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역사교과서 인터넷 사진으로 도배

김지은기자 2013. 9. 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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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개 중 절반 이상이 구글·네이버 등 포털서 가져와..역사 연표엔 김대중 정부 출범시기 누락民主 김태년 의원실 분석

역사 왜곡 논란이 일고 있는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실린 사료(史料) 사진 300여장이 구글, 네이버 등 인터넷에서 가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승만 전 대통령과 관련해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게시물까지 사료로 실으면서 역사연표에 김대중 정부의 출범 시기는 빼놓은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태년 민주당 의원실이 교학사 교과서에 실린 사진 561개의 출처를 분석한 결과, 58.3%인 327개가 포털, 블로그 등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은 사진으로 나타났다. 이는 교과서 뒤쪽의 '사진 및 인용자료 출처'에 나타나 있다.

교학사 교과서의 사진 출처는 구글이 204개로 가장 많았고, 네이버가 75개, 네이트가 23개, 블로그인 티스토리 18개 등이었다. 교학사 교과서와 함께 검정에 최종 합격한 다른 출판사 교과서의 경우 인터넷 출처는 두산동아ㆍ리베르ㆍ미래엔ㆍ천재교육 0건, 지학사 1건에 불과하고 많은 편인 비상교육도 30건에 그쳤다(금성교과서는 미제출).

부정확한 출처도 확인됐다. 제주 4ㆍ3 사건의 자료사진은 출처가 충남 공주의 한 교회 홈페이지로 돼 있다. 그러나 김태년 의원실에 따르면 사진의 원 출처는 미국문서기록관리청으로 제주4ㆍ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가 출간한 '제주 4ㆍ3 사건 진상보고서'에서 재인용된 것이었다.

또 "당시 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는 지도자"라는 해설과 함께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42년 6월 '미국의 소리' 방송에서 한 일본 비판 발언의 출처는 디시인사이드(gall.dcinside.com)로 돼 있다. 정확한 주소는 없지만 회원이 올린 게시물을 근거로 기술한 것으로 추정된다.

'교과용 도서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기준'은 '사료, 지도, 연표, 도표, 사진, 통계 등의 자료는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것을 선별하며 출처를 정확히 제시한다'고 못박고 있다. 또 인터넷 자료의 경우에도 '웹 사이트 등의 자료는 공인된 기관의 신뢰성 있는 것을 제시한다'고 돼 있다.

통계 짜깁기 의혹도 나왔다. 교학사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발전과 현대 세계의 변화' 단원에 실린 '한국 현대 시기의 중학교의 성장' 표에서 1945~60년 중학교 숫자와 교원, 학생 수를 적어 놨다. 그러나 이 자료의 출처인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한국근현대교육사'는 1945~51년 중ㆍ고교가 구분되지 않아 둘을 합친 숫자라고 돼 있다. 2012년 5월 외교부가 발표한 한국의 평화유지군(PKO) 통계 자료를 2009년치로, 유엔이 2011년 발표한 PKO 통계 자료를 2012년 외교부 자료로 둔갑시키기도 했다. 이밖에 역사연표에는 김대중 정부의 출범 사실을 빠뜨렸다.

김태년 의원은 "교과서는 가장 신뢰도가 높은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돼야 하는데, 교학사 교과서는 사진이나 사료의 출처가 부정확하거나 왜곡의 소지가 있는 것이 많다"며 "기본도 갖추지 못한 교과서가 검정에 합격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교과서 집필자 중 한 명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한국현대사학회 회장)는 "자료의 출처로 신뢰도를 판단하는 건 무리"라며 "역사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자료를 보고 믿을 만하다고 판단한다면 실을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 교수는 "이제까지 언론을 통해 제기된 왜곡이나 오류 논란 중 교과서 내용을 바꿀 정도로 납득할 만한 건 없었다"며 수정 가능성도 일축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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