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초본 열람 뒤 '내 의도와 다르다'며 수정본 지시"

정제혁 기자 2013. 10. 3.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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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발표한 당시 정황

참여정부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않은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로 드러남에 따라 이른바 '사초 실종' 논란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정상회담 희의록 초본을 비롯한 최소 100건 이상의 문건이 'e지원'에 탑재됐다 삭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모두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e지원에 탑재됐다 삭제된 문건에 담긴 내용이 공개될 경우 커다란 정치적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린 가운데 2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자리를 떠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 수정본 e지원 탑재 시점 전후로 '초본 삭제' 추정삭제된 문건 100여건… 내용 공개 땐 정치적 파장

■ "e지원 관리 책임자 박모씨 삭제"

검찰 조사 결과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뒤 청와대는 정상회담 녹음파일을 특수장비가 있는 국가정보원에 보내 녹취를 풀도록 했다. 국정원은 녹취를 풀어 회의록 초본을 만든 뒤 청와대에 전달했다. 청와대에 전달된 회의록 초본은 e지원에 탑재돼 노 전 대통령도 열람했다. 회의록 초본을 열람한 노 전 대통령은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왜 저렇게 말한 것으로 돼 있는지 모르겠다"며 표현을 다듬은 수정본을 만들도록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청와대 인사는 회의록 수정본을 만들어 e지원에 탑재했고, 한 부는 복사해 국정원에 보관하라고 넘겼다. 국정원은 해당 수정본을 1급 국가기밀로 지정해 보관하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3월 2급 기밀로 강등했다. 국정원은 지난 6월 정상회담 회의록 수정본 전문을 공개했다.

참여정부가 정상회담 회의록 수정본을 만들어 e지원에 탑재한 시점을 전후로 노 전 대통령은 회의록 초본을 e지원에서 삭제토록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e지원 관리책임자 박모씨는 회의록 초본을 e지원에서 삭제했다. 박씨는 e지원의 모든 비밀문서에 접근하기 위해 필요한 암호와 비밀번호를 혼자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e지원에는 삭제기능이 없으나 마음만 먹으면 삭제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검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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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소 100건 이상 기록물 삭제

검찰은 대통령기록관과 대통령기록물관리시스템(PAMS), '봉하e지원'을 분석해 정상회담 회의록 초본을 비롯한 최소 100건 이상의 기록물이 삭제되거나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검찰은 봉하e지원에서 회의록 초본을 비롯한 다수의 기록물이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 봉하e지원은 참여정부 문서관리시스템인 e지원을 통째로 복사한 것으로 사실상 e지원의 원본이나 마찬가지다.

검찰이 봉하e지원에서 확인한 삭제 문서 중에는 정상회담 회의록 초본이 삭제된 경위를 보여주는 문건도 여럿 포함돼 있다. 검찰은 이 문건을 모두 복구한 뒤 분석해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정상회담 회의록 초본이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이 확인한 삭제 문서 중에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와 관련된 다른 기록물과 그외 정치적 현안과 관련된 기록물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문건들 역시 모두 복구했다.

■ 영상기록물 일부도 수정 흔적 발견

검찰은 참여정부가 대통령기록물 또는 대통령지정기록물에 해당하는 정상회담 회의록 초본과 수정본을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않은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정상회담 회의록 초본을 삭제한 것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에 해당될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상회담 회의록은 반드시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돼야 할 것"이라며 "이관되지 않았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고, 삭제됐다면 문제가 더 크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돼 있는 영상기록물 등에서도 일부 수정된 흔적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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