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 타고가 술판.. '난장버스'로

2013. 7. 21. 20: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700여명 집회 뒤 울산공장 앞서 밤새 음주·고성
내부서 "난장버스" 비판.. 경찰과 충돌 100명 부상도

20일 오후 10시쯤 울산 북구 명촌동 현대차 울산공장 앞 주차장.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바닥에 둘러앉아 왁자지껄하게 소주와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일부는 휴대용 조리기구를 설치해 삼겹살을 굽고, 라면을 끓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주차장 한쪽에 세워놓은 1t짜리 트럭을 개조한 주점에서는 순대, 닭무침 등 각종 안주와 소주가 쉴 새 없이 팔려나갔고, 또 다른 천막에서는 20ℓ짜리 맥주통 20여개를 쌓아놓고 1잔에 3000원씩 하는 생맥주를 판매하느라 분주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술병과 쓰레기더미가 여기저기 나뒹굴었고, 술에 취한 여성 두 명은 머리채를 잡고 몸싸움까지 벌였다. 볼썽사나운 술판을 벌인 이들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찾은 '3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이다.

술판이 벌어진 장소에서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 등 노동·시민단체의 1박2일 집회가 열렸다. 지난 1월5일과 같은 달 26일 열린 희망버스 집회에 이어 세 번째다. 이날 행사는 주차장 내 50m 크기 송전탑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농성 중인 최병승(37)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자와 천의봉(33)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사무장을 격려하기 위해 열렸다. 이번 집회엔 모두 2700여명(경찰 추산)이 참여했다.

20일 오후 울산 북구 명촌동 현대차 울산공장 앞 송전탑 농성장을 찾은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술판을 벌이고 있다.

행사 취지를 무색하게 한 '술판'은 오후 10시쯤 대형 스피커를 이용해 진행된 문화제와 함께 시작됐다. 송전탑을 등지고 설치된 무대에서는 춤과 노래 공연이 이어지고 비정규직 관련 동영상을 상영했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술을 마시는 데 열을 올렸다. 술판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자 문화제를 진행하던 한 참가자는 "마시던 술을 잠시 내려놓고 공연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지난 1월 진행된 두 차례의 희망버스 때도 밤새 술판이 벌어졌었다"며 "소주와 맥주병을 담은 궤짝 수십개와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일 정도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술판으로 본래 행사의미가 퇴색되자 희망버스 내부에서도 '술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낮 12시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희망버스 이러려고 불렀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작성자는 "가족과 함께 참여했지만 희망버스에서 본 것은 무질서, 아수라장, 추악한 탐욕이 섞인 쓰레기장"이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월 진행된 희망버스 행사 후 민주노총 금속노조 홈페이지에서는 '희망버스 참관기'라는 작성자가 '희망버스인가 난장버스인가, 음주행사인가 연대행사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송전탑 농성장은 음주를 위한 거대 노점이 아니다"라며 "울분을 핑계로 연대의 장이 음주 해방구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앞서 오후 7시쯤 울산공장 25m 길이 철제 울타리를 뜯어내고 진입을 시도, 이를 막으려는 현대차·경찰과 충돌했다. 참가자들은 2m 크기 만장을 달던 죽봉과 쇠파이프를 휘둘렀고, 현대차와 경찰은 소화기와 물대포를 쏘며 막았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 직원과 집회참가자, 경찰 등 10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공장 진입을 시도한 시위자 7명을 연행해 폭력 혐의 등으로 조사했다. 현대차는 희망버스 참가자를 상대로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 등을 제기할 예정이다.

부산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했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을 격려하기 위해 시작됐던 희망버스는 참가자들이 길거리에서 벌인 술판과 쓰레기 방치, 시위 소음 등으로 영도 시민들이 거부하는 상황을 맞기도 했었다.

울산=이보람 기자

이 시각 인기뉴스

▶ 바로가기[ 사람을 만나다-스마트피플 ] [ 지구촌 별별뉴스 ][ 세계일보 모바일웹 ] [ 무기이야기-밀리터리S ]

ⓒ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세계일보 & 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