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출산 그림 '혐의 없음'..홍성담 화백 "상식의 승리"
검찰 홍성담 화백 그림 혐의 없음 처분…후보자 비방죄 물을 수 없어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지난해 대통령 선거 기간 후보자 비방이냐 아니면 예술의 풍자로 봐야 할 것이냐를 두고 논쟁이 뜨거웠던 홍성담 화백의 < 골든타임 - 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를 하다 > 유채화가 19일 공직선거법상 '혐의 없음'으로 처분됐다.
< 골든타임 - 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를 하다 > 는 박근혜 후보가 출산하는 모습을 담고 있는데 갓 태어난 아기가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상케 했다.
그림은 평화박물관과 아트 스페이스 풀이 유신 40년을 맞아 공동기획한 전시회에서 첫 공개되면서 반향을 일으켰다.
홍 화백은 박근혜 후보의 출산설에 착안한 그림이라면서 ""박근혜씨가 독재자의 딸이다 뭐다 하는 평가와 별도로 이상스러운 박 후보의 처녀성, 몰지각한 여성의 신비주의 가면을 벗겨내고 싶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림 공개 후 홍 화백의 작품은 유력 대선 후보를 비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정치권에서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격한 반응이 나오는 등 논란을 일으켰다.
정치권에서는 예술을 가장해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를 비방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반면 예술계에서도 정치인들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것은 예술의 영역이고 법적인 잣대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팽팽히 맞섰다.
실정법 위반 논란과는 별개로 홍 화백의 작품이 여성성에 대한 수치심을 일으킨다는 반응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확대됐다. 홍 화백은 당시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국 여성 태반 거의 모두가 분만대 위에 올라갔다 오는 것은 보편화된 일인데 이를 여성성에 대한 수치라고 비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
||
▲ 홍성담_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 194×265cm, 캔버스에 유채, 2012. ⓒ평화박물관 홈페이지 |
||
논란이 커지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죄(제251조)에 해당될 수 있고 인터넷상 그림을 게시하는 것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될 수 있다며 그림 삭제를 요청했다. 그리고 선관위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검찰은 홍 화백의 그림이 특정한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 어떤 사안에 대한 의견을 표출한 것이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선거법에 어긋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행위가 없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홍 화백은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검찰의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하면서 기분이 썩 좋지 않다"며 "무식한 화가도 이번 그림에 대해 아무런 죄가 없을 것이라고 누누이 말해왔는데 정치인들이 위법하다고 고발하겠다고 경고했다. 그 자체가 정치적이고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홍 화백은 또한 "선관위가 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수사를 의뢰한 것은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을 전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홍 화백은 "정치인들을 신성시하고 절대화하면 국가주의 파시즘이 번식하는데 유독 우리나라는 정치인에 대한 환상이 많다"며 "정치인들을 견제하고 풍자하고 조롱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민주주의가 불가하다. 이번 처분이 당연하면서도 혹여 표현의 자유가 만개한 것처럼 보일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