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아니라 벌레?" 한심한 서울대생들의 왕따 문화

2013. 10. 1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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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좋겠다. 내신 성적만 잘 따서 여기 들어오고."

2011년 서울대의 한 교양수업 쉬는 시간에 오간 얘기를 친구에게서 전해들은 당시 신입생 A씨(22·여)는 귀를 의심했다. 지역균형선발 전형으로 입학한 그를 두고 학생들이 이런 험담을 늘어놓았다. "나도 시골에서 학교 다녔으면 쉽게 서울대 왔을 텐데" "누구는 특목고에서 힘들게 공부하고, 누군 지방에서 놀다 들어오고" 등의 비아냥이 한동안 이어졌다.

A씨는 "모르는 사람도 아닌 같은 과 동료들이 공공연하게 그랬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입학 후 성실히 공부해 왔는데도 색안경을 쓰고 바라봐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 지성의 전당으로 꼽히는 서울대에서 낯부끄러운 '왕따' 행위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역균형선발을 비롯해 저소득층·농어촌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입학생들이 따돌림의 대상이다. 이런 현상은 서울 강남 등 사교육 열기가 높은 지역이나 특목고 출신 입학생들이 이들을 깔보는 데서 시작됐고, 가정환경이나 출신지역 등 '출신성분'을 트집잡아 흉보는 상황으로까지 증폭됐다.

14일 서울대의 학생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 지역균형선발 출신 학생들을 비하하는 글들이 손쉽게 검색됐다. 한 재학생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이번 입시에 '지균'으로 합격한 학생 중 수리 5등급이 있다는 말이 있다"며 "수능 5등급 실력으로 내신 1등급을 받았으니 출신학교 수준이 뻔하다"고 비아냥댔다. 심지어 '지균충'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지역균형선발의 약자 '지균'에 '벌레 충(蟲)'자를 합쳐 폄하하는 말이다. 저소득층·농어촌학생·장애인·북한이탈주민 등을 대상으로 한 기회균등선발 특별전형 출신 학생은 '기균충'이라고 불린다.

지역균형선발로 입학해 최근 졸업한 06학번 B씨(26)는 "2006년에는 지금보다 수시 비중이 작아 어떤 전형을 통해 들어왔는지 손쉽게 파악됐다"며 "입학 초부터 지역균형선발 학생들은 사적 모임이나 과제 등에서 알게 모르게 무시를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일반전형 출신인 11학번 C씨(23·여)도 "이른바 '강남 8학군' 출신에 비해 다른 지역 학생들이 내신 성적에서 이득을 보는 건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일부에서 사회적 배려자 전형 출신 학생들을 '거저먹었다'며 폄하한다"고 말했다.

지역균형선발은 지역 인재를 뽑기 위해 서울대가 2005년부터 시행했다. 사교육이 발달한 수도권 학교에 비해 수능 성적과 심층면접에서 불리한 소외지역 학생을 배려하자는 취지다. 수능 점수는 평가하지 않으며 수능 최저학력 기준 충족 여부만 확인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졸업 성적은 어떨까. 서울대가 2005년 입학한 학생들을 8학기 동안 추적한 결과 지역균형선발 입학생 581명의 8학기 평균 학점은 4.3점 만점에 3.37점이었다. 반면 정시모집 입학생은 3.21점, 특기자 전형 입학생은 3.36점을 받았다. 지역균형선발 입학생들은 첫 학기 학점이 다른 전형 입학생보다 낮았지만 4년 후에는 큰 폭(0.41점)으로 오르며 다른 학생들을 압도했다. 누가 서울대의 명성에 누를 끼치는지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는 "2005년 입학자 외에 전수조사를 다시 시행한 적은 없지만 여전히 지역균형선발 학생들의 학점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성은 박요진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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