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의원 해명과 다른 체포동의요구서 범죄사실과 '녹취록'

2013. 9. 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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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

[기사 보강: 2일 오후 5시 31분]

▲ 밀착경호 받는 이석기 의원

내란예비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8월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내곡동 국정원 앞에서 열린 '국정원 내란음모 조작, 공안탄압 규탄대회'에 참석한 뒤 통합진보당 관계자들로부터 경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수원지방검찰청 공안부는 지난 30일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 유성호

국회는 2일 법무부가 송부한 형법상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통합진보당(아래 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접수했다. 또한 이석기 의원 등이 참석한 5월 12일 회합 녹취록 요약본을 보도했던 < 한국일보 > 가 2일 A4 62쪽 분량의 전문을 공개했다.

체포동의요구서에 적시돼 있는 이 의원의 '구체적 범죄사실'과 한국일보가 공개한 녹취록 내용을 보면 이석기 의원이 해명한 것과는 상당 부분 달랐다. 이에 < 오마이뉴스 > 는 가능한 한 원문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면서 내용을 분석했다.

이석기 진보당 의원은 지난 8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스로를 "뼛속까지 평화주의자"라며 회합 녹취록 내용에 대해서도 "왜곡을 넘어 허구"라고 반박했지만, 이날 공개된 녹취록 전문을 보면 이 의원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들이 여러 군데 등장한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의원은 "전 세계 최강이라는 미 제국주의와 전면으로 붙어서 조선 민족의 자랑과 위엄과 존엄을 시험하는 전쟁에서 승리의 시대를 후대에게 주자"거나 "우리가 싸우는 대상이 바로 북이 아니라 외래 침략자라는 것"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체포동의요구서에서 검찰과 국정원은 '이석기 의원이 국회를 혁명투쟁의 교두보로 삼겠다고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요구서에 첨부된 범죄사실에 따르면 이 의원이 조직원 등에게 "각자의 직장이나 활동 장소를 제국주의 상대 전쟁의 '초소'로 삼아 투쟁할 것"을 주문했다는 것.

이 의원은 지난 5월 12일 서울 마포구 마리스타교육수사회에서 열린 비밀모임 강연에서 "3월 5일자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에서 정전협정을 무효화했다, 정전협정을 무효화한다는 것은 전쟁인 것"이라며 "도처에서 동시 다발로 전국적으로 전쟁을 준비하자"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공격 명령이 떨어지면 속도전으로"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총공격 명령이 떨어지면 속도전으로, 일체감으로 강력한 집단적 힘을 통해 각 동지들이 자기 초소에 놓인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창조적 발상으로 한순간에…"라고 말했다.

또 그는 북한이 무력혁명투쟁의 상징으로 선전하는 '한 자루 권총 사상'과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을 예로 들면서 "(철탑 등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폭파시키면 그야말로 쟤들(한국 공안기관 등 지칭)이 보면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언급한 것으로도 나와 있다.

이 의원은 당시 남북관계의 위기 국면을 혁명적 계기로 인식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낡은 체계에서 승승장구하는 그 지배세력이 어젯날 그젯날과 그거와 똑같은 영구적인 자기지배 체계를 바라보는 놈들이 그 질서와 체계가 붕괴될 조짐이 드러날 경우에 이긴 거고, 우리는 이 질서와 체계를 근본을 무너뜨리는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고 새로운 미래와 새로운 단계의 새 혁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위기가 아니라 강력한 혁명적 계기"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전의 전쟁과 다른 새로운 전쟁이 전개될 것이라면서 선전전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새로운 전쟁을 진행하기 위해 물질, 기술적 체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필요성 강조하기도

체포동의요구서에 첨부된 범죄사실에 따르면, 회합 자리에서 이 의원은 북한의 핵보유를 강조하고 북핵의 필요성을 조직원들에게 강조했다.

이 의원은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및 3차 핵실험 성공이 "이북 사회의 우월성과 체제에 대한 위력, 그 장단점을 알리는 데 더 위력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사회단체에서 탈핵을 논하는 것 등 나는 탈핵에 반대한다"며 "민족사적인 재고이기 때문에 어마어마하다"고 평가했다. 또 이 의원은 "(북핵이) 자주에 관한, 평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적 원칙에 반하기 때문에 못 놓는다"며 "이게 본질이고 이걸 내놓으면 (미국에) 쥐어 맞는다"고 북핵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정세'를 설명하던 도중 "(미국이) 그래서 2차 핵실험 때 타격을 가한다고 했다고, 그 공식(적으로) 북에다가, 그래서 북에서 어떻게 했어? (미사일을) 쏘라고, 거기 나온 게 이른바 반타격대가 나온 거예요, 타격, 반타격해서. 당시의 반타격의 대장이 위원장 동지라고, 역사적 사실이에요"라고 말했다.

"인터넷에 사제폭탄 매뉴얼 있다"

총기나 폭탄 관련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이 의원의 해명과는 달리, 녹취록과 체포동의서에는 그가 실제로 관련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12일 모임에서 각 권역별 토론 결과 발표에 이어 마무리 발언에 나선 이 의원은 "끝으로 전체 다수의 대중들이 동지들이 모였으니깐 표현을 우회해서 물질, 기술적 총은 언제 준비하느냐"며 "인터넷에 보면 쟤들이(미국 추정) 우리보다 훨씬 치밀하게 향후 조선반도의 정세에 군사적인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인터넷 사이트에 사제폭탄 매뉴얼도 공식도 다 떴는데, 쟤들은(한국 보안당국 추정) 이미 벌써 그걸 추적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맥락상 사제폭탄 준비를 언급하면서도 이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보안당국에 의해 추적될 가능성을 우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지난 4월 16일 미국 보스톤 마라톤 현장에서 압력밥솥 폭탄 두 개가 연달아 터져 180여명이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이 의원은 또 "알게 모르게 침투했던 개량주의, 합법주의, 공산주의 등을 척결하는 주요한 시금석, 물질적 기준이 너무나 분명하다"며 "기본 가치만 서면 정말 물질, 기술 준비의 어마어마한 내용들은 자기 사업장에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자루 권총이란 사상"이라며 "이 한 자루 권총이 수만 자루의 핵폭탄과 더한 가치가 있고 우리가 관점만 서면 핵무기보다 더한 것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예를 들면 보안사항인데, A라는 철탑이 있다고 하자. 그 철탑을 파괴하는 것이 군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 그 방법은 내가 알지 못한다"며 "그런 경우가 무궁무진하다. 존재가 보이지 않는데 엄청난 무기가 있어서 도처에서 전국적으로 그런 세력이 전쟁을 한다면 그 새로운 전쟁에 대한 새로운 승리를 새로운 세상을 갖추자. 언제부터? 오늘부터 하자"고 말했다.

이날의 회합에서 이 의원은 "그야말로 총공격의 명령이 떨어지면 속도전으로 일체감으로 강력한 집단적 힘을 통해서 각 동지들이 자기 초소에 놓여있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창조적 발상으로 한순간에 우리 서로를 위해서 여러분을 믿고 마치겠습니다, 바람처럼 사라지시라"고 발언했다고 체포 동의서는 적시했다.

5월 10일에도 곤지암에서 1차 비밀회합 열어

또 체포 동의서에 따르면 5월 12일의 회합 이틀 전에 이 의원이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청소년수련원에서 조직원 1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차 비밀회합'을 개최했다.

이 의원은 5월 8일쯤 지역책들에게 전체 조직원 소집령을 발령해 이틀 뒤인 10일 오후 10시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청소년수련원에 집결할 것을 지시했다. 이 의원의 지시를 받은 경기중서부 권역 지역책인 홍순석 부위원장은 9일 오후 4시 30분쯤 수원 장안구 영화동 KT 지사 근처 골목에서 한 조직원에게 소집명령을 하달하면서 "수련원 부근에 차를 세우고 핸드폰을 끌 것" 등 보안 수칙을 준수할 것을 지시했다고 체포동의서는 적시했다.

이 의원은 10일 오후 10시 20분쯤부터 10시 30분까지 조직원 130여 명을 집결시켜 제1차 비밀회합을 개최했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현 정세는 혁명과 반혁명을 가르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이 회합이 "우리 민족의 새로운 전환을 새롭게 결의하는 대장정을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고 만회할까에 대한 혁명적 결의를 다지는 자리"라고 규정했다.

이 의원은 또 조직의 지휘성원인 공동피의자 김근래 통진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이 술에 취해 회합에 참석한 모습 등을 지적하며 조직원들의 기강해이 상태와 회합 장소의 보안 상태 등을 이유로 지휘성원들을 질타한 후 연설을 시작한 지 10여 분 만에 조직원들을 해산시켰다고 체포동의서는 밝혔다.

이 의원은 "내가 소집령이 떨어지면 정말 바람처럼 와서 순식간에 오시라, 그게 현 정세가 요구하는 우리의 생활태도이자 사업작풍이고 당내 전쟁 기풍을 준비하는데 대한 현실문제라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라"고 지시한 후 회의를 연기했다. 그는 또 "아이 안고 오지 마시라"며 "전쟁터에 아이를 데리고 가는 사람은 없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의원이 지난 3월 북한이 조선인민군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정전협정 백지화' 등을 선언하자 지역책을 통해 '전쟁대비 3가지 지침'을 하달했다고 체포동의서는 밝혔다.

이 의원이 하달한 3대 지침은 ▲ 비상시국에 연대조직을 빨리 꾸릴 것 ▲ 대중을 동원해 광우병 사태처럼 선전전을 실시할 것 ▲ 미군기지, 특히 레이더기지나 전기시설 등 주요시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것 등이다.

국정원과 검찰은 체포동의요구서에서 "'RO(혁명조직)'의 강령에서 말하는 '남한사회 변혁운동'은 합법·비합법, 폭력·비폭력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 '남한 사회주의혁명투쟁'을 의미하며, 강령 실현을 위해 총책인 피의자 이석기의 지휘 아래 조직원들은 사회단체·지자체·공공단체·정당·국회 등에 침투하여 '혁명의 결정적 시기'를 기다려 왔다"고 밝혔다.

또 이 의원에 대해 "피의자는 과거 행적과 'RO(혁명조직)'의 보위 수칙, 국회의원 신분을 혁명투쟁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태도, 거소지 압수수색 현장에서의 도주 사실 등으로 볼 때 국회의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도망할 염려가 매우 높다"며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석기 "이정희 대표 정세관 편향" 비판도

이정희 진보당 대표와 안철수 무소속 의원에 대한 이 의원의 녹취록 언급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 의원은 지난 4월 초 이정희 대표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한 사실을 거론하며 "그거야말로 현 정세를 바라보는 일관된 편향된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그 당시 긴장국면 대부분이 미국에서 만든 건데, 북에서 마치 그 전쟁을 조장하여 된 것인양 오도할 수 있는, 정치적인 오판할 수 있는 원인을 왜 진보당에서 제공하느냐"며 "그것은 민주당에서 하면 되지 우리는 침묵하면 되는 거예요"라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이 대표의 태도를 "정치적으로 지혜롭지 못한 거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는 '민심의 왜곡된 아이콘'으로 규정한 이 의원은 "(안 의원이) 엄중한 시기에 아무것도 한 게 없다"면서 "당분간 안철수 바람이 불어오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나 대격변기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진보당 분당 사태를 미국의 음모로 규정하는 시각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5월 2일 발표된 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부정경선 결과를 "5·2의 성격을 단순한 장내 쿠데타로 볼 것이 아니라 종파분자들의 당권 찬탈 모의"라며 일련의 과정을 "미 제국주의의 본질적 음모"라고 단정했다.

한편 이석기 의원은 이날 자신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와 관련, "혐의는 내란음모인데, 동의안 사유는 철저히 사상검증,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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