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서 담배 못 피우자 길에서 '뻐끔'.. 골목마다 꽁초 수북

윤형준 기자 2013. 7. 3. 03:1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대로 흡연 실태 르포

식당 등에서 전면 금연이 시행된 첫날인 1일 밤 8시 50분,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뒷골목의 한 칵테일바 구석에서 희뿌연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서초구청 금연단속반 하동환 주무관이 "거기 잠깐 스톱, 여기서 담배 피우시면 안 됩니다!"라며 담배 피우는 남성에게 달려갔다. 이모(41)씨는 "재수 없게 잘못 걸렸네…"라며 투덜거리다가 곧 체념한 표정을 지었다. 1분쯤 전 이씨가 담배를 꺼내 물었을 때 술집 종업원이 말렸지만 막무가내로 피우려다 단속반에 딱 걸린 것이다. 하 주무관은 "과태료는 10만원, 이번 달 15일까지 내면 20% 감면이니까 참고하세요"라며 단속 스티커를 발부했다.

1일부터 시행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따라 실내 면적이 150㎡ 이상인 식당·주점 등에서는 별도의 흡연실을 제외하고는 흡연이 전면 금지된다. 이를 어길 경우 흡연자에게는 10만원의 과태료가, 금연 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주에게는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럼에도 이날 음식점 등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가 적지 않았다.

◇물티슈 2장이 임시 재떨이로

본지 취재진이 이날 밤 오후 9시부터 2시간가량 식당·주점 등이 밀집한 강남대로 일대를 둘러본 결과 실내 흡연자 10명을 목격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흡연자 숫자가 늘어났다. 9시부터 10시까지 금연구역에서 담배 피운 사람을 딱 2명 목격했는데, 10시가 넘어가면서 술잔이 계속 돌자 실내 흡연자가 늘어나 1시간 만에 담배 피우는 사람 8명을 볼 수 있었다.

오후 10시 30분쯤 강남대로 뒷골목 한 주점 창가에서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20대 남성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들은 재떨이 대신 테이블 위에 물티슈 2장을 깔아놓고 임시 재떨이로 사용하고 있었다. 흡연 금지 구역으로 지정된 주점 등에서는 손님에게 재떨이를 제공할 수 없다. 주점에서 받은 것으로 보이는 흰색 종이컵에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는 테이블도 있었다.

이날 목격한 흡연자 10명 중 8명은 최근 유행하는 '룸'식 주점에서 담배를 피웠다. 룸식 주점이란 주점 안에 3~4명이 앉을 수 있는 작은 방을 여러 개 만든 술집을 말한다. 한 룸식 주점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우던 이모(23)씨는 "종업원들이 복도를 지나다니지만, 뭐라 지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빌딩은 술집 밖 복도 역시 금연구역이다. 강남대로 뒷골목 2층의 술집 계단에서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자 단속반 3명이 뛰어올라갔다. 40대 남성은 "여기에 재떨이가 있어서 당연히 피울 수 있는 곳으로 생각했다"고 변명했다. 지난해 말부터 '실내 금연 계도기간'을 갖고 수십 차례 안내와 홍보를 했음에도 실내 흡연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실내 금지하니 길거리 연기 자욱

실내 흡연을 금지하자 흡연자들은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담배를 피웠다. 밤 10시 30분쯤, 강남대로 뒷골목 50m 도로를 지나는 사람은 100명이 조금 넘었는데, 이 가운데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20여명, 서서 담배 피우는 사람이 40명 정도였다. 도로 위 행인 2명 중 1명꼴로 담배를 피우는 셈이었다. 골목길을 걸어보니, 50m 구간 내내 담배 냄새와 연기가 자욱했다.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간접흡연 피해를 보는 것 같았다. 한 주점 앞에서 친구들과 담배를 피운 박모(25)씨는 "친구들과 술 마시러 왔는데 안에서는 못 피운다고 해서 밖으로 나온 것"이라며 "술집에 온 지 30분쯤 됐는데 벌써 두 번째 나왔다"고 했다. 박씨는 담배를 다 피우자 꽁초를 툭툭 털고는 다시 주점 안으로 들어갔다. 서초구청 금연단속반 조하연 주임은 "간접흡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실외는 단속 구역이 아니기 때문에 노상(路上) 흡연자를 제지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아직 구청별 금연단속팀이 많지 않아 단속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실내 금연이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구청들이 의지를 갖고 꾸준히 단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