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두 얼굴'>하루 80만명씩 몰리는 해운대 해수욕장 가보니..

김대종기자 2013. 8. 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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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취객·고성.. 무질서 '아수라장'

"저 앞 백사장에 비키니 수영복 입은 여자들의 몸을 몰래 찍고 있는 외국인이 있어요."

올 들어 최대 인파인 80만 명의 피서객들이 몰린 지난 3일 오후 3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한 여성이 다급하게 해양경찰이 설치한 망루로 달려와 몰래카메라를 찍는 외국인이 있다고 신고했다. 즉시 백사장에서 순찰 중이던 서모 경사 등 경찰 2명이 현장으로 급파됐다. 경찰들이 다가가자 외국인 남성은 천천히 뒷걸음치며 도주를 시도했으나 곧바로 현장에서 붙잡혔다. 조사 결과 붙잡힌 남성은 대구의 한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태국 출신 불법체류 노동자 P(44) 씨였다.

이날 P 씨는 여성 15명의 사진 18장을 찍었으며 주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의 전신 사진과 특정 신체부위 사진 등 한눈에 보기에도 몰카임을 알 수 있는 사진들이었다. P 씨는 "해변을 찍었을 뿐인데 여성들이 우연히 찍힌 것"이라며 발뺌했지만 결국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부산출입국사무소로 신병이 인계됐다.

경찰 관계자는 "해수욕장 개장 이후 모두 12명의 성범죄 사범이 붙잡혔는데 몰카범이 9명이고 물속에서 신체를 만진 강제추행범이 3명"이라며 "바닷물의 수온이 예년보다 2∼3도 정도 낮아 피서객들이 물 밖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추행보다 몰카 범죄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가 지고 백사장에 어둠이 몰려오면서 해운대 백사장은 불야성을 이뤘다. 오후 8시 백사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대부분 삼삼오오 둘러앉아 술을 마셨고 젊은 남성들과 여성들 간의 '즉석만남'이 이어졌다. 남녀들이 한데 어울려 술을 마시고 게임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광경은 동이 트는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이어졌다. 일부 취객은 술에 취해 백사장에 그대로 누워 잠들기도 했다. 해운대여름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정기적으로 순찰을 돌며 취객이나 시끄러운 피서객들에게 주의를 줬지만 경찰이 지나간 뒤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4일 오전 4시에는 200여 명이 몰린 즉석 댄스파티가 백사장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스피커에 조명까지 동원된 이 파티에 젊은 남녀들이 몰려 춤을 췄고 싸이의 '강남스타일' 등 유행가가 흘러나오자 백사장이 떠나갈 듯 합창이 이어지기도 했다. 진행자는 "남녀가 함께 몸을 맞대고 춤을 추라"고 부추기기도 했다. 오후 10시 이후 과도한 소음을 발생시키는 행위는 단속대상이지만 파티에 참여해 춤을 추던 이모(여·25) 씨는 "즐거운 마음으로 휴가를 와서 분위기를 좀 내려고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오히려 화를 내기도 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해운대와 광안리 등 7개 해수욕장에 여름경찰서를 운영하고 있지만 올해 6월부터 지난 1일까지 부산 지역에만 피서객 1734만 명이 몰려 치안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 = 글·사진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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