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서로 믿고 힘을 모으면 건널 수 있을까

2013. 5. 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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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가능한 이야기인가요." 시작은 단순한 의문이었다. 하지만 논란은 꽃을 피웠다.

'초등학교 도덕의 위엄' 또는 '대한민국 교과서의 위엄'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이 퍼진 것은 지난 5월 14일. 세 명의 성인 남녀가 목봉을 들고 웅덩이를 건너는 그림이다. 한 사람이 매달리면 나머지 두 사람이 지탱해서 웅덩이를 건너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간단한 문제인 것 같은데 간단치 않았다. 누리꾼의 주장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저게 가능하려면 적어도 가운데 있는 사람이 슈퍼맨이어야 해요. 어느 순간에 양쪽이 모두 공중에 뜨는 상태가 생기거든요."

초등학교 5학년 도덕 교과서에 실린 삽화. 실제로 두 명이 한 명을 지탱해 건너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누리꾼 주장이다. 교육부는 이 삽화를 내년 교과서에서는 제외시키겠다고 했다.

누리꾼 증언에 따르면 과거 TV 교양프로그램 스펀지에서 똑같은 실험을 해본 적이 있다. 결론은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세 명 모두 상체 근력이 단력된 사람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그러니까, 보통 사람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확인해봤다. 사진의 출처는 초등학교 5학년 도덕 교과서다. 184쪽 그림이다. 인터넷에 도는 사진에는 안 나와 있지만 위에는 다음과 같은 지시문이 붙어 있다. "다음 그림 속에 담긴 '협동'을 생각하며 협동을 실천하려는 마음을 다져봅시다."

좋다. 그런데 협동을 생각하기 전에 그림에서 말하듯 '서로를 믿고 힘을 모으면 건널 수 있을까.' 저작권자는 교육부다. 민원센터 측은 총괄하는 교육부 교과서기획과 쪽을 연결시켜줬다. 담당자인 이현 연구사는 "솔직히 그런 의견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않았다"며 "과학 교과서라면 실험을 해야 하는 일이지만 도덕 교과서라는 점을 감안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집필자들의 의견은 어떨까. 총괄 집필자인 유병열 서울교육대 교수와 통화했다. 혹시 집필과정이나 심의과정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지적은 없었는지. 유 교수의 말. "그게… 거기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 유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삽화는 이미 있던 그림을 바탕으로 집필진이 요청해 다시 그린 그림인데, 어려워 보이는 일도 힘을 모으면 된다는 취지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특별한 지적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덧붙였다. "실현 가능성 부분은 생각하지 않았는데 만약 그런 차원에서 사회적으로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면 교과서에 당연히 싣지 말아야 하죠."

느즈막한 오후, 교육부 교과서기획과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집필진의 의견을 좀 더 수렴해야겠지만"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일단 내년에 보급되는 도덕 교과서에서는 해당 그림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말씀을 듣고 인터넷에 올라온 여러 의견도 검토했고, 또 집필자들의 의견도 들었다. 협동심을 고취할 수 있는 다른 삽화자료도 많은데 굳이 저 그림을 유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 내년에 배포되는 5학년 도덕 교과서에서는 빠지게 될 것이다." 현재의 삽화가 있는 교과서는 2011년부터 학교에서 사용되었다. 누리꾼의 눈에 띄기 전에 3년 동안 문제의 삽화는 교육자료로 사용되고 있었다. 더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

<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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