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살인사건 보도한 <동아> 기사, 아이들 볼까 무섭네

2013. 7. 1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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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동수 기자]

< 동아일보 > 11일자 기사

ⓒ 동아PDF

"시신을 욕조로 옮긴 뒤 공업용 커터칼로 ...을 내려다 여의치 않자 ...을 ... 시작했다. (중략) 인근의 편의점에서 손잡이 길이 17cm, 날 길이 8cm의 공업용 커터칼을 새로 구입해 계속 시신을 ... (중략) ... 검은 대용량 비닐봉투를 구입해 시체를 옮겨 담았다."

더 이상 옮길 수 없을 정도다. 30℃가 넘는 무더위를 식혀주는 '호러' 영화나 소설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아니다. < 동아일보 > 11일자 12면에 실린 기사다. 해당 기사는 경기도 용인 살인 사건를 자세히 다뤘다. 읽다보면, 사실을 그대로 전하는 기사가 아니라 엽기살인사건을 재구성한 '호러소설'처럼 느껴질 정도다.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나 이 사건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10대(19)가 저지른 범죄라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자신이 시신을 훼손한 것을 친구에게 실시간으로 알리기까지 했다. 한 생명이 죽은 것도, 범행 과정도 거짓말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범행 과정도, 한 생명은 죽은 것도 사실이다. 너무 잔인한 살인 사건이라 그런지 언론들은 심아무개을 '소시오패스'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1일 CBS 라디오 < 김현정의 뉴스쇼 > 에 출연해 이번 사건 관련 "사이코패스가 심리학적 정신질환이라면 소시오패스는 사회학적인 정신장애다"라며 "소시오패스는 혼자 외톨이로 떨어져 살고 학교생활이나 직장생활도 하지 않으며 인터넷 같은 것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피의자는 반사회적 사회성 장애를 가진 소시오패스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동아일보 > 처럼 기사 내용을 상세히 보도하지 않았지만, 많은 언론들은 자극적인 제목을 뽑았다.

용인 살인사건 피해자 시신 일부분 정화조서 발견... - < 서울신문 >

'용인 살인사건' 심군, 시신 훼손하며 사진찍고 친구에 문자 '경악' - < 스포츠조선 >

용인 살인사건에 네티즌 분노↑…"사형이 답이다" - < 아주경제신문 >

용인 살인사건 피의자 "콩팥 매매…연락주세요" 인터넷 글 논란 - < 이투데이 >

용인 살인사건 범인, 친구에게 "피 뽑고있다" 문자... 소시오패스? - < 일간스포츠 >

표창원 "범죄에 대한 상세한 기술, 유사 형태 범죄에 영향 줄 수도"

끔찍한 사건이 터지거나, 유명인들이 자살을 하는 등의 일이 일어나면 그 과정을 상세히 보도하는 언론들이 많다. 이번 용인살인사건도 다르지 않다. 언론들은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빠르고 상세하게 보도를 한다지만, 범행 과정을 생중계하듯 상세히 보도하는 것이 정말 국민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일일까, 피의자를 응징하는 것일까, 피해자 가족들 원한을 풀어주는 것일까. 이렇듯 사건을 재구성해서 생생하게 보도하면 잔인한 범행이 줄어들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 기사에서 < 동아일보 > 는 심군을 '10대 오원춘'이라고 지칭했다. 오원춘은 하루 아침에 조현오를 경찰청장에서 끌어내렸다. 지난해 4월 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 못골놀이터 근처 집에서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사건이다. 당시 피해 여성이 경기지방경찰청의 112센터에 강간을 당하는 중이라고 신고했지만, 출동한 경찰은 제대로 탐문도 하지 않았다. 만약 경찰이 제대로 탐문하고 조사했다면 여성은 목숨을 구했을 수도 있다. 결국 이 사건으로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은 옷을 벗었다.

물론 이번 용인살인사건과 지난해 오원춘 사건은 비슷한 점이 있다. 하지만 이를 억지로 엮는 것은 무리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심군은 '오원춘'이란 이름을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조사가 진행중인 사건을 상황만 놓고 비슷한 사건인 듯 취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영화와 드라마에는 나이 등급이 매겨진다. 성인물은 19세 이상이 돼야 볼 수 있다. 잔인한 폭력물도 아이들은 볼 수 없다. 아이들이 보는 영화의 경우 담배 피우는 장면이나, 칼을 든 장면이 나오면 가린다. 그런데 누구나 볼 수 있는 신문기사가 범행 과정을 낱낱이 보도하다니... 앞으로 신문에 등급을 매기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 미디어오늘 > 에 따르면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이번 < 동아일보 > 기사에 대해 "이런 보도는 상당히 위험하다"면서 "우선 피해자 유가족이나 유사한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상당한 충격과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사에서 범죄에 대해 지나치게 기술하면 유사한 형태의 범죄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언론들이 새겨야할 지적이다. '잔인한', '엽기사건'을 보도하면서 오히려 기사가 '잔인'해지는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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