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찬양 '일베' 일탈 도 넘었다

2013. 5. 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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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광주항쟁 희생자를 '홍어' 취급

특정지역 비하·역사 왜곡 기승

'민주화가 집단 괴롭힘 의미로'

청소년 따라하기 악영향 우려

극우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비롯된 왜곡된 역사관과 지역차별주의가 시나브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주사용자층인 10~20대들에게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아이돌 그룹 시크릿의 리더 전효성씨의 발언이 대표적 사례다. 전씨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비난을 받고 사과했다.

'민주화'를 '집단 괴롭힘이나 왕따, 비추천' 등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일베의 왜곡된 표현이 인터넷상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도 쓰이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아주거나 함께 토론하기 쉽지 않은 인터넷 세상에서 무비판적으로 왜곡된 역사관이 받아들여질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에서 제외되는 등 일선 학교에서 역사 수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면서 학생들의 역사의식 자체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우려는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이와 함께 정부와 보수언론이 4·19 혁명, 5·16 군사반란,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등 근현대사를 가르치려는 교사들의 노력을 좌파 교육이라며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등 역사 교육 자체를 백안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면서 우리 학생들이 제대로 된 역사를 배울 기회가 적어졌다. 이 틈을 타고 일베처럼 무지와 왜곡에 기초한 편파적인 논리를 설파하는 세력이 힘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일베 회원들의 역사에 대한 무지와 왜곡은 5·18 민주화운동 33돌을 앞두고 극에 달했다. 일베 회원들은 5·18을 하루 앞둔 17일 당시 사진들에 모욕적인 글을 달았다. 평소 전라도 지역 사람들을 '홍어'로 비하하던 이들은 태극기로 덮인 5·18 희생자들의 관이 늘어선 사진을 두고 "배달된 홍어들 포장 완료된 거 보소"라고 쓰고 "광주 홈쇼핑 ×× 잘되네"라는 제목을 달았다. 진압부대 군인들이 광주시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진들에도 "어부들이 홍어를 잡고 있다" "회를 뜨기 직전 모습" "회를 뜨고 남은 찌꺼기를 버리고 있다"는 등의 몰지각하고 자극적인 글을 달아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사실과 가치를 왜곡하고 폄훼했다.

이런 움직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 일베 회원은 21일 게시판에 "광주폭동이 어떻게 민주화운동이라는 거짓 칭호를 달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교묘하게 광주폭동을 민주화운동이라는 거짓된 이름으로 조작해 폭동을 진압한 영웅 전두환과 노태우를 반역자로 몰아 감방에 처박았다. 광주시장이 (일베 회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고 했으니 5·18이 폭동으로 재평가받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광주는 총기를 들고 일어난 하나의 폭동이고 그래서 계엄군이 진압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주장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것이지만, 전 전 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과 5·18 내란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바 있다.

이성호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특정 사이트에서 조직적으로 역사를 왜곡하는 주장을 펼치면 아이들은 이를 진실로 잘못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 교과서에서 관련 부분을 단순하고 짤막하게 서술했기 때문에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베 사이트에 배너광고를 하던 기업들이 최근 일베의 기행으로 여론의 불똥이 튈 것을 의식해 광고를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트몰 관계자는 "인터넷 광고 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광고를 집행했기 때문에 일베 사이트에 광고되는 줄 몰랐다. 뒤늦게 사실을 확인하고 광고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박현철 유신재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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