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아들 위해' 음료수 훔친 할머니
음료수 3박스 훔쳐…익산경찰서 이웃돕기 나서
(익산=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지난 1일 백발의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 한 분이 전북 익산경찰서 강력계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경찰서와 어울리지 않은 분위기의 이 할머니는 우두커니 담당 형사 앞 의자에 앉아 한숨을 연방 내쉬었다.
올해 79세인 할머니는 보호자나 피해자가 아닌 절도를 저지른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8월과 9월 익산시 평화동의 한 상점에서 음료수를 훔쳤다.
지적장애가 있는 40대 아들과 생활하는 할머니는 아들과 함께 마시려고 음료수를 훔쳤다고 자신의 죄를 시인했다.
할머니는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관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죄를 달게 받겠다고 사죄의 뜻을 내비쳤다.
경찰에서 확인한 결과 할머니는 자신의 말대로 지적장애 2급인 아들과 함께 익산시 중앙동의 폐상가에 살고 있었다.
아들에게 나오는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으로 두 식구가 생활하고 있지만, 턱없이 적은 액수여서 생활하기에는 빠듯했다.
특히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연료비 등 추가 비용이 들어가 생활은 더 곤궁해졌다.
다른 자식들이 있는 할머니에게는 정부지원금조차 나오지 않았다.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들은 익산경찰서 형사들은 조사를 마치고 할머니를 모셔다 드리기 위해 할머니의 집을 방문했다.
10여평 남짓의 폐상가에는 온갖 잡동사니와 쓰레기, 쥐가 들끓고 있었다.
장애가 있는 아들과 할머니의 건강조차 위태로운 상태였다.
범죄를 저지르기는 했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형사들은 4일 관계기관과 협조해 할머니의 집을 치우고 화장지와 과일, 음료수, 라면 등 생필품을 전달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할머니가 너무 딱한 환경에 살고 계셔서 안타까웠다"면서 "선처를 하고 싶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고 있어 입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대한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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