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주 회장과 어울리지 말라고 농심본사 부장이 찾아와 압박했다"

2013. 6. 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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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밀어내기 비판 차단공작 증언 나와

점주 인성·생활태도 등 평가 문건도

과도한 판매 목표량을 할당하고 '물량 밀어내기'를 해왔다며 대리점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농심이, 대리점주들을 찾아가 본사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대리점주 대표와 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4일 참여연대와 농심 대리점주들의 말을 종합하면, 농심 본사 직원들은 최근 전국의 600여 대리점주들을 찾아가 김진택 농심특약점전국협의회장과 계속 활동하면 고소당할 수 있으니 자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봉천동에서 농심 대리점을 운영하는 조정옥씨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3일 본사의 문아무개 부장이 찾아와 '김진택 회장과 더 이상 어울리지 말라'는 취지로 압박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농심이 강제로 매출목표를 부과해 대리점에 불공정거래행위를 하고 있다며 박준 농심 대표이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한 바 있다.

또 농심이 대리점주들의 영업능력뿐 아니라 인성까지 평가해 등급을 매겨 관리해온 내부 문건이 드러나 대리점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참여연대가 입수해 공개한 이 문건을 보면, 농심은 각 지점장들에게 대리점주의 인성을 평가해 관리하도록 하고 있었다. 문건 중 지점장의 의견을 적는 항목에 '점주의 경영상의 문제점 및 개인적 인성, 생활태도, 가정의 문제, 사생활의 문제 등을 기록함'이라고 쓰여 있다. 지점장이 대리점주의 사생활까지 평가해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진택 회장은 "이 평가표는 지점장이 대리점주에게 매월 주는 특별지원금을 책정하는 데 활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리점주 개인의 인성과 생활태도까지 평가해 관리한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농심은 지점장의 판단으로 각 대리점주에게 매달 50만~300만원의 특별지원금을 지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은 또한 각 지점장들에게 'NCDP'라는 평가 기준표를 만들어 대리점주들을 평가하도록 했다. 평가 항목은 매출(35점), 인프라(15점), 정책수행도(35점), 담당자평가(15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항목들의 점수를 종합해 농심은 월별로 대리점주들을 각각 A, B, C, D등급으로 나누어 60점 미만일 경우 D등급으로 분류했다. 농심은 "특약점을 월별로 평가(해) 연간 3회 이상 D등급으로 평가시 향후 연도 계약시 조치함"이라고 규정했다.

이 문서는 2009년 평가 자료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농심은 현재도 이러한 대리점주 평가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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