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광우병 촛불, 시민단체가 모은 것 아니다"

류인하 기자 2013. 10. 3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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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손해배상청구 소송 5년 만에 전부 패소"경찰 상대 상해·손괴 등 불법행위 증거 없어"

정부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주도한 시민단체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시민단체들이 수만명에 달하는 불특정 다수 시민들이 장기간에 걸쳐 집회·시위에 참여하도록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폭력시위를 준비·방조했다고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윤종구 부장판사)는 31일 정부가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단체와 이 단체의 간부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번 판결이 내려지기까지는 5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사이 검찰은 집회 참가자 중 43명을 구속기소하고, 16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1050명에게 벌금형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정부는 이들 단체가 2008년 5~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호송버스 등을 파손했다며 그해 7월 5억17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시민단체가 계획적으로 불법시위를 계획해 시민들을 광장에 모이게 하고 과격시위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집회 참가자들이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상 야간집회 금지 조항과 정부의 쇠고기 수입고시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낸 헌법소원 결과를 지켜본 뒤 재판을 진행하기로 해 2010년 6월 재판이 중단됐다.

헌재에서 야간집회 금지는 헌법불합치, 쇠고기 수입고시는 합헌 결정이 나왔고 재판부는 올 4월 재판을 재개했다.

재판부는 정부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부는 구체적인 가해자와 가해장소, 가해원인에 대한 특정 없이 약 2개월간 수만명이 참가했던 집회와 시위 기간 발생한 모든 인적·물적 손해·손실을 시민단체가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집회·시위에 참여한 수만명의 사람들, 구체적인 상해 및 손괴행위를 한 사람들과 시민단체의 관계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어야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시민단체의 지휘를 받는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증거는 없다"며 "일부 상해·피해의 경우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지만 제출자료만으로는 특정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소송을 제기한 날로부터 5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지만 정부는 경찰이나 전경 등의 상해치료에 관한 증거 외에 시민단체가 촛불집회를 주도해 불법집회를 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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