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병캠프 수백 개 난립 .. 무자격 교관 '알바' 고용

신진호 2013. 7. 19.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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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실종사고로 본 문제점"학생들 파도 휩쓸린 뒤에도 교관은 호루라기만" 증언도안전 소홀 위기 대처 미흡 "주먹구구 운영 예고된 참사"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학생들이 점점 바다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키 1m80㎝인 학생 가슴까지 물이 찰랑거렸다. 갑자기 바닥이 푹 파인 듯, 순간적으로 허우적대는 학생이 있었다. 그래도 보트에 탄 교관은 '괜찮다'며 더 들어가라고 했다. 순간 파도가 몰아닥쳤다. 나중에 보니 학생들을 이끌던 교관의 보트에도 구명조끼는 실려 있지 않았다."

 18일 친구 5명이 바다에 빠져 실종된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의 증언이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해양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증언 그대로라면 캠프 운영 측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전문가들은 사설 캠프에서 일어난 이번 사고에 대해 "항상 우려하던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한다. 안전관리에 소홀한 사설 업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는 검증되지 않은 무자격 교관을 채용하기도 한다. 특히 수요가 많은 여름·겨울방학철에는 아르바이트 교관을 고용한다. 위기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는 교관들이 참가자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이 이번 사고를 "예고된 참사"라고 하는 이유다.

18일 오후 5시쯤 충남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해수욕장에서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여했던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 5명이 실종돼 해경과 공무원 100여 명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바다에서 마무리 운동을 하던 중 파도에 휩쓸렸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번 사고도 업체 측의 안전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지 주민에 따르면 사고 현장은 10년 전에도 중학생 한 명이 여름 물놀이 중 물살에 휩쓸려 사망했을 정도로 위험한 곳이었다. 그럼에도 캠프 주최 측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조차 입히지 않았다.

해변에서 사고를 목격한 한 학생은 "워낙 당황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들이 파도에 휩쓸린 뒤에도 일부 교관은 구조에 나서지 않고 호루라기만 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학교 측도 책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 학생은 "훈련 현장에 인솔 교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한청소년교육훈련연맹 정진호(56) 사무총장은 "사설 캠프 교관 대부분은 일반 사병 출신으로 훈련을 받아만 봤지, 안전문제를 고려해 가면서 지휘해 본 적이 없다"며 "이런 점 때문에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010년 해병대를 병장으로 전역하고 최근 사설 캠프 교관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있는 박모(27)씨는 "적절한 교육 훈련 자격이 있는지 묻는 곳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사설 캠프는 현재 "해병대를 전역했으면 누구나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는 교관 모집공고를 인터넷에 띄워 놓고 있는 실정이다.

 제도도 문제다. 한 캠프 전문가는 "해양 훈련 교관은 수상인명구조요원 자격증 같은 것을 갖춰야 하는 게 상식"이라며 "그러나 사설 캠프와 관련해서는 이런 규제가 전혀 없다"고 짚었다.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사설 캠프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안 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현재 '해병대 캠프'로 인터넷 검색만 해도 수십 개 이름이 나열된다. 대부분 '해병대 아카데미' '해병대 체험 캠프'라는 식으로 이름을 걸고 성업 중이다. 교관들은 해병을 상징하는 육각모를 쓰고 사제 훈련복을 입는다.

 사설 캠프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음에도 그동안 큰 사고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고교생 5명이 실종됨으로써 사설 캠프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병대 전역자들을 중심으로 "해병대란 이름을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상황이다.

태안=신진호 기자, 장주영·이유정 기자 < zino14joongang.co.kr >

◆사설 해병대 캠프=사고가 난 것 같은 사설 해병대 캠프는 전국에 수백 개가 난립해 있다. 2000년대 초부터 조직력과 단합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번지면서 기업·단체의 극기훈련 수요가 늘자 이런 사설 캠프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겼다. 해병대가 공식 운영하는 정규 무료 훈련 캠프와 달리 해병대 전역자 등이 이익을 목적으로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정신력의 상징'인 해병대를 상업화해 돈을 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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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장주영.이유정 기자 zino14@joongang.co.kr

▶신진호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zino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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