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에 내기골프까지..경찰 왜 이러나?

안호균 2013. 5. 29. 15: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대악 척결은 안하고 4대악 저지르는 경찰 간부들

【서울=뉴시스】안호균 기자 = 박근혜 정부의 핵심과제인 '4대 사회악' 척결의 선두에 서야 할 경찰이 오히려 성추행과 비위를 저질러 눈총을 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일선 경찰서장인 총경급 고위직들이 다수 연루됐다는 점이다.

때문에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경찰이 내건 '4대 사회악' 근절 구호마저 무색해지고 있다. 경찰청장이 "4대악 근절을 위해서는 실천이 중요하다"며 동분서주하는데도 이를 뒷받침해야 할 고위직들은 '선장 없는 난파선' 마냥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강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기 지역에서 경찰서장을 지낸 A(51) 총경이 비위 행위에 연루돼 지난 24일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A총경은 2011년 12월부터 지난달 18일까지 경찰서장을 지냈으며, 지난달 19일 보직 없이 경기경찰청으로 발령 났다.

A총경은 경찰서장 재직 당시 지인들과 상습적으로 스크린 골프장에서 도박성 내기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여성과 부적절한 만남을 가진 의혹도 받고 있지만 경찰청은 A총경이 사의를 표하자 감찰조사를 중단했다.

경찰청에 근무하고 있는 B(54) 총경 역시 비위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청 감사관실은 B총경이 2011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 경기지역에서 경찰서장으로 근무하면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는지 확인 중이다.

B총경 역시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청은 "(B총경에 대한 의혹 중) 성 문제와 관련된 부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B총경과 관련해서는 직원들 사이에서 나도는 풍문들을 확인하고 있는 정도"라며 "신상과 관련된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어떤 문제인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청은 2011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경기 북부지역에서 경찰서장을 지낸 C(54)총경이 지난해 말 부하 여직원들을 성추행한 정황을 파악하고 감찰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청은 최근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간부들의 비위 의혹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구체적인 감찰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성추행과 관련한 감찰 조사 대상은 C총경 밖에 없다"며 "아직까지는 첩보 수집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서는 일선 치안 현장 최고 책임자인 경찰서장들의 기강 해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조직 자체에 '승진 제일주의'가 만연해 있다 보니 승진할 기회가 남지 않은 지방 경찰서장은 비위·비리 행위에 대한 자기 통제가 약해지는 것 같다"며 "특히 경기도의 경우 관할 지역 자체가 넓어 지방청 차원의 감시·관리 기능이 약해지게 된다"고 말했다.

공직 사회의 엄격한 위계질서와 남성중심적 문화가 성추행 사건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수는 "과거의 남성 중심적 문화가 공직 사회에 남아있다 보니 상사와 부하 사이에서 술자리 음담패설 정도는 용인되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런 것들이 성추행으로까지 커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ahk@newsis.com

<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