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이 '국정원 수사 축소' 관련 증거 인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소속 사이버분석팀장 ㄱ경감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기 직전 서울경찰청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들어 있던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ㄱ경감은 김용판 전 서울청장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축소 지시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없앤 것으로 보인다. ㄱ경감은 검찰에 출석해 '증거인멸'을 시인했다.
서울경찰청이 검찰의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컴퓨터의 자료를 삭제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사건이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당시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도 불법사찰의 증거를 인멸해 큰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부장검사)은 24일 ㄱ경감이 서울경찰청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에 사이버수사대 소속 컴퓨터의 자료를 삭제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최근 ㄱ경감을 피의자 신분으로 두 차례 불러 자료를 삭제한 이유와 윗선의 지시 여부 등을 조사했다. ㄱ경감은 검찰에서 증거인멸 목적으로 디가우징 수법으로 컴퓨터 하드디스크 자료를 삭제한 사실을 시인했다. 디가우징은 강력한 자력을 이용해 모든 데이터를 영구적으로 삭제하는 기술이다. ㄱ경감은 검찰에서 "윗선의 지시는 없었고 나 혼자 판단해서 한 일"이라고 진술했다.
ㄱ경감은 김 전 청장이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단서가 될 만한 자료를 없애기 위해 하드디스크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ㄱ경감이 삭제한 자료의 복구를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서울경찰청은 "ㄱ경감이 두 차례 검찰 소환을 받았다"며 "호기심에 그랬을 뿐 증거인멸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ㄱ경감이 증거를 인멸한 사실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2010년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받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도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불법사찰의 증거를 인멸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 커다란 파문이 일었다.
<정제혁·정희완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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