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은 휴가 가고 인턴은 일하고

파리·최현아 편집위원 2013. 10. 2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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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인턴제도는 사회당 정부인 미테랑 대통령 시절에 발전했다.

학교 교육이 직업 교육으로 잘 연결되지 않는 것을 고려해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쉽게 고용시장에 편입될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것이 인턴제도의 취지였다.

프랑스에서 인턴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발급받은 인턴 협약서를 기업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 교육기간 외 인턴을 금지하고 기업 내 인턴 수를 제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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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여름철 직원들이 휴가를 떠났을 때 인턴들이 회사를 지킨다. 국가 전체의 고용 규모를 줄이는 데 악용된다.

프랑스에서 인턴제도는 사회당 정부인 미테랑 대통령 시절에 발전했다. 학교 교육이 직업 교육으로 잘 연결되지 않는 것을 고려해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쉽게 고용시장에 편입될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것이 인턴제도의 취지였다. 그러나 이 같은 취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퇴색되고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의 노동력을 값싸게 활용하는, 기업의 인턴 남용이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지난 2월21일자 〈르몽드〉에는 언론학 대학원 과정을 마친 클레르 씨가 무급 인턴으로 일하며 겪은 불합리한 처우들이 소개되었다. 그녀는 지방의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1년6개월 동안이나 무급으로 일했을 뿐 아니라 학교에 고액의 수업료까지 지불해야 했다. 프랑스에서 인턴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발급받은 인턴 협약서를 기업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클레르 씨는 이 인턴 협약서를 얻기 위해 학교에 700유로(약 102만원)를 지불했다.

ⓒAFP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무급 인턴제 반대 시위.
인턴을 마치고 나서도 그녀의 실망은 이어졌다. 클레르는 자신이 1년6개월 동안 무급 인턴으로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고용센터 직원은 그녀의 이력서를 보고 “경력이 없다”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클레르는 그간의 인턴 경험을 설명하며 직원의 평가를 반박했지만 “고용되지 않은 상태에서 쌓은 경험은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녀는 “지난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더라. 자괴감과 모욕감을 느꼈다”라고 토로했다.

기업들은 경험을 쌓길 희망하는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 학생들은 이력서의 경력 난이 비는 것과 실업자로 전락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들인다.

기업들의 부당한 인턴 사용이 가장 두드러진 시기는 정규 직원들이 휴가를 떠나는 7~8월이다. 청년 인턴의 권리를 찾기 위해 활동하는 협회 ‘불안한 세대(generation precaire)’에 따르면 여름철 직원들이 대거 휴가를 떠났을 때 인턴들이 회사를 지키는 사례가 두드러진다고 한다. 언론사를 비롯해 시청·대사관 같은 공공기관, 백화점, 은행 등 다양한 직장에서 인턴들이 휴가 간 직원들을 대체한다.

바캉스 시기가 되면 관광·여행 분야에서도 인턴 착취가 눈에 띄게 는다. 유명한 관광지에서 열리는 공연이나 축제에서 인턴으로 일한 후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심지어 숙박비나 식대 등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인턴제도가 고용시장 파괴

문제는 이런 기업들의 인턴 활용이 여름 한철 직원들의 부재를 메우는 데 활용될 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고용 규모를 줄이는 데 악용된다는 점이다. 2011년 프랑스 은행 BNP의 경우 3년 동안 인턴 고용은 68% 증가한 반면 정직원 채용은 58%나 감소했다고 한다. 이 사례는 기업들이 인턴을 많이 쓸수록 직원 고용에는 소극적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인턴제도가 고용시장을 파괴하는 구실을 하는 셈이다.

올랑드 정부는 대선 전부터 불합리한 청년 인턴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사회당 정부는 올해 5월 기업을 비롯해 공공기관·병원·협회를 대상으로 인턴 기간이 2개월을 넘길 경우 특별수당으로 월 436유로(약 63만 5000원)를 지불해야 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또한 학교 교육기간 외 인턴을 금지하고 기업 내 인턴 수를 제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파리·최현아 편집위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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