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2년전엔 전직 원장 '정상회담 누설'로 고발하더니..

2013. 6. 2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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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 내용 공개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이중적 행태가 입길에 오르고 있다. 당시 정상간 대화 내용 가운데 일부를 언론 인터뷰와 저서를 통해 공개한 김만복(67) 전 국정원장을 비밀 누설 혐의로 고발했던 국정원이 지난 24일 앞장서 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전직 원장을 고발하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비밀을 불과 몇년 뒤 스스로 공개한 꼴이다.

국정원은 언론 인터뷰와 저서 등을 통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평화지대' 협상 일화를 소개한 김 전 원장을 국가정보원직원법 위반 혐의로 2011년 1월26일 고발했다. 국정원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한 뒤에도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전 원장은 2010년 10월 남북관계의 평화적 해법을 담은 < 다시, 한반도의 길을 묻다 > 라는 책의 공저자로 참여해 '전쟁의 바다 서해를 평화·번영의 바다로' 편을 썼다. 그는 이 글에서 '2007년 10월3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평화지대 구상을 밝히고 설득하자, 처음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군부와 상의해 흔쾌히 수용했다'고 공개했다. 뒤이어 일본 월간지 < 세카이 > (세계)도 같은 내용을 번역해 소개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김 전 원장이 밝힌 일부 내용은 국정원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취득했던 것"이라며 직무상 비밀 누설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문제가 된 것은 "2007년 10월3일 오전 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을 제안하자 김정일 위원장은 '이러저러한 문제들은 총리급 회담에서 논의합시다'라고 논의 자체를 회피하였다. (중략) 그날 오후 회의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점심때 국방위원회의 책임자급 장성들과 논의했습니다. 해주공단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문제없다고 했습니다. 해주도 좋고 해주에서 개성공단에 이르는 강령군도 활용할 수 있고, 해주항도 개발해서 이용해도 될 것입니다'"라는 대목이었다. 이는 24일 국정원이 전격 공개한 회의록 원본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검찰도 김 전 원장의 행위가 기밀 누설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지난 1월 "남북정상회담 내용 공개는 기밀 누설에 해당한다"면서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국정원장으로서의 경험을 회고하는 과정에서 일부 비공개 사항이 포함된 것일 뿐 작심하고 누설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형법의 공무상 기밀 누설죄만 적용해 김 전 원장을 기소유예 처분했다.

그런데 검찰이 김 전 원장을 기소유예 처분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국정원은 '작심하고'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통째로 공개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김만복 전 원장이 정상회담 내용을 누설했을 때는 그런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지난해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내용을 공개해 언론에 거의 다 알려진 상황이다. 보호할 실익이 없다. 상황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안병우 한신대 교수는 "더이상 비밀 가치가 없다는 것은 자기들이 슬금슬금 흘려서 그렇게 된 것 아닌가. 국론분열을 막겠다는 이유도 들었는데, 정략적으로 여야가 싸우는 과정에서 생긴 국론분열이다. 이런 이유로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는 건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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