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부인하는 '좌익효수' 미스터리

2013. 7. 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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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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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New?

o...4일 국정원은 '좌익효수'라는 ID의 사용자가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는 보도자료를 냈는데, 이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반박하는 형국임.o...검찰-국정원 모순되는 상황을 해석하는 세 가지 가능성o...국정원 대변인은 '좌익효수' 부분은 검찰 수사가 잘못됐다면서 "완벽하지 않은 조사였다"고 말함.o...국정원 대변인은 경찰과 검찰 수사에서 확인된 '외부 조력자' 자체에 대해 인정하지 않음.==================================

▲ 2,120페이지 분량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범죄일람표'

< 오마이뉴스 > 가 입수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범죄일람표'. 검찰이 작성한 것으로 총 2,120페이지 분량이다.

ⓒ 권우성

국정조사를 앞두고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공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정원은 4일 오후 다섯 문장짜리 보도자료를 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의 라디오 발언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한다는 내용이 핵심인데, 후반부에 이런 내용이 있다.

한편 국정원은 '좌익효수' ID를 사용한 국정원 직원이 특정지역이나 여성을 비하하는 게시물을 인터넷에 올렸다는 주장과 관련, 이 ID 사용자는 국정원 직원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좌익효수' ID 사용자는 국정원 직원"이라는 거짓 내용을 유포한 사람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보도자료 전문보기)

이는 진 의원이 아니라 소위 '누리꾼 수사대'를 겨냥한 것이다. 또한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공개적인 반박이기도 하다.

누리꾼과 검찰을 겨냥한 국정원

좌익효수라는 섬뜩한 이름의 ID가 떠오른 시기는 지난달 27일 < 오마이뉴스 > 가 검찰이 작성한 '범죄일람표' 2120페이지 전체를 공개한 직후다. 두달여의 수사 끝에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과 그 외부조력자들이 행했던 행위(게시물 직접 등록 및 추천·반대 클릭) 중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혐의가 있는 내용들을 추려서 망라한 이 문서에는, ID는 나와있지 않지만 게시물 등록일시와 해당 사이트, 제목,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다.

이를 근거로 누리꾼이 역추적하기 시작했다. '디시인사이드'라는 사이트에 해당 게시물을 올린 사람 중 한 명의 ID가 좌익효수라는 사실, 또 그가 올린 다른 게시물을 보니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내용 외에도 입에 담기 힘든 저급한 용어로 호남지역과 여성을 비하하는 글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모두 '누리꾼 수사대'의 활약이다. 이 내용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졌다. (관련기사 : "홍어·전라디언들 죽여버려야"/ ID 좌익효수 게시물 전체 보기)

사실 누리꾼이 한 행동은 검찰이 걸었던 길을 거슬러 올라갔을 뿐이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국정원 연루 ID를 특정했고, 압수수색을 통해 그 ID로 행해진 행위를 수집했으며, 그중 범죄혐의가 있는 내용을 추려서, 그중 일부 정보를 범죄일람표에 기록했다. 누리꾼 수사대는 그 범죄일람표에 수록된 정보를 근거로 ID를 찾았고, 그 ID의 다른 게시물을 뒤졌다. 따라서 검찰과 누리꾼 수사대의 행위는 방향만 다를뿐 본질적으로 내용은 같다.

그런데 국정원이 좌익효수 ID가 국정원 직원의 ID가 아니라고 부인하고 나섰다. 어찌된 일일까?

세가지 가능성

검찰이 작성한 '범죄일람표'에 수록된 ID '좌익효수'의 게시물. 범죄일람표 3-1에는 '디시인사이드' 게시물이 총 61개가 등장하는데, 이중 8개(63번, 96~99번, 101~103번)가 좌익효수가 올린 것이다. 이를 근거로 누리꾼들은 작성자를 추적했고, 그가 올린 다른 게시물을 찾아냈다.

ⓒ 이병한

합리적인 추론으로 볼 때 세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우선, 검찰이 틀린 경우다. 검찰 수사도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수많은 국정원 연루 ID를 특정하면서 잘못됐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국정원이 주장하는 것도 이것이다.

그런데 범죄일람표에 등장하는 좌익효수의 게시글은 한두 개가 아니다. 범죄일람표 3-1에는 디시인사이드 게시물이 총 61개가 등장하는데, 이중 8개(63번, 96~99번, 101~103번)가 좌익효수가 올린 것이다. 한두 개도 아니고, 검찰이 8개를 잘못 판단했을까?

두 번째 가능성은 국정원이 거짓말을 하는 경우다. 국정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통해 여러번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 지난해 12월 11일 일명 '오피스텔 사건'이 터지자 "국정원은 이번 대선 관련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일체의 정치적 활동은 한 적이 없다"고 말했고( 해당 보도자료 보기), 지난 1월 31일에는 "(국정원 직원) 김씨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인터넷 댓글을 게재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해당 보도자료 보기). 하지만 결국 경찰과 검찰 수사 결과 이는 모두 거짓이었다.

그런데 이번 보도자료에서 국정원은 단순한 부인을 넘어서 "국정원 직원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는 말을 사용했다. 더 나아가 "거짓 내용을 유포한 사람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까지 밝혔다. 국기문란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국정원이지만 그래도 국가기관인데, 자신이 없다면 이런 용어까지 사용할까?

세 번째는 검찰과 국정원 모두 맞는 경우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보면 사이버 공작 행위를 하는 주체로 김아무개씨 등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뿐 아니라 '외부 조력자 이아무개'씨 등이 등장한다. 국정원은 좌익효수 ID 사용자가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고까지만 밝혔지, 외부 조력자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하지만 만약 이 가능성이 맞다면, 국정원은 국민과 언론을 기만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국정원 직원이 직접 사용한 ID나, 외부 조력자가 사용한 ID나, 결국 모두 국정원 ID다. 그것을 굳이 둘을 구분해서 좌익효수 ID 사용자가 국정원 직원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자료를 내고, 경찰 수사 의뢰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 심리전단 요원들과 외부 조력자들은 ID를 공유해서 사용했다는 정황도 이미 곳곳에 드러나있다.

국정원 "검찰 수사가 완벽하지 않았다... 외부 조력자 인정 못해"

< 디시인사이드 > 에 ID 좌익효수가 올린 댓글의 일부 목록. 그는 "홍어 종자 절라디언들은 죽여버려야 한다"는 등 저질스런 용어를 사용하며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글을 올렸을 뿐 아니라,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도 다수 올렸다. 검찰은 이 ID를 국정원의 범죄일람표에 올렸지만, 국정원은 이 ID가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ID가 아니라고 부인한 상태다.

ⓒ 이병한

< 오마이뉴스 > 는 검찰은 맞다고 하고 국정원은 아니라고 하는 '좌익효수 미스터리'에 대한 국정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국정원 대변인에게 연락했다. 그는 한마디로 검찰 수사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심리전단 전 직원을 한 명 한 명 다 조사했다"면서 "검찰이 자신 있다고 하면 끝까지 갈 거고, 만약 아니라면 공소장을 변경하든지 알아서 조치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외부 조력자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인을 거부했다.

다음은 국정원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 보도자료를 통해 좌익효수 ID가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런데 검찰의 범죄일람표에는 좌익효수 ID로 쓴 내용이 올라있다. 어떻게 된 것인가.

"검찰이 (그 ID를 범죄일람표에) 집어넣으면서 우리에게 확인한 적이 없다. 마음대로 분류해서 집어넣은 거다. 의심이 간다고 하면, 의심 가는 사람을 소환하든지 해서 확인을 해야 하지 않은가. 그런 절차가 전혀 없었다."

- 한마디로 검찰 수사 결과가 잘못됐다는 말인가.

"그렇다. 검찰은 의심되는 사람을 확인하는 절차까지는 안했다. 완벽하지 않은 조사였다. 우리는 심리전단 전 직원을 한 명 한 명 다 조사했다. 그렇지만 그런 ID(좌익효수)를 가진 사람은 없다."

- 그러면 보도자료로 할 게 아니라 검찰에 항의하거나 조치를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차피 법정에서 다퉈질 것이다. 검찰이 자신 있다고 하면 끝까지 갈 거고, 만약 아니라면 공소장을 변경하든지 알아서 조치를 할 문제다. 우리가 피조사가 입장에서 검찰에 보도자료를 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 혹시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ID는 아니지만, 외부 조력자가 사용한 ID는 아닌가.

"그러면 (검찰이) 조력자로 의심되는 사람도 조사를 했어야 한다."

- 그러면 국정원은 확인해봤는가.

"일단 지금 (인터넷에) 국정원 직원 ID라고 확산되고 있어서, 그것을 다 확인하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급하게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 정리하면, 국정원 직원의 ID가 아니라는 것은 심리전단 직원 한 명 한 명 확인했는데, 외부 조력자의 ID인지는 아직 확인을 못했다는 것인가.

"그런데 검찰이 조력자 주장을 하는 부분은 법적으로 다툼이 있는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 조력자의 존재 여부 자체가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검찰과 우리가 부딪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조력자까지 확인했느냐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 우리가 외부 조력자 자체를 인정 못하는데, 조력자까지 확인했느냐를 어떻게 확인해주는가."

-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재판 전략상으로도 말하기 곤란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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