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대신해 드립니다"

이유정 2013. 8. 14. 00: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급 5만원 알바 인터넷 시장정치적 성향 집회엔 추가 수당불법 아니지만 시선 곱지 않아

지난 9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학생 김모씨가 대리 시위를 하고 있다. 김씨는 얼굴을 가리는 조건으로 촬영에 동의했다. [이유정 기자] 지난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경기도 소재 대학 4학년 김모(28)씨가 '동물학대는 명백한 범죄입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언뜻 보면 동물보호협회 회원 같지만 김씨는 돈을 받고 시위를 대행하는 '알바생'이었다. 김씨는 지난달 다음 아고라에 "시급 5만원에 1인 시위를 대신 해주겠다"는 글을 올렸다. "생활비가 궁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정치적 성향의 시위는 리스크가 뒤따르니 수당을 더 달라"는 내용이었다. 김씨가 남긴 전화번호로 기자가 1인 시위를 의뢰해 봤다. 취재는 종로 경찰서의 협조로 진행됐다.

1인 시위 경험이 많다는 김씨는 "피켓 크기를 최대한 크게 만들라" "문구는 자극적으로 하라"는 조언을 했다. 김씨에 따르면 글을 올린 지 보름 만에 10여 통의 문의 전화가 왔다. 그는 "목소리는 내고 싶지만 앞에 나서길 꺼리는 개인을 대신하고 돈도 벌 겸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 시위·집회에서 돈을 주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3~4년 전부터는 알바천국과 알바몬 등 구인·구직 사이트에 공개 모집하는 추세다. '대리 시위' '집회 알바' 등 키워드를 치면 '목소리 큰 남녀 모집', '박수·구호 잘 따라해야 함' 등의 조건이 붙은 모집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모집 주체는 중소기업부터 개인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모집한다. 기계설비 도소매 업체 A사는 올해 3월 시위 아르바이트생 3명을 시급 1만원에 고용했다. 올 1월 도급사가 파산하면서 3억원의 거래 대금을 못 받게 되자 관련 기업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기 위해서였다. 회사 대표 정모(43)씨는 "직원 6명의 작은 회사라 한두 명만 시위로 빠져도 업무에 차질이 생겨 사람을 고용했다"고 해명했다.

 인력파견업체 직원 정모(41)씨는 "앉아서 박수만 치면 되고 대부분 시급이 1만원 이상으로 센 편이라 경쟁률이 5대 1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참가자는 대부분 40~50대 일용직 노동자들이다. B업체는 "대학생은 구호나 박수를 따라하는 데 소극적이어서 업체들이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르바이트 경험담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인증'하는 경우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30대 주부는 최근 한 네이버 카페에 "두 시간 동안 피켓을 들고 걷기만 했는데 5만원을 받았다"는 내용을 사진과 함께 실었다. 그는 "글을 올린 뒤 '나도 해보고 싶다'는 주부들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끼리 '알바비'를 지급한다. 이 지역주택조합은 올 초 사업이 좌초돼 관계 당국을 상대로 조합원들이 돌아가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생업을 이유로 불참하는 조합원에겐 10만원을 걷어 시위를 대신 하는 조합원에게 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행법상 대리 시위자를 고용하는 건 위법이 아니다. 하지만 대리 시위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앞서 서울도심 대리 시위 현장을 지나던 대학생 김지혜(27·여)씨는 "시위 당사자가 아닐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속은 느낌이 들고 시위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문대 김재광 경찰행정법학과 교수는 "헌법상 집회·시위의 자유가 금전 매수를 통한 자유까지 허용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대 서정범 법학과 교수는 "'대리 시위' 현상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우리 사회의 후진적인 집회 문화가 변질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유정 기자, 손승민(항공대 경영학과)

손수용(서강대 독일문화학과) 인턴기자 < uuujoongang.co.kr >

이유정 기자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자기 부고 써놓고 떠난 유머 女작가 "말기암 장점은…"

'미녀새', 마성의 金 세리머니…'근육 터질 듯'

'女제자 성폭행 부인' 교사, 스마트폰 뒤지니 헉

이재오 "노무현, 김한길 자리 뜨자 내 손 붙잡고…"

40대男, 시내버스 女승객 뒤에서 성기 꺼내…충격

'절친' 뺨 때린 류현진 "나 아주 나쁜놈 됐다"며…

아찔한 '뱀 묘기' 비밀? 뱀 입 실로 꿰매…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