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김기용)이 국정원직원 숙소 수색영장 신청 막아"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작년 대선 직전 서울 수서경찰서가 수사하던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박원동 당시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본지에 밝혔다.
박 전 국장이 전화를 걸어왔다는 작년 12월 16일 오후는 서울경찰청 사이버분석팀이 국정원 직원 김모(29)씨의 '정치 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컴퓨터 분석 작업을 상당 부분 마무리한 시점이다.
박 전 국장은 김 전 청장과 영남대 동문이다. 김 전 청장은 "박 전 국장은 아는 사람이지만, 사실 TK(대구·경북 출신)인 줄은 몰랐다"며 "외압이 아니었고, 수사 기밀을 누설한 일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 고위 관계자가 경찰 수사를 지휘한 김 전 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면 그 자체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는 김 전 청장 말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박 전 국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박 전 국장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고발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한편 김 전 청장은 본지에 "검찰이 짜맞추기식 수사로 나를 천하의 흉적(凶賊)으로 몰았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특히 서울경찰청 사이버분석팀이 국정원 직원의 '정치 개입' 단서를 확보하고도 이를 은폐하는 과정이 담긴 CC(폐쇄회로)TV 화면을 검찰이 공개한 것에 대해, "CCTV는 수사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내가 녹화하도록 했고, 검찰이 공개한 분량은 1000분의 1도 안 된다"며 "전체를 보면 내 결백이 증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이 작년 12월 12일 수서경찰서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이 보류된 것은 상급 기관장인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의 지시 때문이라고 밝힌 것도 "검찰이 나에게 죄를 덮어씌우고 있다"는 주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앞서 당시 수서경찰서 권은희 과장은 김용판 전 청장이 영장을 신청하지 못하게 전화로 압력을 넣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은 "나는 (수사팀 의견대로) 영장을 신청하겠다고 했지만 경찰청장은 '검찰과 수사권 문제로 다투는 상황에서 법적 요건도 맞지 않는 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이 기각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류시켰다"며 "영장 보류가 결정되고 경찰청장이 '권은희에게 격려 전화를 해주라'고 해 전화를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기용 전 경찰청장은 비공개로 소환 조사했으며, 수사 결과 범죄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기용 전 경찰청장은 본지에 "그 문제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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