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부부 눈앞에서 '빨간 딱지'..이순자씨 '울먹'

2013. 7. 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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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씨 일가 압류·압수수색 현장

검사수사·관 87명 동시에 투입

금고 찾으려 금속탐지기까지 동원

침실·지하 물탱크까지 샅샅이

이순자씨 장롱 압류하자 '울먹'

시공사에선 서류 4상자 가져가

법조계 "지금이라도 집행 다행"

먹구름이 잔뜩 낀 16일 이른 아침.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추징금 집행 전담팀과 외사부 소속 검사, 수사관 등 87명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 앞과, 큰아들 재국(54)씨가 대표로 있는 시공사 등에 모여들었다. 아침 9시를 전후로 압류 진행팀과 압수수색팀은 18곳을 동시에 밀고 들어갔다. 고가의 미술품을 운반하기 위한 무진동 특수차량과 숨겨놓은 금고를 찾기 위한 금속탐지기까지 동원됐다.

전 전 대통령 자택에 들어간 추징 전담팀은 이곳저곳을 샅샅이 뒤졌다. 응접실에 걸려 있던, 나무 그림으로 이름난 이대원 화백의 200×106㎝(200호)짜리 작품에 '빨간딱지'를 붙였다. 전담팀은 꽁꽁 숨겨놓은 재산이 있을까 싶어 전 전 대통령 부부가 쓰는 내실과 화장실도 들여다봤다. 지하실로 내려가 물탱크도 살펴봤다. 물탱크 뚜껑을 열어 손을 넣어 휘휘 젓기도 했다. 하수구까지 뒤졌다. 재산을 숨겨놓은 비밀금고나 지하창고가 있는지 의심을 품은 것이다.

검찰이 압류 절차를 진행할 때 전 전 대통령 부부는 집 안에 있었다. 검찰이 응접실을 수색하면 안방에 가 있다가, 안방을 뒤지면 다른 곳으로 가는 등 전 전 대통령 부부는 집 안에서 이곳저곳 옮겨다녔다. 집안일을 돕는 사람들이 압류 절차 입회인으로 참여해, 전담팀을 안내했다.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이) 압류 처분을 지휘하는 검사에게 '수고가 많다. 전직 대통령이 이런 모습만 보여줘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는 친정어머니가 숨진 뒤 가져온 자개장롱에 검찰이 압류 딱지를 붙이자 감정이 북받쳐 울먹울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검사와 수사관들한테도 많은 얘기를 하며 하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류와 재산 수색은 7시간이 지난 오후 4시께 끝났다. 압류 절차에 따라 전담팀은 압류 조서를 써내려갔다. 압류물 목록 등이 적힌 조서에 전 전 대통령이 직접 서명하지 않았다. 전담팀을 안내했던 2명이 조서에 서명했다.

이날 취재진 100여명이 현장을 찾았으나 경찰은 전 전 대통령 집으로 가는 골목 양 끝에 통제선을 설치해 출입을 막았다. 일부 언론사는 모형헬리콥터에 카메라를 단 '헬리캠'을 동원해 집 내부 촬영을 시도했으나, 창문은 모두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다. 검사와 수사관들은 오후 4시30분께 가방 하나만을 든 채 승합차를 타고 연희동을 떠났다. 검찰 관계자는 "압류 및 압수수색은 절차를 밟아 순조롭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관 10여명은 전 전 대통령의 큰아들 재국씨가 운영하는 서울 서초동 시공사 본사와 이 회사 경영지원실이 위치한 ㅂ빌딩 등도 압수수색했다. 본사 건물에서 4상자 분량의 서류 등을 가지고 나왔으며 다수의 전산자료를 압수했다.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동안 시공사 직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회사를 드나들었다. 대부분 말을 아꼈다. 한 직원은 "오전 9시께 검찰 수사관들이 갑자기 들어와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뿐"이라고 짧은 심경을 밝혔다.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최환(70) 변호사는 "뒤늦은 감이 있지만 정당한 직무 집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법조계 인사는 "일반인이었다면 바로 압류하고 추징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검찰이 안 해왔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추징을 위한 압류 등이 이뤄진 것은 법의 형평성 차원에서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이정연 송경화 정환봉 기자 xingxing@hani.co.kr

■ 전두환 은닉재산 찾아냅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내지 않은 추징금 1672억원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추징시효가 2020년으로 늘어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은닉재산은 더욱 찾기 어려워집니다. <한겨레>는 독자·시민과 함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숨은 재산을 찾는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을 진행중입니다. <한겨레> 누리집에서 '잊지 말자 전두환 사전 1.2'( http://c.hani.co.kr/facebook/2139505)를 내려받으실 수 있습니다. 특히 '조력자 명단'에 주목해 주십시오. 이미 80여건의 신뢰할 만한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알고 계신 정보를 추가로 제보해 주시면 <한겨레>가 취재하겠습니다.

전두환의 은닉 재산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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