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연인관계 때 모은 재산도 분할 대상"

류인하 기자 2013. 6. 22.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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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혼 이전이라도 기여했다면 해당

사실혼 관계 이전 연인관계일 때 함께 형성한 재산도 분할의 대상이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지금까지 법적 혼인관계가 아닌 사실혼 관계의 재산분할에 대해서는 비교적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사실혼 관계에서 더 나아가 연인관계 때의 재산형성 기여분을 인정, 기존 판례보다 재산분할 대상을 한 단계 더 넓혔다.

ㄱ씨는 2002년 한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ㄴ씨와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ㄴ씨는 상가임대업을 했다. ㄱ씨는 ㄴ씨가 낙찰받는 상가건물의 낙찰대금을 낮추기 위한 변호사 선임과 사건 진행을 도맡는 등 ㄴ씨의 재산을 함께 불려나갔다. ㄱ씨는 2007년까지 ㄴ씨와 관계를 맺고 3차례 임신했다. 하지만 ㄴ씨의 요구로 모두 낙태수술을 받았다.

ㄱ씨는 2007년 8월 네번째로 임신하자 양가 가족들에게 이를 알린 뒤 동거생활에 들어갔다. 그러나 ㄴ씨는 이번에도 낙태를 요구했고, 결혼에 지장이 생길 것을 두려워한 ㄱ씨는 또다시 수술을 받았다. 그러자 ㄴ씨의 태도가 돌변했다. "결혼하기 싫다"며 같이 살던 아파트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ㄱ씨가 집에서 나가지 않고 버티자 법원에 소송을 걸어 내쫓았다. 잦은 수술과 일방적 파혼으로 몸과 정신에 이상이 생긴 ㄱ씨는 결국 2011년 ㄴ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및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가사2부(김상준 부장판사)는 "ㄴ씨는 ㄱ씨에게 위자료 1억원과 ㄱ씨 몫 재산 1억3900여만원을 합해 2억39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네번째 임신소식 이후 함께 동거생활을 한 시점부터 두 사람 사이에 사실혼 관계가 성립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재산분할대상에는 사실혼 관계 이전에 ㄱ씨가 도와 싸게 얻은 ㄴ씨의 상가건물까지 포함시켰다. 재판부는 "ㄱ씨의 기여행위는 대부분 사실혼 관계 이전에 이뤄진 것이지만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ㄱ씨가 ㄴ씨의 재산형성과 유지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옳다"며 "해당 상가건물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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