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담보대출로 건물 산 뒤 비자금으로 갚은 듯

류정 기자 2013. 5. 30.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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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받은 공직자나 정치인이 의심 피하려 자주 쓰는 수법"

"은행 대출을 받아 건물을 사고, 비자금으로 빚을 천천히 갚아나가는 것은 재벌들의 대표적인 자금 세탁 수법이다."(검찰 관계자)

2007년 CJ일본법인이 은행에서 240억원을 대출받아 도쿄의 고가 빌딩을 구입한 의혹을 검찰이 주목하면서, CJ가 '은행 대출'을 활용해 자금을 세탁한 수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2007년 1월 CJ일본법인장이 대주주로 있는 팬재팬(PAN JAPAN)이라는 회사는 신한은행 도쿄지점에서 CJ일본법인 소유 건물을 담보로 240억원을 대출받았다. 그리고 매년 분할 납입 형태로 현재까지 25억원을 갚았다. 검찰 관계자는 "대출받은 돈이 어디 쓰였고, 갚은 돈은 어디에서 났는지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CJ가 팬재팬을 통해 대출받은 240억원으로 도쿄의 번화가인 아카사카에 있는 한 빌딩을 산 뒤, 비자금으로 이 돈을 갚아나가면서 자금을 세탁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또 빌딩에서 나온 임대 수익은 비자금 증식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비자금으로 건물을 사면 자금원이 금방 추적될 수 있기 때문에 이름이 생소한 법인을 동원해 은행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위장막을 쳤다는 것이다.

이처럼 '은행 대출'을 이용한 자금 세탁 수법은 고위공직자나 정치인들이 뇌물로 받은 돈을 세탁하는 용도로도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뇌물로 받은 5억원으로 7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사고자 할 경우, 5억원을 곧바로 아파트 구입 자금에 쓰면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의 종잣돈 2억원에 5억원을 대출받아 아파트를 정상적으로 구입한 것처럼 한 뒤, 5억원의 빚은 뇌물 받은 돈으로 서서히 갚아나간다는 것이다.

검찰은 신한은행의 팬재팬 대출 과정에도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기 위해 당시 신한은행 도쿄지점장을 소환 조사했지만, 대출은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측은 "CJ일본법인이 일본 부동산관리회사 팬재팬을 인수한 것으로 알았고, 회사 건물을 담보로 제공했기 때문에 한국 본점에서도 정상 승인한 사안"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CJ일본법인이 팬재팬을 위해 위험 부담을 떠안고 거액의 담보를 제공한 것이 업무상 배임이 되는지 따져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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