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 할머니 돕는다더니.. 경기도 "예산 없어서" 차일피일

김기중기자 2013. 8. 28.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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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지원조례 시행 불구.. 생활보조비 등 일절 못 받아할머니들 의회 방문 지급 호소

"경기도가 공포한 근로정신대 지원 조례가 1년이 다 되도록 낮잠을 자고 있어요. 제발 68년간 사무친 한을 풀어주세요."

경기 안양에 살고 있는 김성주(84)할머니는 14살 때인 1944년 5월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시켜준다"는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의 말에 속아 일본 나고야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항공기제작소에 끌려갔다. 김 할머니는 허기와 감시 속에 혹독한 강제노역을 강요 받았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사죄도 배상도 받지 못했다. 동생 김정주(81)할머니도 "언니를 볼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이듬해(1945년 2월)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언니가 있는 곳이 아닌 도야마에서 여자근로정신대로 노예 같은 생활을 했다.

김 할머니 자매를 포함해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 4명이 28일 불편한 몸을 이끌고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을 찾아 '경기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여성근로자(여자근로정신대) 지원 조례'를 지켜줄 것을 호소했다.

김정주 할머니는 "경기도의 지원 조례가 올 1월부터 시행된다고 해 학수고대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김계순(84) 양금덕(84)할머니도 "여자근로정신대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달리 법적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며 "해방이 된 지 68년이 지났지만 아직 해방을 맞지 못한 우리의 아픔을 치료해달라"고 하소연했다.

도의회 장태환(민주ㆍ의왕2)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조례는 지난해 말 도의회를 통과, 올해 1월1일자로 시행됐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광주광역시에 이어 두 번째였다. 하지만 경기도는 재정난을 이유로 피해 할머니들에게 매월 생활보조비 등의 지급을 약속하고도 이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조례에는 정부의 대일항쟁기 지원위원회에서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로 결정된 사람 중에 경기도에 주민등록을 두고 1년 이상 거주한 사람에게 생활보조비 월 30만원, 진료비(본인부담금 중 월 30만원 이내), 사망 시 장제비 100만원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 관계자는 "실무자로서 안타깝지만 도의 재정이 열악한 상태여서 내년 예산안에 지원금을 반영하는 것도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장태환 의원은 "도에서 제출한 추경예산안에 해당 예산이 없지만 도의회 차원에서 예산이 편성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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