓴 것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통장뿐만 아니라 세금계산서에도 명의가 ‘7452부대’라고 적혀 있다.
또 다른 ‘국정원의 대외용 이름’, 5163부대

그러나 〈시사IN〉 취재 결과 ‘7452부대’는 국정원의 대외용 위장 명칭으로 자주 사용돼 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7452부대’와 함께 국정원이 사용하는 위장 명칭은 또 있다. ‘5163 부대’이다. 5163부대와 7452부대는 국정원 직원들이 은행 대출을 받거나 외부 기관에  재직증명서를 낼 때도 사용된 이름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5163부대라고 재직증명서에 적혀 있어서 군무원인 줄 알았는데, 주소지가 국정원과 같은 내곡동이었다”라고 말했다. 대출 업무를 맡았던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을 대상으로 대출 업무를 했는데, 재직증명서에 ‘7452부대’라고 되어 있어서 본점 심사부에 문의하니 국정원이라고 알려주었다. ‘7452부대’라는 재직증명서를 제출하면 재직 여부에 대한 확인 없이 대출이 진행된다며 심사부에서 대출 승인을 해주었다”라고 말했다.

대외용으로 쓰는 5163부대나 7452부대라는 이름은 둘 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이 깊다. 북파 공작원도 한때 중앙정보부 5163부대 소속이었는데, 5163부대 이름은 5·16 쿠데타 때 박정희 소장이 새벽 3시에 한강철교를 넘었다는 데서 숫자만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7452부대는 1972년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이 발표한 7·4 남북공동성명과 관련이 있다. 당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은 협상을 위해 극비리에 판문점을 건너가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 국정원 전신인  중앙정보부의 수장 이후락이 판문점을 넘어간 날이 바로 5월2일이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7·4 남북공동성명에서 ‘74’와 중정부장이 처음으로 분단선을 넘은 5월2일의 ‘52’를 따서 7452부대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국정원에 영상 납품을 한 적 있는 동영상 제작자의 통장 계좌.

5163부대나 7452부대 명칭 전에 국정원이 즐겨 사용한 위장 이름은 주로 ‘00문화사’ ‘000연구소’ 따위였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검찰은 새누리당 전신인 민자당(신한국당)이 1995년 지방선거와 1996년 총선에서 1000억원이 넘는 안기부 예산을 빼돌려 선거자금으로 썼다는 이른바 ‘안풍’ 수사를 벌였다. 당시 검찰의 계좌추적 결과 안기부가 시중은행에 개설한 계좌명이 드러났는데, 이때 안기부의 위장 이름이 ‘세기문화사’ ‘우주홍보사’ ‘국제문화연구소’ ‘동진문화원’ ‘일신문예진흥원’ ‘태양문화사’였다. 사정기관의 관계자는 “이때 이후 세기문화사 같은 이름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고제규 기자 unjusa@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