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검색어 '강남역 침수'..기자님들 전화 확인은 해보셨나요?
[친절한 쿡기자] 8일 오전 10시쯤 "강남역 맨홀 뚜껑위로 물이 역류한다"는 글이 트위터를 타고 퍼졌습니다. 사진을 봤습니다. 맨홀 뚜껑 위로 물이 역류하는 모습이 위태롭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왠지 이 사진을 작년에 본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남역이라는 곳이 작년에도 침수됐던 곳이라 그 때 사진을 지금이라고 착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습니다. 기사에 쓰인 맨홀 역류 사진은 8일에 찍힌 사진이 맞다고 합니다. 사진 촬영자가 10일 오전 회사로 전화를 주셨습니다.
사진이 트위터에서 확산될 당시 덥석 믿기에는 팩트가 중요한 기자 정신(?)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바로 서초구청 재난치수과로 전화를 했습니다. 정말 맨홀뚜껑 위로 물이 역류할 정도로 심각하다면 담당 과에서 이를 모를 리가 없기 때문이죠. 관계자와 통화한 결과 사실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런 제보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확인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라는 말씀을 듣고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5시가 넘어가면서 갑자기 '강남역 침수'가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로 뜨기 시작했습니다. 곧이어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면서 주요 언론사들이 관련기사들을 쏟아내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목은 모두 '강남역 침수' 였습니다. 기자는 다시 서초구청 재난치수과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였죠. 아까 그 관계자가 다시 받으셨는데 "직원이 현장에 나가 사실 확인 중이다. 그리고 장소도 강남역이 아니라 신논현역 6번 출구다. 트위터 사진은 옛날 침수 사진인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물론 기자도 직접 현장을 다녀온 것이 아닌 유선 상으로 확인한 사실이기에 구청 말이 무조건 옳다고 보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해당 구역 맨홀이 역류했던 게 사실입니다. 서울시 공식 트위터는 지난 9일 사진을 제보한 트위터 네티즌에게 멘션을 보내고 역류 발생 이유가 '수압' 때문이며 곧 복구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뒤늦게 확인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강남역 침수라는 검색어가 뜨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기사를 수십 개 이상 쏟아낸 언론사들 말입니다. 당시 출고된 대부분의 기사에는 담당 구청 관계자에게 사실을 확인해봤다는 언급이 없었습니다. 그저 트위터 내용을 옮기기에 바빴던 것 같습니다. 사실 관계 확인 보다는 검색어 대응에 더 신경을 썼다고 봐야겠죠.
당시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올라온 글들 중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습니다.
정작 강남역에서 퇴근중인 나는 아무렇지않은데ㅋㅋㅋ어디서이런정보가.. ㅎ : @395***
강남역에 있는데, 어서 물난리났다는거지???? : @yoo_***
강남역 안넘쳤는데? 지하상가가 잠겼나? 보니까 괜찮은데? : @topon***
뉴스에서 강남역 물난리났다고 난리법석인데 정작 도로는 멀쩡 : @ 22***
강남역워터파크 아직 개장조짐없음! : @babybaby***
실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했을 겁니다. 사실유무가 불분명한 일이 온라인에서는 실제인 양 야단법석이었으니까요. 여기에는 사실 관계가 빠진 언론사 기사들의 책임이 있어 보입니다. 시시한 정보라도 언론사 이름을 달면 사실인 양 떠도는데 장마철인 요즘 전과(?)가 있는 강남역 기사는 오죽할까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나오는 기사들에는 '구청 관계자에게 확인해보니 그런 사실은 없고 진위 확인을 위해 직원들이 점검중이다'라는 내용이 있더군요. 조금 더 있으니 서울특별시 대변인 트위터에 '해당 침수 사진은 올해 사진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올라왔더군요. 다행입니다. 그러나 조금 더 빨리 나왔으면 더 좋았을 뻔했습니다.
여기서 잠시 고백하자면 온라인 기사라는 것이 이슈와 시간이 쫓기는 경우가 많아 팩트 확인보다는 일단 출고하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자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러나 장마철인 요즘 이런 기사들은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장에 가지는 못하더라도 전화 한 통화는 해보고 기사를 쓴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우상 기자
친절한 쿡기자의 트위터☞ twitter.com/kukinewsroom
- ▶ 이윤혜 최선임 승무원, 마지막까지 기내에 남아 구조활동
- ▶ 직업정신 빛난 '승무원 5인' 폭발 위험 속 가장 마지막 탈출
- ▶ "일촉즉발 상황에 짐 들고 탈출"…아시아나 일부 탑승객에 성토
- ▶ 고준희 2년 전 복근에 글래머…"날 그렇게 벗기고 싶어?"
- ▶ 브라질월드컵에서 기성용 포기하나…비밀페이스북 징계 검토
<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뉴스 ⓒ 국민일보 쿠키뉴스(www.kuki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