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노인단체들, 기초연금 공약파기에도 박근혜정부 '두둔'

2013. 9. 2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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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어버이연합 "정부 재정 이해해줘야"… 은퇴자연합회·노년유니온 "약속파기" "사기죄 고발 검토"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모든 65세 이상 노인에게 20만원(현재 지급 기초노령연금의 두배)까지 올려주겠다던 박근혜 정부의 핵심공약이 정부출범 7개월 만에 대폭 후퇴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정작 공약의 대상자인 노인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노인단체들이 박근혜 정부를 옹호하는 입장을 내놓아, 다른 노인단체들로부터 비판을 사고 있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를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수준 하위 70%로 제한하는 한편,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적게 받고, 짧을수록 많이 받는 방식으로 차등지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득수준 하위 70% 미만인 노인의 경우 가입기간이 길어도 최소 10만 원은 받을 수 있도록 보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여러 시민단체 등에서는 국민연금을 많이 내고도 기초연금은 정작 적게 받는 모순된 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무엇보다 철썩같이 약속했던 박근혜 대통령을 믿고 표를 준 유권자들에 대해 공약파기라는 비판이 더 거세어지고 있다.

김영호 보건복지부 기초연금과 서기관은 23일 "내일 기자들에게 기자설명회가 예정돼 있는데, 그렇게 단순하게 보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며 "소득수준 하위 70% 노인의 대부분은 20만 원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금은 정리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작 수혜 대상자인 노인들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노인단체에서는 정부의 이런 입장을 두둔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초연금 공약 실천과 여론수렴을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구성한 자문기구인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 위원으로 참가한 대한노인회의 강세훈 행정부총장은 23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차등지급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며 "소득 200만 원 받는 이들과 한 푼도 없는 이에게 20만 원을 다 주는 것은 안맞다는 것이 국민행복연금위원회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강 부총장은 "정부 재정을 고려하지 않고 20만 원을 다 내놓으라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 우리 대한노인회의 입장"이라며 "보편복지라는 것이 이건희와 거지에게 동일하게 주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공약 파기 비판을 두고도 강 부총장은 "공약 이행과 불이행으로 봐선 안된다. 그것은 정치권에서 평가할 일로, 우리가 정치적 논쟁에 끼어들 필요는 없다"며 "복지 재원이 무상보육, 무상급식도 못하겠다고 나올만큼 재정이 어려운데 취임 첫해부터 약속 지키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지난 6월 열린 '노후를 지키기 위한 국민연금 1045운동' 전국 캠페인 선포식에 참가한 어르신들.©연합뉴스

노인단체에서 노인이 아닌 정부 입장을 너무 이해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강 부총장은 "우린 어느 정부였을 때도 (주요 정책에) 반대하지 않아왔다"며 "정치권이 시비하고 국민들이 표로 심판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종문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안산지부장도 "어른들이야 주면 좋아하겠으나 국가경제가 넉넉지 않으니 무작정 돈 내놓으라 할 수 있느냐"며 "우린 (현재 받고 있는) 9만5000원으로도 만족한다. 더 준다고 생각하면 그런가보다 생각하지 이를 갖고 서운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노인들은 경제가 어렵다는데 돈 10만 원 더 달라고 하겠느냐"며 "그것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 때문에 표 찍고 안 찍고 한 것 아니다"라며 "노인정 물어봐도 그렇게 관심 없더라"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인단체의 의견이 대다수 노인들의 여론과 정서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명룡(67) 대한은퇴자연합회장은 이날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전형적인 (박 대통령의) 약속 파기로, 결국 똑같은 기초노령연금에서 '노령'자만 떼 버리고 원래 20만 원 받을 것을 앞당겨 받은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주 회장은 "우리가 지난해 입법과정에서 소득별로 차등지급하자 했으나 경쟁적으로 올리더니 '모든 노인에 20만 원' 공약이 나왔다"며 "못지킬 공약이라 했으나 계속 할 수있다 하니 그럼 공약을 지키라고 했다. 그런데 결과가 이렇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국민들에게 대통령이 거짓말한 것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 만큼 호소력 있는 양해를 구하거나 복지축소 설득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 회장은 노인회와 어버이연합의 입장을 두고 "노인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주장으로 지금 대한민국의 사회단체로서 노년정책에 관여하는 단체가 없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도 그런 위원회에 과거에 끼었던 적도 있으나 이번엔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도 "대한노인회 회원들의 정서가 있는데 왜 간부들이 그렇게 묵살하느냐"며 "이는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정부 얘기 잘 들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게 친여 성향을 띠는 것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고 처장은 "대한노인회는 보통 노인의 이해관계 대변해줄 수 없다"며 "이런 대한노인회를 정부가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 처장은 "대통령이 이 공약을 하는 바람에 어르신 표를 많이 가져왔고, 박 대통령 스스로 대선 과정에서 모든 노인에 20만 원을 주겠다고 언급한 것이 있는 만큼 진영 장관 사퇴와 함께 박 대통령도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처장은 "노인 소득분포를 조사하니 기초연금 20만 원으로도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올 정도로 기초연금액 증액의 필요성이 있는데, 그나마 주겠다는 20만 원을 못주지겠다는 것은 결국 어르신의 빈곤을 더 강화시켜 자살로 내모는 살인행위가 아니냐는 생각까지 든다"며 "어르신들은 지금 심한 배신감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 처장은 "많은 어르신들은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 주게 되면 최종적으로 노인복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는데,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에도 또 속았다는 것"이라며 "완전히 먹튀공약이었다"고 지적했다.

고 처장은 "이런 식으로 모든 정치인들이 공약 내걸고 당선된 이후 나몰라라 하면 이대로 정치문화를 놔둬야 하겠느냐"며 "어르신을 속인 혐의로 박근혜 대통령을 사기죄로 고발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행복연금위원회 실무위원회에 참석했던 이재훈 민주노총 사회공공성 부장은 "노후는 모두에 해당되는 것이며, 현세대 노동자들은 부모세대를 부양하니 이를 제도적으로 만들자는 것이 기초연금"이라며 "그런데 정작 대한노인회가 현세대 노인의 어려운 생활을 대변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우리가 국민연금 1045운동이라는 캠페인을 벌였는데 어르신들은 20만 원을 유용하게 쓸 수 있다는 어른도 많았다"며 "그만큼 생활자체가 어렵고, 부양 자체가 잘 이뤄지고 있지 않는 세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도 대한노인회가 그런 주장하는 것은 노인의 노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는 또 이런 점을 악용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기수 보건복지부 부대변인은 "그런 제반 사항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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