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치킨집의 비밀' 완벽 분석

2013. 10. 1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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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통계와 인포그래픽으로 본 한국 치킨의 모든 것

전국에 2만9천여 점포…반경 1㎞마다 점포 하나

도대체 치킨점이 얼마나 많길래? 지난달인 9월23일 2.8km 떨어진 두 치킨업체 간에 영업구역 다툼이 벌어졌다. 한 치킨점 종업원과 다른 치킨점 사장 사이에 뺨을 때리고 팔을 꺾는 시비가 벌어졌다. 놀랍게도 두 가게는 매형 가게와·처남댁 가게였다.

▶관련기사 : '막장 드라마' 치킨집 전쟁…처남·매형도 갈라놔

왜 이런 '막장 드라마'가 펼쳐졌을까? 70~80년대는 지천에 깔린 게 '다방'이었다. '산업화'의 물결을 타고 농촌에서 올라온 여성들을 다방이 흡수했다. 아이엠에프(IMF) 구제금융 이후에는 '피시(PC) 방'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명예퇴직한 직장인들이 세련돼 보이고 그나마 허드렛일이 적은 업종을 택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치킨점과 커피샵이 그 자리들을 대신하고 있다. 은퇴 뒤 재취업이 어려운 50대 베이비붐 세대와 취업난을 겪는 20대 청년층이 치킨점과 커피샵 등 진입 장벽이 낮은 일부 업종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협할만큼 치열해진 경쟁이 혈연조차도 매정하게 등돌리도록 만든 것이다. '치킨집 버블이 한국 경제의 걱정거리'라는 외신 보도까지 나올 정도다.(<월스트리트저널> 9월 15일자 인터넷판)

광역자치단체별 치킨 전문점 현황

<한겨레> SNS팀은 가장 최신 자료인 2011년 말 기준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전국의 치킨 전문점 수를 조사했다. 우선, 전국적으로 2만9천95개의 치킨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점포 1개가 상대하는 상권 인구는 1744명이었다. 치킨점들이 얼마나 좁은 시장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치킨을 먹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과 노인들, 조류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한약 복용 때 닭을 먹지 않는 사람, 아기 피부가 좋지 않을까봐 닭을 먹지 않는 임산부 등을 제외하면 치킨점 1개가 상대하는 시장은 더 좁아진다. 비공식 통계로는 현재 치킨점이 3만개를 넘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번에는 전국 점포간 평균 반경을 재보니 1047m였다. 대략 남한 땅 반경 1㎞마다 1개씩 치킨점이 있다는 얘기다. 국립공원, 도립공원, 산악지대, 논바닥, 강 위에는 치킨점이 없다. 그러니, 치킨점이 얼마나 조밀조밀하게 모여있을지 짐작할 수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통계청이 '치킨 전문점'으로 분류한 이 통계에는 '치킨을 여러 안주 중 하나로 내놓는' 호프집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이 거의 치킨점으로 인식하는 호프집들까지 합하면 대한민국이 '닭 세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번에는 광역자치단체별로 치킨점 상권 반경 등을 조사했다. 상권 반경이 가장 짧은 광역자치단체는 예상대로 서울시였다. 서울에는 모두 4388개의 치킨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반경 210m마다 치킨점이 한개씩 있는 꼴이다. 하지만 한강 위에는 치킨점이 없다. 강변북로나 올림픽도로에도 치킨점이 없다. 물론, 치킨을 주요 안주로 내놓는 '호프집'도 제외돼 있다. 좀 과장해서 얘기하면, 치킨점간 거리가 닭다리보다 짧은 셈이다.

서울 다음으로 치킨점이 밀집된 지역은 2178개의 점포가 있는 부산으로, 반경 340m마다 점포가 한개씩 있었다. 이어서 대전(410m), 대구(410m), 광주(440m), 인천(480m) 등 대도시권의 상권 밀집도가 높았다. 상권 반경이 가장 긴 지역은 1251개의 점포가 있는 강원도로, 반경 2.07㎞마다 한개씩 치킨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강원도가 대체로 산간지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적은 숫자는 아니다.

서울은 치킨점이 '닭닭닭'(다닥다닥) 붙어있지만, 점포 1개당 상대하는 상권 인구가 2336명으로 전국 평균 1744명을 웃돌아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전남, 인천, 전북, 제주도 역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치킨점 간 거리가 가장 긴 강원도는 통계수치로만 보면 치킨점 1개가 1228명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하는 전국 최악의 영업환경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군부대 유동인구라는 '숨겨진 시장'이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착시 현상' 이다. 강원도를 제외하면 경북(1343명)과 울산(1386명)이 힘겨운 과당경쟁을 해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군·구별 치킨 전문점 현황-점포수

점포수 최다 '치맥사랑' 대구 달서…전북 진안은 1개

광역자치단체별로 치킨 전문점 상권을 분석한 뒤 이번에는 252개 시·군별 상권을 대상으로 좀더 현미경을 들이대봤다.

전국에서 치킨 전문점이 가장 많은 지역은 대구 달서구로, 391개가 모여있었다. 대략 반경 225m마다 치킨점이 1개씩 있는 꼴이었다. 이어 경남 김해시(335개), 경북 구미시(320개) 등으로 치킨점이 많았다. 특히 대구는 달서구 이외에도 북구(316개)가 전국 5위를 차지했다. 대구 달서구청 관계자는 "우리나라 광역시 자치구 중에서는 달서구가 서울 송파구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데다(61만명) 대구에서 치킨의 인기가 높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젊은층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구의 '치킨 사랑'은 유명하다. 무더운 날씨 때문에 과거부터 치킨과 맥주를 함께 먹는 이른바 '치맥'이 유행했다. 교촌치킨과 땅땅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페리카나 등이 모두 대구에 기반을 두고 시작해 전국 프렌차이즈업체로 성장한 치킨 업체들이다.

이에 비해 전국에서 점포가 가장 적은 시·군·구는 전북 진안군으로 1개의 치킨 전문점만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치킨 불모지'인 셈이다. 그래도 설마 1개만 있으랴. 진안군청 관계자는 "치킨 전문점은 1개밖에 없는 것 같긴 한데, 호프를 함께 파는 치킨집은 읍내에 15~20개 정도는 된다"고 설명했다. 호프를 팔고 치킨이 여러 안주 가운데 하나이면 통계가 치킨 전문점으로 잡히지 않는다. 어찌됐든 대도시처럼 치킨점이 전문화돼 있지는 않다는 뜻이다. 섬이 많은 전남 신안군은 치킨 전문점이 6개로, 진안군에 이어 점포수가 가장 적었다.

시·군·구별 치킨 전문점 현황-상권인구

'강원도 치킨'은 군인이 주요 고객

이번에는 상권 인구를 분석해봤다. 역시 점포수가 적은 전북 진안군(2만8473명)과 전남 신안군(7392명)의 치킨점들이 가장 많은 상권인구를 상대로 영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가장 적은 상권인구를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치킨점들은 어디에 있을까. 강원 화천군(804명), 양양군(846명), 철원군(874명) 등으로 대부분 강원도 지역에 있었다.

강원도 산간 지대에서, 그것도 겨우 800명을 대상으로 치킨점을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아이나 노인, 조류 음식 알레르기 보유자 등 가릴 것없이 800명이 하루 건너 번갈아가며 1만5천원짜리 통닭 한마리를 통째로 먹어도 한달 매출이 600만원이다. 원가와 인건비를 고려하면 겨우 입에 풀칠 할 수 있는 수준이다. 화천군청 관계자에게 직접 통화를 한 뒤 '강원도 치킨점의 힘'을 알 수 있었다. 군청 관계자는 "화천군에만 7개 사단이 주둔하고 있다. 주민들은 2만5천명밖에 안되지만, 군인들까지 합치면 6만5천명"이라며 "군인들이 외박, 외출을 할 때나 면회 오는 사람들이 치킨점에 꼭 들르게 된다"고 귀뜸했다. 강원도 양양, 철원, 인제, 연천(경기) 등의 사정이 엇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시·군·구별 치킨 전문점 현황-상권면적

150m마다 하나씩…'통닭골목' 수원 팔달

전국 시·군·구 가운데 과밀 상권 지역, 즉 반경이 가장 짧은 지역은 어디일까? 1위는 반경 157m마다 치킨점이 1개씩 있는 수원 팔달구였다.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이것은 '뉴스'는 아니다. 팔달구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행안동 치킨골목이 있다. 약 10개의 통닭집이 이 좁은 거리에 어깨를 맞대며 모여 있다.

△수원 팔달구 '통닭골목'. 번호표를 받고 대기하는 손님들로 거리가 복잡하다. 박미향 기자

▶관련기사 : 여기가 바로 통닭천국이로구나

부산 중구와 동래구, 서울 동대문구 등은 상가와 인구 밀집지역이라는 점에서 색다른 특징을 발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픽 조승현 / 이용인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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