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후 3분, 착륙 전 8분 '마의 11분' .. 넥타이·안경 미리 벗어라

주정완 2013. 7. 13.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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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안전사고 생존법 10계명

지난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지상과 충돌한 아시아나 항공기에는 승객 291명과 승무원 16명 등 모두 307명이 타고 있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2일 현재 사망자는 2명, 현지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부상자는 22명으로 집계됐다. 항공기의 꼬리 부분이 충격으로 떨어져 나가고 화재로 기체 윗부분이 크게 파손된 것을 감안할 때 인명 피해는 비교적 적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기체에 불이 나기 전 대부분 승객과 승무원이 대피를 마쳐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통계상 항공기 사고는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발생 확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2011년 전 세계에서 3005만 회의 정기편 항공기 운항 중 사고 발생은 126건이었다. 이 중 110건(87%)은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고 나머지 16건에서 41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사고율은 100만 회 운항당 평균 4.11건으로 계산됐다. 653년 동안 매일 한 번씩 항공기를 탄다면 한 번 정도 사고를 경험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항공기 사고는 다수의 승객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두려움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평상시 항공기 사고에 대비한 행동 요령을 알아두면 최악의 순간에도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산하 전문기관인 교통안전공단 항공안전처의 도움을 받아 '항공기 사고 시 생존법 10계명'을 정리했다.

스카프·목도리가 탈출 방해할 수도 

 1. 이번 사고의 사망자는 뒤에서 두 번째 줄에서 나왔다. 그러나 뒤쪽 좌석이 항상 위험한 것은 아니다. 앞쪽 좌석이 더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포퓰러 메카닉스'란 잡지는 1971년 이후 항공기 사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앞쪽 좌석의 사망자가 뒤쪽보다 많았다고 전했다. 이강준 교통안전공단 책임연구원은 "결국 사고 발생 지점이 항공기 앞쪽이냐, 뒤쪽이냐 하는 문제"라며 "항상 안전한 '마법의 좌석'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비상구에 가까운 좌석일수록 사고 발생 시 탈출에 유리할 순 있다. 창가보다 통로 쪽 좌석이 나은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사고 충격으로 가까운 비상구가 열리지 않거나 선반 위의 짐이 떨어져 통로 쪽에 앉은 사람이 다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비상구 옆 좌석에 앉은 승객은 비상시 승무원과 함께 다른 승객의 탈출을 도울 의무가 있다.

 2. 이륙 직전에는 객실 승무원이 비상시 행동 요령에 대한 브리핑을 하거나 영상물을 보여준다. 이때 승무원은 ▶안전벨트 착용법 ▶비상구 위치 ▶산소마스크 사용법 ▶구명조끼 착용법 등을 알려준다. 하지만 많은 승객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해 건성으로 브리핑을 듣고 만다. 이 책임연구원은 "예컨대 기내 압력이 낮아질 때 산소마스크를 빨리 착용하지 않으면 저산소증으로 생명이 위험해진다"며 "비상시 신속한 대처를 위해선 브리핑을 주의 깊게 듣고 기억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3. 항공기 사고는 대부분 이륙 후 3분이나 착륙 전 8분 이내에 발생한다. 항공업계에선 '마의 11분'이라고 부른다. 이때 승객은 바른 자세로 승무원의 안내방송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고 좌석 등받이를 세워야 한다. 충돌 사고 시 등받이가 기울어져 있다면 몸이 심하게 흔들려 다치기 쉽다.

 옷차림과 소지품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착륙 시 넥타이·목도리·스카프는 잠시 풀어 좌석 주머니 등에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넥타이·목도리 등이 좌석 틈새에 끼어버리면 탈출을 방해한다. 귀걸이 같은 장신구나 안경·볼펜 등도 사고 발생 시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

 4. 사고가 나면 기내 조명이 꺼지기 십상이다. 만일 화재로 연기까지 난다면 더욱 앞을 분간하기 어렵다. 이때 본인이 앉은 좌석에서 비상구로 가는 방향과 거리를 알고 있다면 탈출에 유리하다. 이 책임연구원은 "가급적 좌석에서 비상구까지 몇 걸음 정도인지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며 "걸음 수를 알면 앞이 보이지 않아도 비상구의 위치를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래시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이나 휴대전화도 비상상황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미리 플래시가 잘 켜지는지 점검하고 사고 발생 시 바로 꺼낼 수 있도록 몸에 지니는 것이 좋다.

 5. 거의 모든 항공기 충돌 사고 직후에는 화재가 발생한다. 불은 순식간에 퍼지기 때문에 빨리 항공기 밖으로 탈출해야 한다.

 항공법에 의해 44인승 이상의 항공기는 90초 이내에 모든 승객과 승무원이 탈출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승무원들도 90초를 기준으로 비상탈출 훈련을 받는다. 따라서 사고 시 승무원이 유도하는 탈출 방향에 따라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 간혹 짐이나 일행을 찾기 위해 승무원이 지시하는 방향과 반대로 움직이려는 승객이 있다. 이는 본인은 물론 다른 승객의 탈출까지 방해하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6. 이번 사고에서 CNN방송 등 외신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문제가 짐을 챙겨 탈출한 승객들이었다. 사고가 나면 짐은 깨끗하게 포기하고 탈출에만 집중해야 한다. 초 단위로 생사가 갈리는 긴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내 선반에서 짐을 꺼내는 몇 초 때문에 본인이나 다른 승객이 죽거나 다칠 수 있다. 짐 때문에 통로가 막히거나 탈출용 슬라이드가 손상될 가능성도 있다. 승무원 안전수칙에도 짐을 들고 나가려는 승객은 단호히 제지하도록 규정돼 있다.

 7. 항공기 좌석의 안전벨트는 자동차와 달리 뚜껑을 들어 올려야 풀린다. 하지만 당황한 승객들이 안전벨트를 빨리 풀지 못해 탈출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승객이 항공기 안전벨트 조작에 서툴기 때문이다. 따라서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 풀었다 하면서 항공기 안전벨트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승무원의 지시가 있기 전에 안전벨트를 푸는 행위는 금물이다. 이번 사고기에 탑승한 승객들의 증언에 따르면 사고 당시 충격으로 일부 승객의 몸이 좌석 밖으로 튕겨나갔다고 한다. 안전벨트를 제대로 매지 않아 생긴 일로 추정된다.

 8. 항공기가 바다 위에 불시착할 수도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구명조끼다. 대부분 좌석 밑에 보관돼 있다. 구명조끼는 부풀리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1996년 에티오피아 항공이 불시착하면서 12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 중 상당수가 구명조끼를 성급하게 부풀렸다 목숨을 잃었다. 기내에 물이 차오르자 부풀린 구명조끼를 입은 몸으로는 다이빙을 할 수 없어 비상구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구명조끼는 반드시 비상구로 탈출하기 직전에 부풀려야 한다"고 말했다.

 9. 훈련된 승무원이 아니라면 탈출용 슬라이드 앞에서 주저하기 쉽다. 이번 사고에선 동체가 바닥에 닿았기 때문에 슬라이드와 지면의 높이 차이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비행기 바퀴가 정상적으로 내려온 상태에서 슬라이드를 편다면 슬라이드의 높이는 지면에서 약 9m, 경사도는 약 43도다.

 겁이 나도 슬라이드 앞에 서면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신발을 벗고 과감하게 뛰어내려야 한다. 머뭇거리면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승객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승객이 계속 뛰어내리길 주저한다면 승무원이 승객의 허리를 밀어낼 수도 있다.

 10. 일단 탈출하면 사고 항공기에서 최대한 먼 곳으로 신속히 대피해야 한다. 언제 어떻게 화재나 폭발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화재로 인한 2차 사고 예방을 위해선 항공기에서 멀어질수록 유리하다.

충돌 순간 엔진이 떨어져 나가 폭발 면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고에선 영웅적인 승무원들의 신속한 대처와 함께 항공안전 기술의 진보도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기술 진보의 대표적인 사례로 중력의 16배까지 견딜 수 있는 '16G 좌석'의 도입을 꼽았다. G는 중력을 뜻하는 영어 단어(Gravity)의 머리글자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2009년까지 모든 항공기에 16G 좌석의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전에는 중력의 9배까지 견디는 '9G 좌석'이 주로 쓰였다.

 민간단체인 항공안전재단의 케빈 하얏트 대표는 "16G 좌석이 아니었다면 이번 사고 같은 충격에선 훨씬 많은 의자가 부서지고 찌그러지면서 승객의 탈출을 방해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의자 등에 사용한 불연성 소재 ▶카메라가 달린 소방호스도 화재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줬다. 샌프란시스코 공항 소방대원들은 기내에 소방호스를 던져 넣은 뒤 카메라로 화재의 중심 지점을 확인해 빨리 불을 끌 수 있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엔진 폭발이 없었던 점도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지적했다.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사고 항공기의 왼쪽 엔진은 활주로와 충돌하면서 기체에서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오른쪽 엔진은 내부에 화재 흔적이 확인됐다. 최정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화재가 엔진 내부에서 발생한 것인지, 외부에서 불에 그을린 것인지는 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항공안전 기술의 발전으로 엔진과 연결된 연료 탱크는 상당히 큰 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항공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착륙 시점의 연료 예비율을 5% 수준에 맞추고 있다"며 "연료를 꽉 채운 상태인 이륙 때에 비해 착륙 때의 엔진 폭발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90초 룰=항공기에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90초 안에 모든 승객과 승무원을 완전히 탈출시키도록 하는 규정. 탈출 시간이 90초를 초과하면 기내 화재 등으로 승객과 승무원의 생존 확률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운항기술기준 고시에 따르면 항공사는 승무원들이 90초 룰을 지킬 수 있도록 실제 상황을 가정한 비상탈출 훈련을 실시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주정완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jjw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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