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뜨거워지는 촛불 "대통령 불통이 문제"

변태섭기자 손효숙기자 2013. 8. 15.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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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번째 촛불집회 현장4만명 서울광장 가득 메워"국정원 국조 파행 계속.. 세금 논란도 기름 끼얹어"보수단체, 맞불집회 열어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촛불은 활활 타올랐다. 14일 오후 7시 10분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7차 범국민 촛불문화제는 시민 4만명(주최 측 추산, 경찰 측 8,000명)이 참석,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채 시작했다. 발 디딜 곳이 없어 지하철 출구 등 높은 곳에 걸터앉아 집회를 지켜보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국가정보원의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민주주의 돌려줘' '책임자 처벌'이라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참석자들은 벌써 두 달 가까이 촛불 집회가 이어지고 있지만 민심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의 태도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아홉 살 아들과 함께 나온 주부 백자연(43)씨는 "원칙을 강조하는 대통령이 왜 유독 이 사건에 대해서만 침묵하며 쉬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희대 학생 김모(22)씨는 "대학생, 교수들이 나서 시국선언을 했는데도 묵묵부답인 정부를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국정원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대선 개입을 통한 안보권력의 자기 권한 강화와 국민 통제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 ▦국정원 전면 개혁 및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284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가 주최했다.

촛불문화제는 회를 거듭하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촛불은 6월 20일 서울대 경희대 이화여대 등 대학 총학생회에서 국정원 선거 개입 관련 규탄 성명을 발표한 이튿날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주도로 서울 광화문에서 처음 타올랐다. 당시 참가 인원은 700명. 1주일 뒤 시국회의가 주최한 촛불문화제에는 5,000여명(경찰 추산 1,800명)이 모였다. 지난달 27일 촛불문화제의 참석자 수는 2만5,000명(경찰 추산 7,500명)으로 늘더니 이달 10일에는 5만 명(경찰 추산 1만6,000명)이 촛불을 들었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2월 출범한지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국정을 잘 운영하는 지 일단 두고 보자는 성향이 강했다"며 "그러나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국정조사 파행 등이 계속되면서 분노한 시민들이 밖으로 나와 촛불 문화제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공개 등의 '꼼수'로 물타기에 나선 정부와 여당에 대한 성난 민심이 촛불로 옮겨 붙었다는 설명이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남재준 원장이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댓글을 단 것은 정당한 활동'이란 궤변을 늘어놓는 등 국민을 바보로 보는 언사가 비판 여론에 불을 지폈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거센 반발로 무효화됐지만 총 급여가 3,450만원 이상인 봉급생활자에게 세금을 더 걷는 것을 골자로 한 세제 개편안도 민심을 흉흉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다음 촛불문화제는 17일에 예정돼 있다. 표 전 교수는 "촛불의 규모는 국정조사가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달렸다"며 "정부가 지금과 같은 불통의 자세를 고집한다면 참가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 처음 참석했다는 박지아(39)씨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1조를 또 다시 망각한다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와 같은 대규모 집회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수단체, 맞불집회 열어

이날 보수 단체들이 주도하는 '맞불집회'도 열렸다. 한국자유총연맹 등 보수 시민단체로 구성된 애국단체총연합회는 같은 시각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 '종북반역세력 심판 8ㆍ15 국민대회'를 열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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