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일베 정면 비판하자 "길 다닐 때 조심해"

2013. 5. 2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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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21 > 역사왜곡 나선 일베 현상 분석… 방송 후 일베 회원 강력 반발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SBS < 현장 21 > 이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3월 일베 회원들을 심층 인터뷰하며 일베 현상을 조명했던 < 현장 21 > 이 재차 역사왜곡에 초점을 맞춰 일베를 비판하자 일베 회원들은 '날조방송'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면 충돌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SBS < 현장 21 > 은 28일 '일베에 빠진 아이들'이란 제목으로 최근 역사왜곡 논란의 중심에 일베를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 현장 21 > 제작진은 "왜 일베는 역사왜곡에 빠져들고 있는 것일까"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논란이 됐던 일베와 관련된 사건을 되짚었다.

우선 제작진은 국정원이 좌익사범을 신고하면 주는 절대시계에 주목했다. 일베 회원 중에는 국정원이 주는 '절대시계'를 얻기 위해 2년 넘게 신고할 거리를 찾고 20번 넘게 각종 신고한 끝에 시계를 얻은 회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경북 칠곡 한 대형마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을 이상한 모양으로 합성한 사진을 통신사 매장 대형 TV에 걸어놓은 사건과 관련해 20대 한 일베 회원이 사이트에 인증사진을 올리기 위한 욕심에 저지른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일베 회원은 < 현장 21 > 과 인터뷰에서 "썰만 있고 그림이 없으면 안 믿어준다"고 증언해 일베 사이트에서 레벨을 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시크릿 멤버 전효성씨의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전씨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라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일베에서 부정적 가치를 지닌 일베의 은어가 부지불식간에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또한 < 현장 21 > 은 일베가 5. 18 민주화 운동을 폭동이라며 역사를 왜곡하는 과정에 종편 채널 방송이 일베 회원들을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한 일베회원은 "(종편에서)북한군 600명 개입설이 나왔을 때 완전 들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종편 방송이 나간 뒤 일베 사이트에서는 5. 18를 폭동이라고 표현하는 등 축제 분위기였다고 한다.

최근 일베의 도가 넘치는 역사왜곡이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 사이트 배너 광고가 철회되고 폐쇄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일부 일베 회원들은 억울한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한 일베 회원은 "왜 우리가 갖고 그러냐? 오원춘 한명 보고 대한민국 사람 다 식인종이라고 하는 거랑 똑같다"며 "일부러 누가 분탕질치려고 그런 반인륜적 사진과 글을 올려 공격을 받게 하려고 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 SBS < 현장 21 > '일베에 빠진 아이들' 화면 캡쳐

특히 < 현장21 > 은 일베와 일본의 '넷우익'이 "기묘하게 닮았다"며 일본 사회에서도 넷우익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3월 24일 일본 넷우익이 주도한 혐한 시위 현장에서 한 남자가 ""길거리에서 한국, 조선인이 보이면 돌을 던지세요. 조선인 여자는 성폭행해도 좋습니다"라고 외치는 충격적인 장면도 나왔다. 가나즈 히데미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상대방의 인간성을 100% 부정하거나, 존재를 인정하지 않거나 죽여 버리겠다고 말하는 것이 넷우익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넷우익은 초기 일베와 비슷하게 자극적인 게시물을 올려 세를 불려나갔고 시위장면이 인기를 끌면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나와 점점 폭력적으로 변했다며 일베 역시 오프라인상 폭력성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현장 21 > 은 "일베가 여성, 특정지역, 외국인 반감을 노골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넷우익의 표적이 사회적 약자인것도 비슷하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이 두 집단 공통의 공격 대상이 되는 것이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분석이 있다"고 전했다. 일베 사이트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해외 성매매를 하러갔다는 의미로 '원정녀'로 부른 게시물도 다시금 회자됐다.

< 현장 21 > 은 "입맛에 맞는 자료만을 찾아 역사적 행위를 왜곡시키는 것도 (일베와 넷우익이) 비슷하다"면서 "일본 사회의 우경화 추세 속에 넷우익은 정치권도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내용의 방송이 나가자 일베 회원들은 사이트 운영자를 험하게 욕하면서 명예훼손으로 SBS를 고발하라는 주문이 쏟아냈다. 또한 일부 회원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 현장 21 > 를 왜곡보도한 프로그램이라고 신고했다. 일베 회원들이 주로 반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위안부 할머니를 '원정녀'라고 표현한 게시물과 관련된 내용이다. 이들은 해당 게시물이 올라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반발해 회원들이 게시자에게 사과문까지 받는 등 자정노력을 했는데도 일베를 친일세력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현장 21 > 시청자 게시판에도 일베 회원들이 무더기로 약 700여개의 글을 올리며 제작진을 맹비난하는 게시물로 도배했다. 한 게시물에는 책임 PD 이름을 언급하며 "너 길 다닐 때 조심해"라고 경고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방송 도중에도 제작진 사무실에 항의성 전화를 하며 제작진을 비난하기도 했다.

< 현장 21 > 데스크를 맡고 있는 김용욱 차장은 "일베 사이트가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올리는 커뮤니티이다 보니까 어떤 내용으로 방송을 해도 지난 3월 방송 반응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비난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또한 "위안부 할머니 '원정녀' 비하 게시물에 대해 날조라고 하는데 해당 게시물 이외에도 위안부 할머니를 비하하는 게시물이 많다"며 "여러 사람들이 여러 얘기를 하면서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 차원에서 보면 그런 성향을 보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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