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의 먹거리 Why? 파일] 천일염은 나트륨이 적고 미네랄이 풍부해 건강에 좋다고?

2013. 7. 29. 10: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달아요." 좋은 소금의 조건을 물으면 열에 열은 이런 대답을 한다. 어떤 소금이 단지 물으면 그 답도 열에 열이 똑같다. "천일염이 달아요." 이어, 소금을 어떻게 먹으니까 달던가요 하고 물으면 열의 답이 또 똑같다. "소금을 손가락으로 찍어서 혀끝에다 대요." 그러면 나는 다시 정제염을 찍어서 먹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열은 또 똑같은 답을 한다. "그런 적은 없어요. 너무 짜지 않을까요?"

정제염도 손가락 끝에다 찍어서 혀에 대면 천일염처럼 어느 정도 달게 느껴진다. 열의 열 사람은 정제염을 그렇게 맛본 적이 없어 이 사실을 모를 뿐이다. 천일염의 맛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찍어 먹게 하는 사람들만 있었지 정제염을 찍어 맛보라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천일염이 달다' 할 것이면 다른 소금도 단지 어떤지 비교하여 말하여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일일 것이다.

단맛을 내는 자연물은 당이다. 소금에는 당이 없다. 사카린이나 아스파탐 등 감미 화합물도 단맛을 내나 소금 제조 과정에서 생성될 리는 없다. 그럼에도 소금이 왜 달게 느껴질까. 일종의 보상작용일 것이라 짐작할 수 있는데, 소금만을 혀에 대면 무지 짜서 불쾌해지며 그 불쾌감을 줄이려고 단맛이 나는 듯이 몸이 스스로 속이는 것이다. 다른 감각도 대체로 그렇지만 인간의 미각이란 게 이처럼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소금이 달게 느껴지는 것은 몸이 그러는 것이니 이를 안 느끼겠다고 고집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런 속임을 당하고 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의 밖에서 나를 속이는 일이 있으면 문제가 다르다. 그런 속임에는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천일염에 그런 속임이 있다.

천일염은 나트륨 함량이 적어 건강에 좋은 소금이라고 홍보한다. 정부기관 등의 자료에도 그렇게 되어 있다. 천일염의 나트륨 함량은 80~85%이고 정제염은 98~99%이다. 천일염에는 나트륨이 확실히 적다. 소금에는 또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포함되어 있다. 미네랄은 천일염에는 많고 정제염에는 적은데, 둘 다 대충 1~2% 된다. 정제염의 나트륨 함량 98~99%에 미네랄 1~2%를 더하면 100%가 맞아떨어진다. 천일염은 미네랄 함량을 넉넉잡아 2%로 보고 여기에 나트륨 함량 80~85%를 더하면 82~87%가 나온다. 나머지 13~18%가 빈다. 정부기관 등의 자료에는 이 13~18%가 무엇인지 표시되어 있지 않다. 정제염의 경우처럼 백분율은 그 숫자를 더하면 100이 되어야 하므로 천일염에서 차지하는 13~18%가 무엇인지 적어놓아야 하는 게 정상이다. 숨겨져 있는 그 13~18%는 물이다. 정제염에는 물이 없고, 천일염에는 물이 13~18% 함유된 것이다.

천일염의 물 함량을 표시하지 않은 것은 천일염에는 나트륨이 적어 건강에 좋다는 거짓 신화를 만들기 위한 꼼수이다. 소금의 짠맛은 나트륨의 맛이다. 음식에 든 나트륨 함량에 따라 짜고 싱거운 것이다. 동일한 염도의 음식에는 동일한 양의 나트륨이 들어 있다. 따라서 일정한 염도의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서는 천일염은 정제염보다 13~18% 더 넣게 되어 있다. 나트륨이 적은 소금이라고 나트륨을 덜 먹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의 염도가 낮아야 나트륨을 덜 먹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건강한 소금 섭취의 기준은 소금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입맛에 있는 것이다.

천일염은 그래도 미네랄이 풍부해 건강에 좋지 않으냐고? 한국 천일염에 특히 많이 들어 있는 미네랄은 마그네슘이다. 염화마그네슘의 형태로 존재한다. 천일염은 몇 년씩 묵히면서 간수를 빼는데, 간수의 주성분이 염화마그네슘이다. 미네랄이 몸에 좋다면서 왜 뺄까. 앞뒤가 안 맞으면 꼼수라고 봐야 한다. 이 꼼수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