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50만 시대.. 우범자, 나라별 세력화 조짐

김재곤 기자 2013. 6. 22.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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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포 폭력조직들 충돌.. 칼부림 사건 일으키기도

최근 필리핀인 J(33)씨가 마약 밀매 등의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J씨는 평소 자신이 필리핀 내 거대 조직인 G파 소속이라고 말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당국은 G파 소속이란 점을 내세워 국내에서 범죄 조직화할 우려가 있는 필리핀 출신 체류자들이 15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최근 150만명을 넘어서면서 일부 외국인 우범자들이 조직화·세력화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폭력 조직은 대부분 같은 국가 출신들을 상대로 폭력을 저지르기 때문에 당국이 이들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오원춘 사건처럼 사회적 파장이 큰 외국인 범죄가 발생할 경우 우리 국민 사이에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사정 당국은 이들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간부는 "본부에서 이와 관련한 첩보 수집과 함께 외국인 (폭력) 조직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 조폭에 대한 공포심은 지난 2006년 말 중국 조선족 폭력 조직 연변흑사파와 흑룡강파 간의 칼부림 사건을 계기로 확산됐다. '가리봉 잔혹사'로 불린 이 사건은 서울 구로구 가리봉 지역 맹주였던 흑룡강파가 신흥 연변흑사파에 밀려나자 이에 앙심을 품은 흑룡강파 조직원이 연변흑사파 두목의 배를 칼로 찌른 것이 계기가 됐다. 연변흑사파는 곧바로 반격에 나서 약 1주일 뒤 흑룡강파 행동대장을 납치해 칼로 찌르고 발목을 부러뜨렸다.

지난 2007년 연변흑사파 조직원 32명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이들의 가시적 활동은 크게 줄어들었지만 최근 두 조직의 20~30대 젊은 세력들이 연대할 징후가 있다고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한 정보 당국 관계자는 "중국 동포 축구회 같은 건전 동호회를 중심으로 지역별 세력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첩보가 있어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최근 이태원 등지에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미약했던 이집트를 비롯한 북아프리카 출신들의 조직적 범죄 활동이 전보다 늘어나고 있고, 경주의 공단 지대에서는 국가별로 세력화한 외국인 조직들이 이곳 기업을 상대로 자국 출신 근로자들을 빼가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 체류 외국인 폭력 조직들에 대한 당국의 단속 활동이 강화되면서 성과를 올리기 위해 종종 외국인 단순 폭력 사범을 조폭으로 엮어넣으려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사정 당국 관계자가 외국인 조폭을 검거하면 1계급 특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저항하기 어려운 외국인을 대상으로 무리한 수사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한 방송은 인천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제공받은 영상 등을 토대로 1년 전부터 인천을 주름잡던 필리핀 조폭 일당이 붙잡혔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검거된 일당은 '힌디 실라마키타'('잡히지 않는다'는 뜻)란 이름의 조폭으로 지칭됐고, 이 사건을 수사한 인천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조폭들이) 보호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하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상점 등에 자릿세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국내에 체류 중인 필리핀인들을 상대로 불법적으로 문신 시술을 해주던 불법체류자들로 나타났다. 가끔 조폭 행세를 하며 주변에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지만 조폭은 아니었다. 경찰청 외사수사과 관계자는 "이들이 조폭이 맞는다면 경찰에 신병을 인도해 강제 출국에 앞서 형사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며 "하지만 출입국관리소 측이 이들의 신병 인도 요청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본지의 거듭된 취재 요청에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며 대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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